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홈페이지 캡처

요즘 대한항공 일가와 관련된 뉴스가 한국 미디어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막내딸 조현민 전무가 광고 에이전시와의 미팅에서 물컵을 던졌다는 사건으로 시작해서, 첫째 딸 조현아의 땅콩 회항 사건 이후 다시 임원으로 복직한 일이 부각되고, 부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의 운전사·그룹직원 학대 관련 비디오와 음성 파일이 공개되면서 그 여파가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대한항공의 국적기 지정을 철폐해야 한다는 여론도 커지고 있다고 한다. 

사실 기업인·그들의 자녀들의 행동과 관련한 논란이 낯설지 않다. 2016년에는 한 중소기업 둘째 아들이 대한항공에서 난동을 부렸는데, 마침 같은 비행기를 타고 있던 유명 가수 리차드막스가 그 난동을 제압하는 데 일조를 했을 뿐 아니라 SNS에 그 장면을 공개하면서 기업인 자녀들의 갑질이 주목받았었다. 

#소비자에게 제공되는 서비스 – 과한 것은 아닐까? 

필자는 미국-한국을 오갈 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주로 이용하는 편인데, 그럴 때마다 느끼는 게 한국 비행기만큼 서비스가 좋은 항공사가 없다는 것이다. 모든 직원이 승객들에게 눈높이 서비스는 물론이고, 승객들의 어떤 요구에도 웃는 얼굴과 함께 제공하는 친절한 서비스는 정말 어느 나라 항공에서 찾아볼 수 없을 정도다. 미국 항공사를 이용할 때마다 약간은 너무 무심하고 차가운 듯이 느껴지는 여객기 내 서비스들을 대할 때면 새삼 우리나라 항공기 서비스가 참 좋은 것이었구나 생각하곤 했었다. 가끔 미국에 있는 한국인들 사이에서는 ‘XX 항공사에서는 스낵 봉지를 승객한테 던진다’는 농담도 오가곤 할 정도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대한항공, 아시아나 항공에서의 서비스가 과연 당연한 것일까? 라는 의문이 든다. 비행기 안에서 뭔가를 부탁하면 우선 무릎을 꿇고 얘기를 들어주고, 무리한 서비스를 요구하는 경우에도 웃으며 대응하고, 혹시라도 고객이 무례한 언사를 행하더라도 서비스 제공자이기 때문에 참고 넘어가고 사과하는 저 자세를 유지하는 것을 기대하는 것이 당연할까? 우리가 소비자로서, 서비스 이용자로서 누리는 서비스가 우리가 돈을 냈기 때문에 받을 수 있는 당연한 것이라면 과연 그 ‘당연함’의 정도는 어디까지일까? 

#우리는 우리 나름의 ‘갑질’을 하는 것은 아닐까 

사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서비스 업종에서 일하는 분들을 대하는 모습이 한국 사회에서의 사회적 ‘서열’에 근거한 ‘갑질’을 보여주고 있는 경우도 많다. 필자가 한국에서 지낼 때면 가끔 레스토랑에서, 골프장에서, 백화점에서 소비자인 ‘손님’이 직원들에게 반말하고 하대를 하는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 TV에서도 한국의 어느 학교, 어느 건물 등의 청소부 직원들이 쉼터조차 없이 지내고, 하대를 당하는 뉴스가 나온다. 아파트 경비원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도 심심치 않게 들리는 뉴스다. 

그런 면에서 우리가 한진그룹의 기업 오너 같은 갑질은 아니더라도 과연 ‘갑질’의 비난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솔직하게 말하자면 이런 부분에서 필자도 미국으로 가기 전까지는 그런 이슈들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보지는 못했던 것 같다. 물론 타인에게 직접 하대를 하거나 소위 갑질을 한 적은 없지만 어떤 서비스를 받을 때 그런 서비스들을 당연하게 받아야 할 것으로만 생각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다가 한국에서 직장 생활 후 늦게 유학을 가서 석사, 박사, 교수의 여정을 걸어오면서 길다면 긴 시간 동안 미국 생활을 하게 되면서 사회적 서열 속의 사람 관계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다. 학교 건물을 청소하는 직원들과 마주치면 서로 따뜻하게 아침 인사를 안부를 묻고, 서비스 업종에 있는 사람들과 서비스 제공자-이용자로서의 평등한 관계에서 이루어지는 서비스들을 경험한다. 이제는 오히려 한국에 오면 오히려 문화충격을 받는 경우도 생긴다. 이런 차이는 사회적으로 한 단계라도 나보다 낮게 위치한 사람들을 얼마나 ‘평등’한 위치로 바라보는지, 그 관점의 차이 때문인 거 같다.

사실 위에 언급한 모습들이 한국과 미국의 문화적 차이로만 간주될 수도 있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로는 사람들 사이의 평등이라는 관점에서 후자가 더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며칠 전 미국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면서 대한항공을 이용했다. 여전히 너무도 친절하고 만족스러운 서비스를 받았지만, 이번만큼은 한편으로는 미안한 마음과 씁쓸한 마음이 교차했다. 돈을 낸 만큼의 서비스를 당연히 받아야 한다는 생각은 이성적으로는 옳을 수 있다. 그렇지만 우리도 일상생활에서 마치 기업 오너같은 ‘갑질’을 하고있는 것은 아닌지 한번 돌아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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