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비앤비, 배달의 민족 등의 디지털 플랫폼 업체들이 급성장하면서, 플랫폼을 통해 일하는 '플랫폼 노동자' 또한 급증하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배달 앱 종사자만 5000~1만9000 명으로 추산, 업계에서는 플랫폼 사업의 발전과 최저임금 상승 여파로 플랫폼 노동자 규모가 5만 명 안팎으로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과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미래 연구 보고서에서 2020년 한국서 발생 가능성이 가장 높은 이슈로 '플랫폼 노동자 확산'을 꼽았다. 

한편, 국내 플랫폼 노동자는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노동자 개념에 포함되지 않아, 법적으로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받기 어렵다. 일을 하고 있고 업무를 요청하는 사업체도 명확하지만, 임금 협상도, 복지도, 보험도 요청할 수 없는 파편화된 개인이 돼버린 것이다. 

 

◆ 노동부, "문제 해결해야하지만, 실태 조사가 급선무"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제공 : 고용노동부

특수고용형태 근로종사자(특고) 노동기본권 보장을 추진 중인 고용노동부는 플랫폼 노동자까지 급증하자 대책 마련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

한편, 플랫폼 노동자도 특고와 마찬가지로 노동기본권을 보장받고 있지 못하지만, 사용자와 노동자의 개념을 명확히 규정하기 힘들어 대책 마련에 난항을 겪고 있다. 예를들어 '배달 대행 앱'을 통해 음식 배달을 하는 노동자의 사용자가 음식점인지 배달대행 플랫폼인지를 가려내야 하는가 한편, 배달원 자체를 노동자로 볼지 자영업자로 보아야 할지에 대한 논의도 뜨겁다.

고용노동부 이경제 서기관은 "(노동부에서는) 플랫폼 노동자를 근로자, 특고, 자영업자로 구분하고 있어, 현재 구성된 특고 TF에서 플랫폼 노동자는 논의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다만, "플랫폼 노동자들에 관한 법적 보호방안의 필요성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며 "플랫폼 노동자가 어느 정도로 분포되어 있고, 노동 실태나 고용 형태는 어떠한지 파악하는게 우선이어서 실태 조사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동부는 올해 실태 파악에 착수, 법적·제도적 장치 정비에 나설 계획이다.

 

◆ 해외서도 '플랫폼 노동자' 법적 개념 다양해... 영국은 노동자, 프랑스는 사업자

한편, 우리나라보다 플랫폼 경제가 먼저 활성화된 유럽 등에서는 플랫폼 노동자의 권리에 대한 논의가 이미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가장 큰 쟁점 사안은 이들을 '노동자'로 보느냐, '개인사업자'로 보느냐다.

지난해 영국의 우버 운전기사들은 우버 기사를 자영업자로 분류하는 우버의 조처가 부당하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우버에 최저임금 및 유급 휴일 등 근로자의 기본권을 요구한 것이다. 영국 사법부는 "우버의 운전자들도 최저 임금 및 유급 휴일 등 노동자 기본권을 보장받는다"고 판결했다. 우버가 항소했으나 2심에서도 같은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우버는 또다시 상고한 상태다.

영국의 우버 로고. 제공: 우버

프랑스의 경우는 정반대다. 프랑스는 우버의 운전기사는 '자영업자'라는 판결을 냈다. 지난 2월 파리노동법원은 우버에서 과거 2년 간 운전기사로 일한 남성이 "자신의 근무 기간을 근로계약으로 인정해 달라"고 우버 측에 제기한 소송에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우버는 탑승객과 운전자를 연결하는 중개자 역할을 수행할 뿐'이라는 우버 측의 주장을 인정, 우버의 운전기사를 노동자로 볼 수 없다 판단했다.

 

◆ 모든 노동자 보호하는 '배민라이더스'... 기업의 사회적 책임 또한 좋은 방편

한편, 국내 배달 대행 플랫폼 우아한형제들의 외식 배달 서비스 '배민라이더스'의 경우 모든 배달원에 산업재해 보험을 적용한다. 노동 형태가 '건당제'부터 주말 풀타임, 시급제, 고정급제까지 다양하지만, 모든 '라이더'에게 보험은 물론, 안전 및 복지까지 제공한다.

성호경 우아한형제들 홍보책임은 "배민라이더스의 일을 해주는 모든 구성원에게 일하기 좋은 환경을 제공하는 것은 플랫폼 사업자가 당연히 져야할 의무"라고 설명했다.

우아한형제들은 현재 배달원들을 노동 형태에 따라 프리랜서 라이더와 급여제 라이더로 구분하고 있다. 프리랜서 라이더는 원하는 시간에 근무하고, 노동자가 아닌 개인사업자로 구분된다.

배민라이더스의 다양한 노동 형태. 건당제부터 고정급제까지 다양하다. 제공: 우아한형제들

우아한형제들은 모든 프리랜서 라이더에게 산재보험과 라이더 보험을 적용하고 있는데, 성호경 책임은 "개인사업자더라도 플랫폼 사업자 측에서 산재보험을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안전 사고 발생이 잦은 직종인만큼 업무를 주는 사업자 측에서도 안전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라이더들에 산재보험 외에도 '라이더보험'이라 불리는 이륜자동차 보험도 지원하는데, 이륜차 보험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음에도 전액 지원한다. 성호경 책임은 "가격 부담 때문에 많은 배달업 종사자들이 본인을 위한 보험을 들지 않는 경우가 많은 편"이라며 "사업자가 들어주지 않으면 누가 이들을 보호하겠냐"며 지원 이유를 설명했다.

배달원들이 장비 안전 점검을 할 수 있도록 설치된 센터 내 정비소. 제공: 배민라이더스

이외에도 우아한형제들은 라이더들에 정기적인 안전 교육, 바이크 용품, 보호 장비 등을 무상 지원하고 있다.

성호경 책임은 "노동 형태도 다양하고, 개념도 새로워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보호가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일하기 좋은 환경을 제공한다는 비전을 가지면 기업으로서의 책임을 다하기 쉬워진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