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 회항' 사건 피해자인 박창진 전 대한항공 사무장. 구혜정 기자

직장 업무로 인한 정신 질환으로 산업재해 인정을 받은 직장인이 최근 9년 새 다섯 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직장에서 얻은 정신 질환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직장인들이 여전히 많다고 이야기한다.

13일 자유한국당 김상훈 의원이 산업안전보건공단·근로복지공단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정신 질환과 관련해 산재를 승인한 건수는 514건이었다. 이 중 작년에만 직장인 126 명이 정신 질환 산재로 인정받았다. 이는 2008년(24건)에 비해 5.3배 증가한 수다.

정신 질환 산재 인정 건수는 지속적으로 늘어났는데, 지난 2014년 '땅콩 회항' 사건의 피해자 박창진 전 대한항공 사무장이 우울증 등에 걸려 산재로 인정받은 사례가 대표적이다. 산재 신청 건수도 동기간 69건에서 213건으로 세 배가량 늘었다.

고용노동부 산업보건과 윤현욱 사무관은 "지난 10년 동안 직장 내 정신적 피해에 대한 산재 인정 필요성이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했다"며 "각 정부부처와 국회에서 큰 관심을 둬 입법, 연구 등 대응 마련을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고 말했다.

한편, 숫자는 늘었지만 현장은 크게 바뀐 것이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직장인들이 정신 질환으로 병원에 가는 것 자체를 꺼려하고, 산재 법정 공방 또한 직장인 '개인'이 떠안기 힘든 과정이라는 것이다.

지난 2월 직장갑질119 토론회에 참가한 직장인들. 권민수 기자

박점규 직장갑질119 활동가는 "아마 직장 내 갑질 등으로 정신 질환에 이르는 경우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며 "정신 질환을 의심하는 많은 직장인들이 이직 시 불이익을 받을 까 병원 검진, 치료 등을 거부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또한, "산업재해 인정 또한 노무사를 선임하지 않으면 이기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며 "금액적으로 부담이 커 산재 신청도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직장인 정신 건강 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며 "산재 발생 후를 논하기 전에, 직장 내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