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픽사베이

 

“왜 퇴직연금 운용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없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법에서는 매년 1회 이상 ‘퇴직연금 가입자 교육’을 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는 데도 말이다. 실제로 보험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근로자의 35%가 교육을 경험하지 못하고 교육 내용이 부실해 형식적인 교육에 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퇴직연금 가입자 교육은 퇴직연금과 관련해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지식과 정보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적지 않은 가입자들이 오랜 가입기간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가입한 퇴직연금이 DB(확정급여형)인지 DC(확정기여형)인지 조차 모르는 실정이다. DB형이라면 회사가 책임지고 운용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큰 문제가 없지만 근로자가 자기 책임 하에 운용해야 하는 DC형이라면 더욱 심각하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원리금 보장상품에 의지하다 보니 1%대의 낮은 수익률에서 지지부진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DC형이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다. 결국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퇴직연금의 낮은 수익률에 대한 해법 중 하나가 바로 가입자 교육의 강화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가입자 교육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보다도 기업이 퇴직연금 교육에 대한 책임의식을 갖고 실질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 나서야 한다. 법적으로도 가입자 교육에 대한 책임은 사업자인 금융회사가 아니라 기업에게 있다. 그럼에도 기업의 32%가 가입자 교육의 법적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책임 의식이 없으면 교육이 잘 이뤄질 수 없다. 아무리 좋은 내용이라도 기업에서 근로자를 위해 교육 환경을 제공하지 않는다면 헛일이 될 공산이 높다. 근로자가 스스로 자신의 노후를 성공적으로 준비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복리 후생 차원이 아니라 기업의 중요한 사회적 책임이다.  

둘째, 효율적인 교육이 되도록 가입자 교육의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법적으로 가입자 교육의 책임이 기업에게 있지만 금융회사인 사업자에게 위탁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실제로는 퇴직연금 가입 기업의 87.7%가 사업자에게 위탁해 무료로 진행하고 있다. 무료이다 보니 높은 교육의 질을 애초 기대하기 어려울 수 밖에 없다. 게다가 가입할 때만 교육이 이뤄질 뿐 연금 운용에 대한 투자교육 등 계속 교육을 받은 근로자는 14.3%에 불과하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지난 2011년 법률 개정을 통해 투자 지식을 높이기 위한 계속 교육을 강화했다. 계속 교육을 통해 직장인 인생설계, DC제도 자산운용방법, 자산배분 시뮬레이션 등을 다루고 있다.    

셋째, 가입자 교육의 내실화를 위해 이를 표준화 하고 교육 사각 지대 해소를 위한 인프라를 만들 필요가 있다. 조사 결과 근로자나 기업 모두 형식적인 가입자 교육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 일정 수준의 자격을 갖춘 전문가가 가입자 교육을 진행하도록 하고 있다. 영국은 퇴직연금 교육 전문기구인 연금교육서비스센터(TPAS:The Pension Advisory Service)를 설치해 가입자가 양질의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전문화된 가입자 교육 인프라를 구축했다. 퇴직연금제도가 실질적인 연금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양적인 성장 만큼 질적 성장이 시급한다. 이를 위한 첫걸음은 바로 가입자 교육의 개선이다. 연금 교육이야 말로 기업과 금융회사 모두의 사회적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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