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구혜정 기자

서울 강남구 한복판, 조금 이상한 회사가 있다. 업무 지시도 없고, 직함, 근태관리, 결재 시스템도 없다. 본인이 원할 때 출퇴근하고, 휴가 사용도 상부에 알리지 않아도 된다. 일하고 싶은 자에게 무한한 자율과 평등이 부여되는 공간, '페이스북코리아'다.

페이스북코리아는 미국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업 페이스북의 한국 지사다. 2010년 직원 한 명으로 설립, 현재는 100여 명이 일하고 있다. 위계적 조직 문화로는 세계 1등이라는 대한민국에서 페이스북은 국내 IT 기업들이 강조하는 자율성, 개방성, 평등성이라는 복리후생의 삼박자를 완벽에 가깝게 유지하고 있었다.

미디어SR은 페이스북 측에 당사 복리후생 자료를 요청했으나 자료를 전달받지 못했다. 오히려 회사 측으로부터 흥미로운 질문을 받았다. "복리후생 자료요? 복리후생이 회사의 핵심 가치(core value)가 아닌데 왜 자료로 정리해야 하나요?"

페이스북의 복리 후생은 조직원이 일하는게 즐거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문화 그 자체였다. 이들이 어떻게 '즐거운 직장 문화'에서 일하고 살아가는지 살펴보기 위해, 지난 2일 미디어SR은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페이스북코리아 사무실을 찾았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페이스북코리아 사무실 전경. 사진: 구혜정 기자

"이 회사는 왜 제게 일을 시키지 않나요?"

페이스북코리아의 홍보 부문을 총괄하는 박상현 부장은 "페이스북은 누군가의 허락을 받아 일 하는 공간이 아니다"라고 설명한다. 회사나 팀 차원의 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무엇을 할지는 본인이 계획하고, 본인이 실행하는 것이 페이스북의 업무 방식이다.

박 부장은 "페이스북 근무 문화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자율성'"이라며 "이런 문화 때문에 대기업 등에서 온 사람들이 적응하지 못하고 떠나는 경우가 많다"고 얘기한다.

페이스북 직원들은 절대로 상부의 명령이나 지시에 따라 일하지 않는다. 회사와 팀의 목표와 가치에 부합하기만 한다면 본인이 원하는 프로젝트를 얼마든지 수행할 수 있다. 수행하는 방식도 자율에 맡긴다. 나에게 가장 알맞고 생산적인 방법으로 일하는 것을 존중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페이스북에는 근태관리도, 업무 지시도 없다.

페이스북코리아 사내 바. 페이스북에서는 24시간 음주가 허용된다. 사진: 구혜정 기자
페이스북코리아 사내 도서관. 언제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사진: 구혜정 기자

"Code Wins!" 코드가 이긴다!

페이스북의 모든 직원은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를 '마크'라고 부른다. 셰릴 샌드버그 최고운영자(COO), 크리스 콕스 최고제품책임자(CPO) 또한 이들에게는 '셰릴'과 '크리스'일 뿐이다. 한국 지사 내에서도 마찬가지다. 모두를 직함이 아닌 '○○님으로 부르고, 상호 존대는 필수다.

박 부장은 "회사에 60년대생부터 90년대생까지 있는데 서로 나이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나이와 직급에 상관없이 일에 관해서는 자유롭게 의견을 피력한다"고 말한다. 조직원 모두가 이런 소통 방식이 '건강한 커뮤니케이션'이라고 믿고, 동의하기 때문이다.

이런 수평적 문화는 업무 처리에서도 똑같이 적용된다. 페이스북 내에서 통용되는 말 'Code wins (코드가 이긴다)'라는 말은 직급, 경력에 상관없이 더 좋은 코드를 쓴 사람의 의견이 우선적으로 반영된다는 뜻이다.

실제로 인턴도 페이스북의 소스코드를 직접 고칠 수 있다. '코드'가 이기기 때문. 언제나 더 나은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이 성장 가능하도록 만든 수평적 모델이야말로 페이스북이 성장하는 원동력이다.

사원들이 직접 지은 회의실 이름. ChiMc(치맥), Konglish(콩글리쉬) 등의 이름들이 있다. 사진: 구혜정 기자

나도 '마크'를 비판할 수 있다는 것

박 부장에 따르면 최근 페이스북의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CA) 사태 때, 페이스북 내부에서도 직원들의 다양한 질문 그리고 질타가 리더십에게 향했다고 한다. 그리고 마크 저커버그 CEO는 모든 질문들에 관해 여과없이 투명하게 답했다. 일개 사원도 '마크'와 '셰릴'에게 질문할 수 있는 권한과 비판할 권리를 가지는 이유는 페이스북의 또 다른 조직 가치 '개방성(openness)' 덕분이다.

페이스북은 모든 정보를 전사 직원에 투명하게 공개한다. 소스 코드부터 근무 환경 평가 자료까지 모든 직원들이 볼 수 있다. 그러기에 직장 내 '정치'라던가 '인사권 남용' 등은 존재할 수 없다.

예를 들어 반기 평가 때 이뤄지는 다자적·다면적 평가(Peer evaluation) 결과는 전부 개방된다. 팀장이 팀원을, 팀원은 팀장을 평가하기 때문에 평가권 또한 집중되지 않는다. 모두의 평가가 조직원에 개방되기 때문에 누군가를 편애해서 부풀려 평가를 할 수 없게 된다. 다자적·다면적 평과 결과는 인사 평가에 정확하게 반영된다.

사내 벽면에 방문자, 직원들이 써놓은 글귀들. 사진: 구혜정 기자

또한, 1년에 두어 번 펄스(pulse) 설문조사를 통해 근무환경을 진단하는데 평가 결과를 절대로 가벼이 생각하지 않는다. 펄스 설문조사는 팀과 팀원, 회사 전체에 대한 평가가 이뤄지는 직원 대상 익명 설문조사다.

박 부장은 "리더십과 조직원은 이 설문조사의 결과를 굉장히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설명했다.

근무 평가 결과는 전 직원에게 투명하게 공개된다. 지역별로도 볼 수 있고 팀 별로도 볼 수 있다. 펄스 설문조사에 따라 근무환경 진단 위원회가 꾸려지는데 위원회는 일정 직급 이하의 직원으로만 구성한다. '진짜 목소리'를 낼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위원회에서는 근무 환경에 대한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법을 논한다.

박 부장은 "펄스의 마지막 질문은 '펄스 설문조사 결과가 당신의 삶에 정말 영향을 끼칠 것 같냐'는 질문인데 대부분의 직원이 '그렇다'고 응답한다"며 "개방성이 일궈낸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코리아 사내. 사진: 구혜정 기자

'평등'한 조직문화를 지키기 위한 리더십의 노력도 상당하다. 리더십의 노력과 격려 없이는 조직원들이 동등한 권리를 누리는데에 압박을 느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페이스북에서는 출산 후 4개월의 유급휴가가 주어진다. 풀(full)로 쓸 수 있고 나눠쓸 수 있는데, 마크 저커버그 CEO 또한 자녀 출산 시 동일한 혜택을 받았다. 그는 작년 8월, 둘째 딸이 태어난 후 2개월 동안 유급 휴가를 가졌다. 같은 해 12월에는 첫째 딸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 한 달동안 유급 휴가를 떠났다. 휴가를 떠날 때에는 '비치 모드'가 자동으로 실행되는데, 이메일도 단체 채팅방의 메시지도 도착하지 않는다.

그가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휴가를 사용하는 이유는, 리더십이 실천해야 조직원이 압박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지사에서도 마찬가지다. 페이스북코리아 조영범 지사장도 작년 내내 자녀를 학교에 데려다 준 후 출근을 했다. 리더십의 노력 덕에 조직원도 권리는 당연하게 누린다. 몸이 아플 때는 부담없이 쉬고, 자녀의 운동경기가 있는 날이면 일을 하다가도 응원하러 떠난다.

사측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물품들. 이어폰, 충전기, 핸드폰 케이스 등이 있다. 사진: 구혜정 기자

페이스북은 마치 '종교단체' 같아요

페이스북의 완전 자율, 완전 개방, 완전 평등이라는 기업에서 불가능해보이는 삼박자가 성공 모델로 자리할 수 있었던 데에는 직원들이 있었다.

박 부장은 "가끔은 회사가 아니라 종교단체, 대학원, 연구소 같이 느껴진다"며 "페이스북에는 정말로 일을 사랑하고, 제대로 해내고 싶은 사람들만 모여있다"고 말한다.

페이스북에서 해고당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오히려, 스스로에 실망해 나가는 사람이 더 많다.

페이스북에서의 평가는 '상호 기대(mutual expectations) 평가' 시스템으로 이뤄진다. 프로젝트나 맡은 역할에 관한 기대치에 해당 직원이 얼마나 부합했는 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물론 다자적·다면적 평가다. 또한, 적량보다 성장치에 더 주목한다.

반기마다 이뤄지는 상호 기대 평가에서는 본인이 참여한 프로젝트에서의 태도와 성과를 토대로 평가받기 때문에 제대로 일을 하지 않으면 평가 조차 받지 못한다. 그렇기에 업무 집중도와 성과에 대한 압박은 어느 조직보다 심할 수 밖에 없다.

혹자는 이런 시스템을 '가혹하다' 평가할 수 있다. 그런데 스스로의 진화를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페이스북의 '가혹한' 성과주의야말로 자기 계발의 기름이다.

박 부장은 "페이스북의 복리후생은 간단하다"며 "스스로에 채찍질을 하면서라도 진화하려는 사람들을 위한 건강한 문화와 시스템을 조성하는 것 자체"라고 설명했다.

페이스북 다섯 가지 핵심 가치 중 하나. 빠르게 움직이기(Move Fast). 사진: 구혜정 기자

페이스북의 다섯 가지 핵심 가치: '용감하기(Be Bold)', '임팩트에 집중하기(Focus on Impact)', '빠르게 움직이기(Move Fast)', '열려있기(Be Open)', 그리고 '사회적 가치 만들기(Build Social Value)'.

페이스북은 조직원들의 이상향을 세팅해주지 않는다. 페이스북의 핵심가치 내에서 그들이 스스로 설정한 이상향을 무조건적으로 존중한다. 조직원은 방향을 설정하고, 이를 향해 쉬지 않고 달리는 사람들이다.

박 부장은 조직원들이 페이스북을 잘 떠나지 못한다고 말한다. 그 이유는 바로 이것. 

"어디 가서 또 이런 회사에서 일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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