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질에 있어 주거환경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규 분양 당시 해당 법령에 대해 세밀하게 따져보고 계약하는 경우는 드물다.

미디어SR이 취재한 판교 운중동의 사례에서 입주민들은 자연취락지구라는 토지의 성격을 미처 몰라 피해를 봤다.

현재의 법은 이들에게 더 꼼꼼히 따져보고 계약을 했어야 한다고 말하는 듯 하다. 하지만 일반 사람들이 주택 계약을 할 때 토지 성격까지 미리 파악해 따져가며 계약하기란 쉽지가 않다.

과연 법이 보호해야 할 대상은 법의 허점을 이용해 이득을 취하는 이들일까, 이로 인해 피해를 받는 이들일까. [편집자 주]

지영 씨와 같은 사례는 법적으로 보호를 받을 수 있을까. 지영 씨가 사는 운중동 건물의 시공사는 앞 건물 시공사를 상대로 공사금지가처분 신청을 내렸지만 두 차례 모두 기각됐다. 주민들은 일조권 침해를 이유로 행정관청인 분당구청에 민원을 넣었지만 구청에서도 이를 해결해 줄 수 없다고 했다.

분당구청 건축허가팀. 사진. 구혜정 기자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이 지역이 자연녹지취락지구라는 점에서 법의 허점이 존재한다. 미디어SR은 운중동 주민들의 사례를 가지고 분당구청 건축허가팀을 찾아갔다. 건축허가팀에서는 "일조권에 대해서는 건축법 규정상, 거리의 기준 지역지구에 따라 적용이 된다. 건축법에 적용되는 지역은 일반 주거지역과 전용 주거지역만 해당이 된다. 이 지역은 자연녹지취락지구다. 이 지역의 경우에는 그 기준이 적용안된다. 건물이 붙는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 상업 건물과 똑같이 적용이 된다. 상업 건물은 건물이 붙어 있어도 상관 없지 않나"라고 답했다.

자연녹지취락지구는 일조권에 대해 일반 주거지역 등처럼 보호를 받지 못한다고 하면, 이 지역에는 주거용 건물이 들어서면 안되는 것이 맞다. 하지만 또 법령상 자연녹지취락지구에 들어설 수 있는 건물에는 아파트나 기숙사를 제외한 공동주택이 있다. 따라서 분당구청에서 해석한 바에 따르면, 자연녹지취락 지구에는 공동주택이 들어설 수는 있지만, 이 공동 주택은 일조권에 대해 일반 주거지역과 같은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만약, 이 건물 외에도 또 다른 건물이 건물 간 거리가 가깝게 들어선다고 하더라도 법적으로 규제할 방도가 없다. 분당구청 관계자는 "(법이 이러니) 저희가 제한할 수 없다. 행정 관청이 임의대로 해석할 수 없는 부분이다"라며 발을 뺐다.

주민들은 이들 공무원의 태도에 대해 "구청 직원들도 우리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진 듯 보였다. 하지만 그들의 능력 밖 사안인 듯 보였다. 행정업무를 보는 사람이니 법에 맞게 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만약 공무원들이 임의대로 앞 건물에 제한을 두게 되면 앞 건물 시공사 측에서 소송할 가능성도 있지 않겠나. 구청 공무원 입장에서는 할 수 있는게 없어 보였다"라고 전했다.

오히려 주민들은 이런 법의 허점을 이용해 돈벌이에만 혈안이 된 건설사들에 대한 분노가 더 컸다. 주민 A씨는 "애초에 앞에 건물이 들어서지 않는다고 프리미엄을 붙여 판 우리 건물의 시공·시행사 측에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그들의 과대 광고에 속은 것 아닌가. 하지만 이제와서는 자기들이 언제 그런 말을 했는냐고 오리발을 내민다"라며 분노했다.


주민들이 이런 불편을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시공사가 친환경 건설사업 대상을 받았다는 점은 아이러니하다.

미디어SR이 해당 시공사 측에 문의한 결과, "앞에 건물이 들어선다고 말을 한 적이 결코 없으며, 이는 계약서 상에도 명시되어 있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주민들이 녹취한 분양 당시 사무소와의 대화에 따르면, 당시 사무소 직원들은 "앞에는 건물이 들어설 가능성이 희박하고 만약 들어서게 된다고 하더라도 간격이 우리 건물 단지 내의 동간 간격보다 훨씬 넓은 30m는 떨어져서 건물이 생길 것이다"라고 안내했다. 이와 관련해서 시공사 측에 "혹시나 분양 당시 어떤 직원이라도 앞 건물이 들어서지 않는다는 내용을 안내한 적이 없는지 확인해달라"는 요청을 했지만, 답을 들을 수 없었다.

건축법의 취약함도 문제이지만, 또 다른 문제는 안전에 관한 기본법률이다. 최근 취약한 소방법의 문제가 대형 화재 사고로 인해 대두된 바 있다. 지영 씨 건물의 경우, 화재라도 발생하게 되면 소방차 진입로 미확보로 대규모 사고로 확대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분양 당시에는 해당 단지 뒤편으로도 도로를 내서 부족한 주차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분양 광고에 등장한 단지 조감. 그러나 뒤편 옆편 도로는 현재 사유지인 밭으로 도로가 없다.
노란색 사각형이 다른 건물이 공사 중인 지역

 

당연히 해당 도로로 소방차가 진입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주민들은 "도로는 커녕 도로를 낼 것이라고 말한 지역이 사유지라는 것을 최근에야 알았다. 해당 지역은 여전히 밭이다"라며 "소방차 진입에 대해 시공사 측에 문의하니 호스를 길게 빼서 불을 끄면 된다는 무책임만 답변만 해왔다"라고 전했다.

소방법 개정안에 따르면, 100세대 이상 공동 주택의 경우 소방차 전용 주차구역이 확보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지영 씨 건물과 같이 100세대 미만의 경우 법적 테두리에서 강제할 법령이 없는 상태다. 다만, 국토부 소관 주택건설기준에 관한 규정 10조 3항 1호에 따르면, 공동 주택의 각 세대로 소방자동차 접근이 가능하도록 통로를 설치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예외로 적용되는 지역이 있다. 이와 관련, 해당 건물이 예외 조항에 적용되는 건물인지 확인을 하려 시공사 측에 문의를 했다. 시공사는 그러나 해당 문의에 대해 답을 피했다.

입주민들의 안전이나 삶의 질은 건축 시공사에게는 관심 밖의 일로 보인다. 이들은 자신의 배를 불리기 위해 법의 허점을 교활하게 이용하고 있다. 피해는 결국, 입주민들만의 몫이다.

[억울한 주민들①] 서울 벗어나 더 망가진 삶… 판교 운중동 주민의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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