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있었던 우리은행 공채 필기시험의 유의사항. 유의사항을 지키지 않아도 감독관은 아무런 제재도 하지 않았다. 제공: 우리은행 채용시험 응시자

상반기 채용을 진행하고 있는 우리은행에 응시자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공채 필기시험에서 부정행위가 있었음에도 감독관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관리감독이 부실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우리은행은 지난 28일 필기시험을 진행했다. 필기시험 후 금융권 취업 온라인 커뮤니티에 불만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일부 응시자가 부정행위를 저질러 이를 감독관에게 알렸지만, 감독관이 응당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확인하는 정도에만 그쳤다는 지적이 주 내용이다.

우리은행의 상반기 채용 규모는 200명이다. 이번 공채에 약 2만여 명이 지원했고, 그중 합격자 3,000명을 대상으로 서울 중앙대, 대전 충남대 캠퍼스 등에서 28일 필기시험을 진행했다. 

논란은 입실 시간을 넘겼음에도 불구하고, 감독관이 임의로 일부 응시자를 제재 없이 입실시켰다는 것에서 시작됐다.

응시자들은 미디어SR에 시험장 곳곳에서 부정행위가 있었다고 증언했다.  

우리은행 서류합격자에게 발송된 메일. 오후 1시 10분까지 입실해야 한다는 내용이 강조돼 있다. 제공: 우리은행 응시자

우리은행은 지원자에게 '배정된 고사실에 오후 1시 10분까지 입실하지 못할 경우 시험에 응시할 수 없다'고 명확하게 공지했다. 그러나 중앙대의 한 고사장에서 입실시간 이후 여자 한 명, 남자 두 명이 늦게 입실했으나 감독관은 어떤 제재도 하지 않았다. 

응시자들은 감독관에게 항의했으나 "저희는 감독만 하는 사람이라"라는 답변만 받을 수 있었다. 

이날 28일은 우리은행뿐만 아니라 한국전력, 수출입은행 등 채용 시험이 많은 날이었다. 몇몇 응시자들은 우리은행 필기시험에 늦지 않게 응시하기 위해 다른 기업의 시험을 포기하기까지 했다. 응시자들은 "공정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일부 응시자가 직무적성 검사에서 규칙을 지키지 않았음에도 감독관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도 논란의 대상이다.

직무적성 검사는 언어, 수리, 추리 등의 영역으로 나눠져 있다. 총 100개의 문제를 2시간 안에 풀어야 한다. 영역마다 시간이 정해져 있어 각 영역에 할당된 시간이 지나면 이전 영역 문제를 풀 수 없다. 중앙방송에서 이전 문제를 풀지 말라는 안내도 한다. 그러나 일부 응시자가 이를 지키지 않았다.

현재 우리은행 필기시험 부정행위 관련해 목격 내용을 공유하는 오픈카톡방이 개설됐다. 오픈카톡방에서 응시자 A씨는 "(다른 응시자가)마지막 인성시험에서 다른 영역의 페이지를 보고 있는 것을 보았다. 감독관들은 고사장 앞과 뒤에 의자를 가져다가 앉아놓고 시험지를 풀고 있었다.  감독 자체를 하지 않아서 지원자가 다른 인성페이지를 보고 있는 것조차 인지할 수 없는 상황으로 보였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또다른 응시자 B씨는 "인성시험에서 앞 문제를 풀고 있던 사람이 걸렸는데, 감독관이 와서 '지금 시간에 이거 푸시면 안 된다' 정도의 말만 하고 넘어갔다"며 관리감독이 부실했다고 지적했다. 

또, 시험 시 유의사항에 '책상 위에는 신분증, 컴퓨터용 수성 사인펜, 흑색 볼펜을 제외한 물품을 놓을 수 없다. 나머지 모든 물품은 가방에 넣어 교실 앞으로 제출해야 한다. 기타 물품 소지 시 부정행위로 처리된다'라는 것이 명시돼 있다. 그러나 응시자들은 강의실에서 휴대폰을 사용하는 사람을 봤다고 말한다. 역시나 감독관들은 제재를 가하지 않았다.

응시자 C씨는 "쉬는 시간에 강의실에 휴대폰을 꺼냈던 사람이 많다. 감독관이 자기 재량으로 용서해줄 테니 다시 끄고 가방에 넣으라고 했다"고 증언했다. 

현재 우리은행은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우리은행 공보팀 관계자는 입실 시간을 넘긴 응시자에 대해 "(중앙대) 고사장 지리가 어려워 헤매는 사람들이 고사본부에 문의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지리를 잘 몰라 헤맬 수 있다 보니, 응시자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고사본부 차원에서 결정한 사항이라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우리은행은 채용의 공정성을 위해 아웃소싱으로 시험 감독을 운영해 상황 파악이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관계자는 "퇴실조치를 과감히 했어야 하나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며 "전 과정에서 아웃소싱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상황 파악 후 재발하지 않도록 조치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부정행위가 적발된 응시자를 제재할 것이냐는 미디어SR의 질문에 우리은행 관계자는 "필기시험을 치른 지 얼마 되지 않아 파악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 상황 파악 후 논의해볼 예정"이라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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