19일 서울 대학로에서 열린 불법촬영 성편파 수사 규탄 시위. 사진. 김시아 기자

언론은 '몰카' 범죄를 어떻게 보도했나.

청와대가 '성별 관계 없는 국가의 보호를 요청합니다' 등 최근 벌어진 불법 촬영 등에 대한 국민 청원에 답을 한 가운데, 언론의 각성도 요구되고 있다.

21일 국민 청원 답변에는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과 이철성 경찰청장이 참석했다. 이날 이 청장은 "(여성들의 국가의 보호 요청 청원이 일주일 만에 38만 명을 넘어선 것과 관련) 경찰청장으로서 큰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문 밖을 나선 순간부터 안전에 대한 위협을 느낀 것이라고 본다. 경찰이 충분히 보호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거듭 사과했다.

이 청장은 이날 홍익대 누드크로키 모델의 불법 촬영 사건과 관련해서도 입을 열었다. 해당 사건은 여성이 피의자로 남성이 피해자로 특정되었으며, 피의자는 최근 증거 인멸 우려 등의 이유로 구속됐다. 이에 여성들은 남성이 피의자인 경우에는 처벌이 느슨했던 반면, 여성이 피의자로 특정되니 수사가 신속하게 이뤄졌다며 그간의 수사 관행을 지적하고 나섰다. 특히 지난 19일에는 이를 규탄하는 시위가 서울 대학로에서 열려 1만여명의 여성들이 참석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이 청장은 "해당 사건은 제한된 공간에 20명의 사람이 있어서 신속하게 수사가 됐다"라며 수사가 신속하게 진행될 수 있었던 배경을 설명하되, "(그럼에도) 체감하는 불공정이 있다면 시정되도록 각별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또 해당 사건의 피의자가 포토라인에 선 것과 관련한 지적에 대해서도 "논란이 불거진 직후 전반적 경위를 파악해봤는데, 경찰이 포토라인에 세운 것은 아니었다. 사회적 관심이 크다보니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이동하는 과정에 기자들이 와서 촬영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일어난 불법 촬영 사건과 관련해서는 피의자가 포토라인에 선 적이 없었던 이유가 사회적 관심을 받지 않아 언론에서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설명. 결국 언론에서 나서 취재한 것이라는 이 청장의 말로 인해, 성범죄 사건을 다루는 언론의 관행 역시도 개선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 되고 있다.

이 청장의 발언 이전에도 성범죄 사건을 다루는 언론의 관행에 대한 지적은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실제 홍익대 누드크로키 모델의 불법 촬영 사건과 달리, 직후 불거진 유명 유튜버 양예원 씨가 불법촬영회에서 성폭력을 당했고 해당 사진이 유출됐다고 폭로한 사건과 관련, 일부 언론은 자극적인 타이틀로 여성을 성적 대상화 하기도 했다.

한 메이저 일간지는 "속옷 노출 사진 공개 후 극단적 선택까지"라는 타이틀을 내걸었으나, 홍대 사건의 경우에는 경찰 수사 상황에 대한 사실만을 무난하게 보도해 온도차를 보였다.

이외에도 또 다른 인터넷 언론사 역시 불법촬영회 기사에 "여자를 경매하듯"이라는 문구를 타이틀로 거는 등, 사실 보도에 불필요한 자극적 단어 선택을 서슴지 않았다.

실제 이와 같은 보도는 법적으로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 언론중재위원회의 시정권고심의기준에 따르면, 언론은 성폭력 범죄로 인한 피해자에 대해 당사자 동의 없이 그가 누구인지 알 수 있는 내용을 공표하여서는 안되며, 또 성폭력 사건을 보도하면서 피해자의 피해 상태 및 사건과 무관한 피해자 및 가족의 사생활, 가해자의 범행수법 등을 자세히 묘사하여서는 안된다. 이외에도 언론은 성과 관련된 내용을 지나치게 선정적으로 묘사해서는 안된다. 

이번 불법 촬영 사건과 관련, 언론중재위원회 관계자는 21일 미디어SR에 "발생한지 얼마 안 된 사건이라 아직은 내부적인 안건위원회가 열리지 않아 시정 권고 사례는 없다"라며 "다만, 미투와 관련 선정적이고 2차 피해가 우려되는 보도에 대해 112건을 시정권고 한 바 있다"라고 전했다. 불법 촬영 사건과 관련해서도 추후 내부적인 모니터를 시행할 예정이라고도 덧붙였다. 

한편, 청와대는 국민 청원에 답변을 하면서 '몰카'라는 용어와 관련, 사안의 심각성을 가볍게 받아들이게 만들 소지가 있으니 '불법 촬영'으로 정정해줄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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