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 동물이라는 말이 익숙해진 시대입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애완 동물이라는 용어가 지배적이었는데, 이제는 반려 동물이 더 자연스러워졌습니다. 그만큼, 동물을 대하는 우리 시민사회의 인식이 바뀌었다는 뜻이겠죠.

산업의 측면에서 봤을 때, 국내 반려동물 시장의 성장은 놀랍습니다. 6조원 규모로의 성장을 눈 앞에 두고 있습니다. 그러나 인식의 성장, 산업의 성장 속에 여전히 미비한 점도 남아있습니다.

미디어SR이 우리 사회 반려견 문화를 짚어보고자 합니다. 반려견을 키운다는 것의 의미, 한 생을 책임진다는 것의 무게를 돌이켜 보기 위해서입니다. 여전히 미진한 인식과 법의 문제도 함께 돌이켜보았습니다. [편집자 주]

반려동물 천만 가구 시대. 국민 5명 중 1명이 반려동물을 키운다.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쉽게 반려동물을 살 수 있고, 쉽게 키울 수 있다. 이런 환경은 한 해 유기견이 10만 마리가 나오게 되는 배경이 된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은 '책임'이다. 반려동물을 집에 들이기 전, 이 생명체가 숨을 거두는 날까지 함께할 수 있을지 신중하게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 이에 미디어SR은 반려견을 키우기 전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 알아봤다. 

반려동물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충분히 공부한 상태인가 

전문가들은 반려동물을 데려오기 전, 반드시 그 동물에 관한 공부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가정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데 필요한 기초 이론을 배워야 하며, 반려동물의 행동과 습성 등에 대해 배워 반려동물과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즉, 반려동물 입양을 생각하고 있다면, 반려동물이 집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방법을 자신이 알고 있는지, 안전하게 산책하고 사람을 물지 않도록 교육하는 법을 알고 있는지 등을 짚어봐야 한다는 것이다.

최재민 강동구청 일자리경제과 동물복지팀장은 "반려견이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모두 훈련이 이뤄져야 한다. 이동장(케이지)에서 맹렬히 짖는 강아지를 본 적 있는가? 모두 훈련이 안되어서 그런 것이다. 평소에 이동장이 익숙하고 안전한 곳이라고 교육을 했다면 짖지 않았을 것이다"라며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최 팀장이 담당하는 서울시 강동구의 유기견 입양카페 '리본센터'는 유기견 입양을 원하는 사람에게 한 달 동안 견주 교육을 제공한다.

서울시 강동구 유기견 입양카페 리본센터. 교육 현장이 생생히 담긴 사진들이 걸려 있다. 권민수 기자
리본센터의 교육 과정 내용. 총 5회차 중 1, 2회차의 교육 내용이다. 올바른 반려견에 대한 이해와 기초트레이닝 실습을 진행한다. 제공: 리본

견주들은 한 달 동안 강아지 습성, 강아지 품종에 따른 교육 방법, 집 안에서의 원칙, 동물과 소통하는 방식, 산책하는 법 등에 대한 교육을 받는다. 

리본센터는 교육받는 그 한 달을 입양 숙려 기간으로 둔다. 자신이 반려견을 책임질 수 있는지 되돌아보는 시간을 주는 것이다. 실제로 중간에 입양을 포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시간이 없어서, 애정이 안 생겨서 등 이유는 다양하다. 이처럼 반려동물을 키우기 전 자신이 반려견을 평생 책임질 수 있을지 되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리본센터가 반려견 교육을 제공하는 이유는, 견주가 반려견에 대해 잘 알면 강아지가 유기되는 일이 줄어들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만약 견주가 사전 지식 없이 무작정 반려동물을 데려오면 예상과 다른 반려동물의 행동에 당황할 수도 있으며, 최악의 경우 유기까지 이어질 수 있다. 

최 팀장은 "반려견이 안정적으로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하려면, 견주가 반려견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려동물이 아파도 병원비를 댈 수 있을 만큼 경제적 여유가 있나

반려동물을 키우기 위해서는 병원비, 사료비 등 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 만큼 금전적인 여유가 있는지 점검해봐야 한다. 

소비자중앙회가 2017년 발표한 동물병원별 진료비용 현황을 보면, 초진료, 재진료비를 제외한 검사비, 접종비, 치과 등의 진료비용이 만 원 이상이었다. 치석 제거를 위한 스케일링의 평균 비용은 85,412원, 일반혈액검사 평균 비용은 34,905원 등 적지 않은 금액이었다.

동물병원 진료는 대부분 한 검사만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검사를 한 번에 하기 때문에 진료비와 약값까지 합하면 십만 원은 우습다. 중성화 수술은 암컷의 경우 최대 40만 원, 수컷은 25만 원이었다.

서경석 석동물병원 원장은 "반려동물을 키우기 위해서는 예방접종, 진료비, 치료비 등의 부담이 있기 때문에 금전적인 여유가 있어야 한다"며 "특히 나이가 들었을 때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서 원장은 "강아지를 예를 들면, 노령견은 신장이 안 좋아지는 경우가 많다. 사람으로 치면 이식수술도 가능한데 강아지들은 그것도 안 된다. 투석 같은 것을 해야 해 많은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다. 심장이 안 좋은 경우도 날마다 약을 먹여야 한다. 이런 것들은 책임지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경제적 여유가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반려동물이 나이가 들어도 책임질 수 있는가

무지개 다리를 건너기 한 달 전의 초롱이. 김명희 씨는 초롱이를 돌보느라 많은 고생을 했지만, 초롱이가 있어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초롱이(강아지 이름)가 백내장이 빨리 와 눈이 먼 채로 1년 6개월을 보냈다. 눈이 보이지 않아 많이 부딪혔다. 점점 귀도 멀어 박수를 쳐도 듣지 못했다. 항문이 약해져 6개월 동안 대소변을 아무 데에서나 봤다. 실금이 잦아져 집에 돌아오고 나면, 1시간 동안 변이 묻어있는지 집안 곳곳을 체크하는 것이 일상이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초롱이의 엉덩이를 확인했다."

강아지 초롱이를 키우던 전업주부 김명희 씨(49)의 이야기다. 초롱이는 14살로 얼마 전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초롱이가 떠나기 전, 약 2년 동안 김명희 씨는 초롱이의 병수발을 들어야 했다. 

단지 반려동물의 건강을 돌봐주는 것뿐만 아니라, 그에 수반되는 집안일도 함께 책임져야 한다. 김 씨는 "초롱이 대소변을 치우느라 물티슈를 3일에 한 번꼴로 다 썼다. 실금을 하다 보니 다른 집에 초롱이를 맡길 수도 없었다. 초롱이가 늘 집에 있어야 하니, 항상 누군가 집에 있어야만 했다. 늘 내 손에는 걸레가 들려 있었다. 초롱이가 늘 쓰던 마약방석을 이틀에 한 번씩 빤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반려동물도 사람과 똑같이 나이가 들면 질병에 걸린다. 반려동물이 병에 걸리면 진료비, 치료비를 내는 것은 물론이고, 직접 반려동물을 돌봐줘야 한다. 

서경석 석동물병원 원장은 반려동물이 나이를 먹고 질병에 걸렸을 때까지를 모두 고려하고 입양을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물도 나이가 들면 병이 들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반려동물이 병에 걸려 돌보는 일이 자기에게 벌어질 것이라 잘 생각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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