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지영의 [선한 마케팅] – 열여덟 번째 이야기

4월 23일자 블룸버그(Bloomberg) 에 따르면, 아마존이 지난 1년간 가정용 로봇을 비밀리에 개발 중이라고 한다.  일명 베스타(Vesta: 로마 신화에 나오는 가정과 국가, 화로의 여신) 프로젝트로 알려진 가정용 로봇의 프로토타입은 고성능 카메라와 컴퓨터 비전 소프트웨어가 탑재되어 있고 무인 자동차 처럼 방에서 방으로 이동할 수 있다고 한다. 블룸버그는 빠르면 올해 후반에 가정에서 실제 테스트를 시작할 예정이라 보도했다. 

더 구체적인 정보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런 소식들을 접하면 조만간 가정에서 목이 마를때 물을 가져다주고 알아서 필요를 채워주는 로봇을 살 수 있는 시대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예전에는 영화나 공상 과학 소설에서나 상상할 수 있었던 그런 현실이 다가오는 것 같다.   

#인공지능 상품들, 어떤 것들이 있나
2010년 애플이 아이폰에 시리(Siri: 머신 러닝과 인공지능 기술 기반 음성 비서)를 론칭했을 때를 생각해보자. 아이폰의 시리가 날씨를 물어보면 날씨를 알려주고, 약속이 생기면 약속을 달력에 기록해주고, 필요한 정보를 물어보면 인터넷에서 정보를 대신 찾아주는 등 마치 개인 비서처럼 답을 해주는 그 능력에 많은 사람들이 신기해 했었다. 최근에는 삼성의 빅스비(Bixby)와 구글 어시스턴트(Google Assistant)도 같은 용도로 이용되고 있다. 

2010년 선보인 애플의 시리.

생각해보면 우리 주위에서 인공지능 기반 상품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집안을 돌아다니며 여기저기 구석까지 청소해주는 로봇 청소기도 한 예다. 아이로봇 룸바(iRobot Roomba)를 비롯, 다이슨의 360 아이 (Dyason 360 Eye), 삼성의 파워봇(Powebot) 등 다양한 로봇 청소기들이 앞다투어 선보인다. 한편 스마트홈 바람이 불면서 가정용 기기들이 사물간의 소통을 통해 집의 시스템을 관리하는 이른바 사물 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도 붐을 이뤘다. 삼성 smart things나 wink로 가정용 시스템을 연결해 허브로 삼고, 구글 홈(Google Home: 구글의 음성 비서 시스템)에 “오케이 구글, 거실 불을 꺼(Ok Google, turn off the living room light)”라고 말을 해 집안 시스템을 조절할 수 있다. 또한  집 밖에서도 문이 잠겨 있는지 확인하고, 창문 블라인드를 내리고 올리는 등 집안의 사물들을 모바일 기기를 통한 컨트롤도 가능하다.  
 
특히 최근에는 아마존(Amazon)이 인공지능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형세다. 4년전 인공지능 기반 음성 비서 시스템인 알렉사(Alexa)가 포함된 스피커 에코(Echo)를 시작으로, 2017년 6월에는 화면까지 달린 에코 쇼(Echo Show)와 에코 스팟(Echo Spot)을 론칭했다. 음성으로만 소통하던 답답함에서 벗어날 수 있게 화면을 통해 소통하는 인공지능 비서를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알렉사와 구글은 로봇청소기 룸바의 최신 버전에 포함되어 있다. 
 
 

에코 쇼(Echo Show) 사용 데모 비디오: 음성으로만 소통 가능했던 기존 에코에서 한층 더 향상된 기능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아마존 랩126이라는 하드웨어 연구 개발 부서가 개발했다. 아마존 랩 126은 에코 뿐 아니라 파이어TV(Fire TV) 셋톱 박스, 파이어(Fire) 태블릿, 파이어 폰(Fire phone: 아마존의 스마트폰) 등을 개발한 주역이다. 사실 아마존은 2013년부터 키바(Kiva)라는 로봇을 물류에 도입해 물류창고 관리의 효율성을 높였다. 그런데 이번에 알려진 가정용 로봇 베스타 프로젝트는 물류관리를 주로 담당하는 자회사 아마존 로보틱스가 아닌, 아마존 하드웨어 담당인 랩126이 관장한다는 점에서 기존 로봇과는 차별화되는 훨씬 더 정교한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는 기대를 하게 한다.  

이밖에도 주요 유통업체들은 소비자의 쇼핑 경험을 향상시키고 재고 관리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로봇들이 도입되고 있다. 홈 임프루브먼트 브랜드 로우즈(Lowe’s)의 경우, 2016년 로우봇(Lowebot)을 샌프란시스코 지역의 매장에 시범적으로 도입했다. 같은 해 대형 유통업체 타겟(Target)도 탈리(Tally)라는 로봇을 개발, 테스트 했다. 2017년 10월에는 월마트도 상품 관리를 위한 로봇을 매장내에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처럼 향후에는 소비자들이 로봇이 돌아다니는 매장 환경에서 쇼핑할 가능성도 높다.  
 

로우즈의 로우봇(Lowebot): 소비자의 쇼핑 경험 향상을 위해 도입된 로봇

더 큰 범주에서는 IBM의 왓슨(Watson)이 머신 러닝 기반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데이터 속에서 가치있는 정보를 추려 비즈니스를 도울 뿐 아니라 병원에서 환자의 병 진단과 최적화된 치료 방법을 제시해 주는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처럼 인공지능과 머신 러닝 등이 산업을 넘나들며 다용도로 도입되고 있는 실정이다. 

#개인적, 사회적 이점 vs.  사생활 침해 우려  
며칠전 영국 BBC는 아마존 에코를 노인과 장애인들에게 보급한 영국의 햄프셔 카운티 소식을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햄프셔 카운티는 노인 혹은 장애인이 있는 50가정에 아마존 에코를 무료로 공급하여 인공 지능 기반 스마트 기기들이 이들을 돌보는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는지를 살펴보기 위한 실험이라 한다. 에코를 무료로 받은 시민들은 에코로 음악을 듣고, 집안 조명을 컨트롤 하고, 쇼핑 목록을 작성하고, 오디오북을 듣는다고 유익함을 전했다. 햄프셔 카운티의 한 임원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음성 인식 서비스같은 새로운 기술이 사회 복지 중 가장 기본적이지만 많은 비용과 인력이 필요한 “15분 체크인(15 minutes check-in: 사회 복지사가 직접 방문해 별일이 없는지, 약을 챙겨먹는지 등을 체크하는 복지서비스)” 같은 서비스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이처럼 인공지능 기반 상품들, 음성 인식 서비스들은 개개인의 편의성 면에서, 더 나아가 사회적으로도 이익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간과할 수 없는 개인의 사생활 침해의 가능성도 있다. 뉴욕타임즈의 한 사설은 24시간 항상 소통할 준비가 되어있는 알렉사가 “소름끼친다(Creepy)”고 언급하기도 하였다. 최근 리서치 기관인 젠팩트(Genpact)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 영국, 호주 시민 5천명 중 71%가 소비 경험이 향상된다고 하더라도 기업들이 인공지능을 이용한 사생활 침해가능성이 있다면 그러한 서비스를 원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다시 말해 소비자들은 인공지능 기반 상품과 서비스에 축적된 개인 데이터가 어떻게 이용될 지에 대해서 우려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어쨌든 우리가 원하던 원하지 않던 인공지능이 대세가 되고 우리 생활 속에 깊게 자리잡을 시대의 흐름을 피할 수는 없다. 혹자들이 우려하는 것처럼 인간이 인공지능에 지배되는, 어쩌면 말도 안될 것 같은 그런 상황을 피하려면 그 개발 중심에 있는 기업과 엔지니어들이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인간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역할에만 충실하게 인공지능 제품들을 디자인하고 개발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인공지능 상품∙서비스를 통해 축적된 데이터의 사용에 관해 뚜렷한 입장을 명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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