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서울 대학로에서 열린 '불법촬영 성편파 수사 규탄 시위'에 참여한 여성들. 사진 김시아 기자

여자들이 뿔났다. 19일 서울 대학로에 빨간 옷을 입고 모인 1만여명의 여자들은 도로에 일렬로 늘어앉아 “남자만 국민이냐, 여자도 국민이다”라고 외치며 ‘불법촬영 성편파수사 규탄시위’에 참여했다.

이들은 홍익대 누드 크로키 수업 몰카 사건의 피해자가 남성이라 경찰 수사가 신속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날 집회에는 기존에 신고되었던 인원 2000명을 훌쩍 넘은 1만여명이 참가했다. 주최측은 7시까지 6000명 정도가 참석할 것으로 추산했으나 예상 규모를 뛰어넘는 수준으로 몰렸다.

주최측은 “이번 홍대 몰카 사건의 경우 이례적으로 빠르게, 그리고 적극적으로 수사가 이뤄졌다”며 “여자가 피해자일 때는 노출 정도, 외모 등을 언급하며 2차 가해까지 서슴지 않고 신고조차 받지 않던 경찰의 비합리적인 행태에 분노한다”라며 시위를 열었다.

이날 시위는 구호 제창과 성명서 낭독 등으로 이뤄졌다. 참가자들은 편파적인 수사에 대한 분노를 보이는 의미에서 빨간색이 들어간 옷을 입거나 물건을 들고 시위했다.

시위대가 "사법불평등으로 기존 여성 대상 몰카 범죄가 수사조차 받지 못했다"고 외치고 있다. 사진 김시아 기자

시위에 참여한 서주희(가명·24) 씨는 미디어SR에 “인터넷에서 염산 테러를 할 것이라는 테러 계획 게시글들을 여럿 발견한터라 나오기까지 고민을 많이 했다”며 “하지만 국민의 하나로써 옳은 목소리를 내고 싶었다”라고 시위에 참여한 경위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미디어SR에 “경찰 측에서 4시경 염산 테러 계획을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린 게시자가 시위 현장으로 출발했다는 글을 확인했다”며 “평소보다 병력을 더 많이 배치하고, 테러 발생에 대비해 구급차도 대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몰카 편파수사 규탄 시위 바로 옆에 '규탄 시위를 반대하는 시위'에 참석한 한 남성. 사진 김시아 기자

한편, 이날 편파수사 규탄 시위 옆에서는 편파수사 규탄 시위를 반대하는 집회가 이뤄졌다. 이들은 몰카 처벌 편파수사 규탄이라는 여성들의 외침이, 홍대 누드크로키 모델 불법촬영 유출 사건과는 개연성이 없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홍대 모델 사건은 누드크로키 모델이라는 특수성과 적은 용의자 때문에 빨리 잡힌 것일 뿐 성별에 의한 편파수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본인을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 회원이라고 밝힌 한 남성(30)은 미디어SR에 “여자들이 모든 남성을 잠재적 범죄자로 몰아가는 것에 분노해 시위에 반대하기 위해 나왔다”며 “오늘 꽤 많은 일베 회원들이 모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시위에 참여한 한 여성이 뿔달린 악마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사진 김시아 기자

시위에 참여한 강경미(가명·26) 씨는 “홍대 몰카 가해자는 분명 처벌받아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다만, 경찰은 홍대 모델 불법 촬영 유출 사건에서 가해자 검거는 물론, 사진이 게재된 플랫폼과 플랫폼 운영진까지 수사 범위를 크게 넓혔다”며 “이는 지금까지의 몰카 수사에서는 볼 수 없었던 유례없는 수사방식”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시위 참여자 정윤희(가명·23) 씨는 “나도 몰카 피해자”라며 “경찰은 플랫폼의 서버가 해외에 있어 수사가 힘들다며 범죄를 방조해왔다. 이번 (홍대) 사건으로 해외에 서버를 둔 플랫폼도 조사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 증명된 만큼, 앞으로도 경찰은 홍대 사건과 동일한 수준의 적극성을 가지고 몰카 사건 조사를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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