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비(NIMBY l Not In My Back Yard)는 그 지역에 필요한 시설물임에도 개인주의 성향과 경제적 이익 때문에 내 지역에의 시설물 설립을 반대하는 지역 이기주의 현상을 뜻하는 말이다.

과거에는 화장터, 쓰레기 소각장의 혐오시설들을 주로 반대했지만, 오늘날에는 특수학교, 어린이집, 소방서 등의 시설물에까지도 지역 주민들의 반대가 극심하다며 새로운 님비 현상을 언론이 집중 조명하고 있다.

하지만 미디어SR이 지역 주민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관련 당사자들을 취재한 결과 님비는 지역 주민 중 극히 일부만의 이야기였다.

소수의 극렬한 반대론자를 제외한 다수의 지역 주민들은 해당 설립물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었으며 보다 적극적인 이들은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는 이들을 비난하기까지 했다.

소수의 이야기를 님비 현상으로 확대 재생산하는 언론의 보도 행태는 도리어 지역의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치고, 해당 시설물에 대한 막연한 공포심을 유발할 수 있다.

미디어SR이 우리 지역 사회 님비 현상의 실체를 전한다.

님비 현상으로 언론에 보도된 곳을 미디어SR이 직접 취재했다. 예상과 달리, 지역 주민들은 뿔난 얼굴을 하고 있지 않았다. 오히려 소수 이익집단의 돌발 행동에 관해 일반 주민들은 부끄러워하고, 상생 방안을 함께 고민하고 있었다.

강서구 특수학교 반대... '나는 찬성하는데...'

내년 9월 개교를 앞둔 서울 강서구 특수학교 설명회가 일부 주민들의 욕설로 얼룩졌다는 소식이 이곳저곳에서 들린다. 여기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일부 주민'이라는 것. 실제로 특수학교 건립에 극렬히 반대하는 집단은 극소수였다.

강서 거주자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강서구민을 전국적으로 지역이기주의에 사로잡힌 이상한 사람으로 만들어 놓으니 답답하다', '마곡 주민까지 이상하게 엮어서 (님비로) 보는 시선 때문에 짜증이 난다'는 등의 의견이 즐비했다.

실제로 특수학교 설립에 반대하는 것은 일부 극성 주민들인데 언론에서는 모든 주민을 '님비 족'으로 몰아가니 당황스럽다는 것이다.

강서 거주자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특수학교 설립 관련 김성태 의원과 언론 보도에 관한 지역 주민 댓글.

이은자 강서장애인가족지원센터장은 "3월 설명회 때 반대 집회에 나오신 분은 스무 명이 채 안 됐다"며 "듣기로는 극성 반대자들이 전날부터 나와야 한다고 주민들을 선동했는데도 지역 주민들은 거의 집회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은자 센터장은 "그렇게 나온몇 명마저도 모자, 마스크, 선글라스를 전부 끼고 왔다"고 덧붙였다.

어른들은 학생이 싫은 게 아니다

한편, 지역 주민들이 집값이 떨어질까 봐 학생들의 기숙사 건립을 몇 년째 반대한다는 소식에, 청년들은 어른들이 너무 이기적인 것 같다고 외치고 있다.

그런데 2015년 기숙사 건립 반대 시위가 격렬했다던 세종대학교가 위치한 서울시 광진구 군자동. 3년 후 찾은 이곳에서는 '기숙사 반대'에 관한 이야기를 전혀 찾을 수 없었다.

당시 기숙사 건립 반대에 관해 기억하냐는 질문에 군자동 주민들은 "기억이 안 난다"라거나 "기숙사에 대해 반대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2015년 신축된 세종대학교 기숙사. 김시아 기자

취재 결과, 당시 언론의 보도와는 달리 지역 주민들은 학교 기숙사 건립에 반대한 '님비'족이 아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세종대학교 관계자는 "당시 지역 주민들이 기숙사 건립에 반대했던 것이 아니라 분리수거장 설치에 반대했던 것"이라며 "언론에서 마치 지역 주민이 기숙사에 대해 반대한다는 듯이 오보를 냈다"고 말했다. 이후, 세종대학교가 분리수거장을 교내에 짓기로 합의를 본 후에는 기숙사 관련해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 것이다.

올해 화제가 된 고려대학교 기숙사 건립을 반대하는 안암동 주민들. 고려대는 2013년 학교 부지인 개운산 근린공원 내에 1100명 규모(2만5782㎡)의 기숙사 신축 계획을 발표했으나, 지역 주민의 반대로 건립을 못 하고 있다 한다.

그런데 안암동 또한 잠잠했다. 그 흔한 기숙사 건립 반대 현수막 조차 찾을 수 없었다.

알고 보니 기숙사 건립에 반대 운동을 하는 것은 일부 임대업자로, 대부분 지역 주민들은 청년들의 처지를 이해한다는 견해를 가지고 있었다.

고려대학교 인근 안암동에 부착된 원룸 광고물. 김시아 기자

안암동에 20년 동안 거주한 주민 A 씨는 "이미 (원룸) 공실이 많아서 임대업자들이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런데 학생들이 어떻게 그 많은 보증금을 감당하겠냐"며 "최근에도 학생들이 기숙사 문제로 행진했던데, 잘 합의해서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동산업자 B 씨는 기숙사 건립 반대에 관해 "임대업자들이 넘치는 공실 때문에 많이 힘들어 반대하고 있다"며 "그런데 (건립 관련해) 아직 정식 허가가 난 것도 아니어서 임대업자들도 현수막을 자발적으로 내리는 등 반대 표시를 자제하고 있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성내동 청년 주택 님비 족? "우리도 짓게 해달라는 것뿐인데..."

권리를 달라는 것 뿐인데, 님비로 몰려 억울해하는 주민들도 있다. 서울 강동구 성내동 주민들이다. 서울시는 성내동에 저소득 청년에게 시세의 60% 수준의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역세권 2030 청년 주택’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하 7층, 지상 35층 규모의 임대주택 건물을 신축하는 계획이다.

언론은 우후죽순 '빈곤 청년'을 배척하는 이기적인 지역주민이라는 주제로 글을 싣고 있지만, 지역 주민들은 이런 보도에 억울해하고 있다. 대다수 주민들이 주장하는 것은 '빈곤층 유입 반대'가 아닌, '용적률 변경'이기 때문이다.

성내동 청년 주택 건립에 관한 현수막. 권민수 기자

성내동은 몇십 년 동안 개발이 제한돼 주민 대부분이 단층에 살고 있다. 그런데 이 지역에 35층짜리 청년 임대주택이 생긴다니 주민들은 화를 내는 것이다. 현재 주민들의 용적률은 250%인 반면, 청년임대주택은 660%~800%다.

성내동 부동산업자 C 씨는 "기존 주민들 땅도 용적률을 높여주거나 준주거지역(400%)으로 변경해줘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청년임대주택은 8년 후 민간소유가 돼 해당 소유자에게만 폭리가 적용되는 것이어서, 주민들은 이또한 차별이라고 말하고 있다.

C 씨는 "주민들이 청년을 싫어하거나 청년이 들어온다고 해서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님비의 실체①] "우리 동네가 님비라구요? 소수의 이야기입니다!!"
[님비의 실체②] 낡은 프레임 반복하는 언론이 문제다
[님비의 실체③] 집값 우려, 공포심보다는 설명이 필요해
[님비의 실체④] 님비 없는 포용도시로... 국토부가 그린 미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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