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네이버 무비

최근에 JTBC 손석희 앵커는 이례적으로 뉴스룸 오프닝에서 삼성과의 관계를 소상히 밝혔다. 삼성과 JTBC의 특수한 관계로 인해 삼성 관련 보도에 편파를 했거나 불편부당한 보도에 어려움을 겪지나 않을까 하는 주위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선제적 해명을 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영향력 있다는 언론인 손석희의 이런 모습을 보면서 우리의 언론 환경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이명박 대통령의 촌지를 받은 기자 명단이 SNS에 떠도는가 하면 삼성의 언론 장학생 설은 단순한 설은 아닌 듯하다.

언론사도 자본주의 경제 구조의 한 구성원이기 때문에 기업의 이익 가치를 추구한다는 측면에선 완벽하게 자유롭진 못하다. 그래서 언론의 정도와 금도를 절제와 인내로 얼마나 잘 버텨내는지가 관건 일게다.

마이클 만 감독의 영화 인사이더(우리말로 내부자쯤 되겠다)는 그런 의미에서 우리에게 시사해 주는 내용이 가볍지 않다. 일단 2시간 20분 분량의 길이도 만만치 않지만 영화의 화두 역시 우리 사회의 갈등을 그대로 담고 있는 형세가 기시감을 느끼게 할 정도다.

영화 초반부는 거대 다국적 담배회사와 그 내부자의 고발로 기본 갈등이 시작된다. 담배회사의 중역인 와이린(러셀크로우)은 양심의 가책을 견디지 못하고 회사의 비밀을 폭로할 결심을 한다. 그러나 그 과정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정의와 양심을 지키기엔 40대의 부사장은 너무나 가진 것이 많았다. 회사에서 잘리고 집에 돌아온 와이린에게 와이프의 첫 마디는 우리 애들 의료비와 학비는 어떻게 할 것인가였다. 

밥벌이는 숭고하다. 그래서 내부의 비리와 문제를 폭로하는 건 어쩌면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포기해야만 가능한 일인지 모른다.

회사는 담배의 니코틴 중독을 더욱 강화하는 물질을 담배에 투입한다. 니코틴 중독을 심화시켜 담배를 절대 못 끊게 하기 위해서다. 와이린 부사장과 함께 이를 세상에 알린 사람은 CBS 방송국 추적60분 팀의 프로듀서 로웰 버그만(알 파치노)이다. 

그는 인터뷰 하나를 성사시키기 위해 중동의 위험 지역에까지 취재를 마다치 않는 열혈 프로듀서다. 몇 번이나 망설이던 와이린을 설득해서 프로그램에 인터뷰를 싣기로 하고 촬영을 한다. 여기까지가 영화의 러닝 타임 반 정도 도달한다. 법정에서 부사장이 폭로하면서 영화는 해피엔딩으로 끝나겠구나 싶지만, 진짜 영화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여기서부터다.

이런.. CBS는 와이린이 담배회사와 맺은 기업비밀 서약 준수를 이유로 방송 인터뷰 부분을 삭제코자 한다. 자사 내부에 걸려있는 주식합병 계획에 차질을 빚을 뿐 아니라 담배회사로부터 소송을 받게 되면 엄청난 배상을 해야만 하는 이유도 있다.

내부 제보자 문제에서 이제는 언론사의 역학관계로 이야기는 넘어간다. 담배회사는 와이린을 조강지처와 딸을 버린 남자로 언론 플레이를 해대며 도덕적 음해까지 자행한다. 회사는 로웰버그만에게 “한 몸 희생해 언론자유라도 쟁취해 보겠다는건가?”며 비아냥 거리고 노골적으로 압박을 가한다. 와이린도 더욱 움츠려 든다. 로웰 버그만은 지금은 진실인지 거짓인지 그게 문제가 아니라며 와이린의 용기 있는 처신을 기대하지만, 상황은 좋아지지 않는다.

폭로가 점점 불가능해질 때 또 다른 영웅이 등장한다. 추적60분 진행자인 마이크월러스(크리스토퍼 플러머)는 “결국 역사는 마지막만 기억하지…. 내가 고작 담배회사 협박에 넘어가서 내 언론 인생에 스크래치를 낼 순 없지 않은가?” 하며 폭로를 결심한다.

결국, 뉴욕타임즈에 기사화가 되고 엄청난 배상액을 담배 회사가 물게 된다. 이 모든 게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라는 게 새삼 놀랍다.

어느 조직이나 휘슬러가 나올 수 있다. 내부자의 고통을 우리도 함께 져 가야 한다. 그럴 필요가 없는 사회시스템이 구축된다면 더욱 좋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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