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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진행한 생리대 유해물질 검출 시험 과정에 대한 문제가 드러나 생리대 안전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식약처가 생리대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지난해 발표했으나, 신뢰성이 떨어지는 실험 과정과 편파적인 결과 발표로 생리대 안전성 문제가 다시 대두되고 있다. 

지난해 생리대 부작용 파동으로 식약처가 전수조사를 진행한 결과, 유해한 생리대는 없다고 지난 9월 결론냈다. 그러나 식약처가 실시한 두 번의 실험 중 유해물질이 적게 나온 결과만 발표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16일 KBS 보도에 따르면, 두 시험의 차이는 생리대 시료의 양이었다. 최종 발표에 쓰인 생리대 시료는 0.1g이었고 유해물질이 검출된 것이 거의 없었다. 헥산, 벤젠 등이 다수 검출된 0.5g 시험은 비공개로 남겨뒀다. 식약처가 두 시험 중 유해물질이 적게 검출된 0.1g 실험결과만 발표한 것이다.

여성환경연대는 17일 입장문을 통해 "생리대 허가와 관리 주체인 식약처가 생리대 유해성 논란을 잠재우고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불검출 가능성이 높은 자료를 공개한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생리대 한 개의 무게는 5g이다. 0.1g은 생리대 전체의 2%밖에 되지 않는다. 생리대를 잘라 극히 일부만 실험에 사용했다. 

식약처는 왜 이런 방법을 선택했을까? 

식약처는 17일 해명자료를 통해 "식약처는 전 세계적으로 공인된 생리대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시험법은 존재하지 않아 해당 시험법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0.5g 등 다양한 시료량으로 예비조사를 실시했으며, 시료량을 0.5g으로 하는 시험법은 정확한 VOCs 양을 측정할 수 없는 시험법으로 확인되었으며, 사용된 표준시약 등을 고려할 때 0.1g 채취가 최적조건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식약처는 생리대를 가위로 자르는 과정에서 휘발성이 강한 유해물질이 빠져나갈 수 있다는 문제 제기에는 "시험과정 중 VOCs의 휘발성을 고려하여 생리대를 드라이아이스 위에서 잘라 초저온(-196℃)으로 동결·분쇄하였으며, 샘플채취, 보관 등 모든 과정도 드라이아이스 상에서 신속하게 수행하여 VOCs의 휘발을 최대한 방지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여성환경연대는 생리대를 잘라 일부만 사용하는 실험 방법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여성환경연대는 강원대와 함께한 검출시험에서 일회용 생리대를 자르지 않고 통째로  36.5°C에 3시간 동안 방치한 후 방출된 물질을 모두 모아서 분석했다. 여성환경연대는 "이는 여성들이 실제 사용하는 환경과 유사하며 오히려 더 과학적인 분석방법이라는 평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안소영 여성환경연대 사무처장은 "모든 실험에서 시료량이 적아지면 검출량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생리대는 공인된 방법이 없고, 시료량이 0.5g일 때보다 0.1g일 때 검출치가 더 적었다. 이는 시료량이 많아질 때 유해물질 검출량이 더 많아질 수도 있다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이안 사무처장은 "식약처가 전수조사를 하게 된 이유는 여성들의 생리대 부작용 제보가 많아 원인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예방대책을 세우기 위한 것이다. 다양한 것을 시험해보고 가장 과학적이고 효과적인 것을 선택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제대로 된 조사와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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