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지배구조, 동반성장,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조한 구본무 회장
LG그룹, "구 회장의 정신 이어나갈 것"

구본무 LG그룹 회장. 제공: LG그룹

대한민국 재계의 '큰별'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20일 향년 73세로 별세했다. 23년 간 이어진 구 회장의 '정도(正道) 경영'도 막을 내렸다.

구 회장은 1995년 아버지 구자경 명예회장의 뒤를 이어 취임했을 때부터 '정도 경영'을 내세운 덕장이다. 그는 취임하면서 "LG는 공정·정직·성실을 바탕으로 하는 정도경영을 통해 철저히 고객을 만족시키고 고객은 물론 사원·협력업체·주주·사회에 대해서 엄정히 책임을 다하는 참다운 세계기업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그가 회장으로 재직한 기간 동안 LG는 초우량 기업으로 자리매김한 것은 물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개념과 그 가치를 대한민국 곳곳에 심었다. 국내 대기업 중 처음으로 순환출자의 고리를 끊고 지주회사 체제로 바꾸며 투명 경영을 선도하고,  협력사와의 동반성장을 도모, 재단을 통해 교육·문화·예술 지원에 헌신, 의인상을 만들어 정의로운 사회 만들기에 힘썼다.

2017년 1월 2일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에서 열린 새해인사모임에서 임직원들에게 경영 방향을 설명하는 구본무 회장. 제공: LG그룹

특히 순환출자 고리를 끊은 것은 재계에 큰 충격이었다. LG는 2003년 대기업 최초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고 계열분리를 단행하며 대대적인 지배구조 개선에 나섰다. 적은 자본으로 문어발식 확장을 하는 순환출자를 없애고 지주회사-자회사 간의 수직적 출자구조를 가지는 투명한 지배구조를 갖추기로 한 것이다. 또 지주회사로의 전환 과정에서 GS그룹, LS그룹과의 계열 분리를 잡음없이 이뤄내며 동업 체제를 마무리했다.

또한, 구 회장은 협력사와의 동반성장을 강조해왔다. 2011년 신임 임원들과의 만찬자리에서는 “협력회사에 단순히 도움을 주겠다는 시각에서 벗어나 협력회사의 성장이 곧 우리의 성장임을 인식하고 실행해주기 바란다”며 “자금지원 뿐 아니라 미래기술 육성을 위한 R&D 지원, 장비 및 부품 국산화 확대 등을 통해 협력회사가 근본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LG그룹사 공익재단 4곳의 총수입 대비 목적사업비 지출 비중. 제공: CEO스코어

사회에도 아낌없이 나눴다. 구 회장은 공익 사업에도 어떤 기업보다 열심히 나섰다. 지난해 7월 기업 경영성 평가 사이트 CEO스코어(대표 박주근)에 따르면 LG그룹사 공익재단 4곳의 총수입 대비 목적사업비 지출 비중은 72.6%로 집계됐다. 국내 30대그룹 46개 공익재단의 지난해 총수입 대비 목적사업비 지출 비중은 40.7%다. 특히 LG그룹 공익재단 중 구본무 회장이 직접 챙기는 LG상록재단은 국내 최초의 환경호보 공익재단이고, LG복지재단은 ‘LG의인상’을 수여하는 서민과 무척 가까운 공익 재단이다.

LG상록재단은 구본무 회장이 1997년 자연환경 보호, 자연자원의 효율적 이용을 도모하자는 취지에서 설립한 재단이다. 주요 이력으로 새집 달아주기, 철새 먹이주기, 황새 인공둥지 지원 등 환경보호의 지표로 중요성이 커지는 조류보호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LG 복지 재단은 2015년부터 “국가와 사회정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의인에게 기업이 사회적 책임으로 보답한다”는 구본무 LG 회장의 뜻을 반영해 ‘LG 의인상’을 제정, 감사의 뜻을 담은 표창과 상금을 전달하고 있다. 또한, LG연암문화재단을 통해 교육·문화·예술 지원에 힘쓰고 있다.

LG 글로벌챌린저 프로그램은 LG연암문화재단에서 여는 해외탐방 프로그램이다. ‘지속 가능한 발전’을 비롯한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한 대학생들의 참여를 돕는다. 제공: LG그룹

구 회장의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관한 정신은 조직 내에 바이러스처럼 퍼져나갔다. 2016-2017 LG전자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사회공헌 활동에 참여한 임직원수는 2016년 최초로 10만명을 넘어섰다. 한국 사업장에 근무하는 임직원의 95%는 매월 급여 중 1000원 미만의 기부금을 내고 있다. 회사는 이 돈을 사회공헌기금으로 조성한 후 저소득층을 지원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한국 내 임원의 86%도 2004년 이후 임원사회공헌기금을 조성해 이웃을 돕고 있다.

유원 LG그룹 전무는 21일 미디어 SR에 "구본무 회장의 정도 경영 정신은 조직 내에 이미 깊이 각인되어있다"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 그리고 도의에 관한 평소 가르침을 잊지않고 그 정신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의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 사회에 보여준 이 시대의 '큰 별'. 사회를 품어 안은 그의 따뜻함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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