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공: IBK기업은행

블라인드 채용에서 본인 확인 등의 이유로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해 기업이 지원자의 성별과 나이를 알 수 있다는 '허점'이 드러났다. 이에 시민단체는 "블라인드 채용에서 주민등록번호에서 태어난 연도와 성별이 드러나는 숫자를 기입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올 상반기 신입 행원을 선발하기 위해 블라인드 채용을 진행하고 있는 IBK기업은행은 필기시험 대상자에게 유의사항을 공지하며 '880524-2xxxxxx'와 같이 지원자의 나이와 성별을 알 수 있는 주민등록번호 7자리와 사진을 등록하라고 당부했다. 

기업이 주민등록번호를 통해  지원자의 나이와 성별을 알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에 기업은행이 채용 과정에서 해당 정보를 활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됐다. 실제 지난달국민은행이 남성 지원자의 점수를 올리고, 하나은행은 여성 지원자만 커트라인을 높이는 등 동종업계에서 성차별 채용이 적발돼 더욱 예민한 사안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미디어SR에 "기업은행은 주민등록번호에 있는 나이와 성별을 채용과정에 활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규모 필기 시험에서 본인 확인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전산에 입력된 주민번호와 사진을 현장에서 신분증과 얼굴을 대조해 확인하는 것이 제일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해명했다. 

또, 블라인드 채용에서 주민번호 7자리를 입력하는 것은 강제 규정이 아니라는 점을 들어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민등록번호 월일(月日)만 넣는 것은 고용노동부에서 발표한 공공기관 블라인드 채용 가이드라인에서 우수사례로 꼽히긴 했지만, 단지 사례일 뿐이고 강제 규정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사실 고용노동부는 이미 공공기관에 주민번호 월일만 기입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박상원 직업능력평가과 사무관은 "현재는 공공기관에 주민등록번호의 월일자만 기입해 본인 확인에 사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번 3월에 공공기관 채용비리 합동대책에도 그 부분이 들어갔었다"라고 말했다.

다만, 이는 공공기관에 필요사항으로 권고된 내용이라 민간에까지는 공유되지 않아 민간 기업들은 해당 내용을 모를 가능성이 높다.

주민번호와 생년월일 외에 마땅히 본인 확인을 하는 방안이 없다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임희종 고용노동부 청년고용기획과 "주민번호 수집 외에 개인정보 식별에 대한 마땅한 시스템이 없다. 정부는 이렇게 수집된 개인정보를 기반으로 지원자를 선발하지 않도록 모니터링하는 정도다"라며 한계를 밝혔다. 

시민단체는 주민번호 7자리를 입력하는 것은 블라인드 채용이 아니며, 이를 제지할 강제적인 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나현우 청년유니온 기획팀장은 미디어SR에 "주민등록번호의 태어난 날과 뒤를 적게 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나이와 남성과 여성을 밝히라고 하는 것으로 블라인드 채용이 아니라고 본다. 채용과정에서 활용하는 게 아니라면 물어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또, 신원확인 절차는 합격하고서도 할 수 있다며 "블라인드 채용을 할 때 취지를 제대로 살리려면 채용 과정에서 해당 정보는 없어야 한다. 지난 하나은행과 국민은행 등에서도 성차별 채용에 있어 해당 정보가 활용된 사례도 있으니 더욱 넣을 필요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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