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계 노동자 성폭력 실태 조사 결과,
성폭력 피해 경험 89.7%
성폭력 행위자 47%가 방송사 소속 및 임직원
사후조치 없었다는 답변이 48.7%

방송계 노동자 성폭력 실태 조사 결과. 사진. 방송계갑질119

 

방송계 만연한 성폭력은 결국 불안정한 고용형태에서 기인하며, 방송계의 복잡한 구조 상 사고가 발생한 뒤 책임 소지 역시 불분명하다는 문제제기가 나왔다.

방송계갑질119와 방송스태프노조준비위원회는  지난 2월 14일부터 3월 2일까지 방송제작현장의 성폭력 실태를 확인하고 원인을 진단하기 위한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이번 설문조사에는 총 223명이 응답했다. 조사 결과 성폭력 피해경험을 진술한 비율이 89.7%에 해당하는 200명으로 드러났다. 또 이들 중 80.4%가 별다른 대처를 하지 못한 채 참고 넘어갔다고 답했다. 성폭력 행위자가 누구였냐는 질문에 전체 47%의 응답자가 방송사 소속 임직원을 꼽았다. 그런 반면, 방송사가 성폭력 사건 발생 시 적절한 처리를 할 것으로 생각하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88.3%가 아니라고 답했다.

방송계갑질119 측은 "주목할 것은 피해경험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대처를 하지 못한 이유와 방송사가 적절한 처리를 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는 이유가 공통적으로 '불안정한 고용형태'에서 기인하였다는 점이다"라며 "방송제작현장에서의 성폭력 발생 원인에 대해 응답자의 78.5%가 성폭력 행위자와의 권력관계를 지목했고 66.4%는 비정규직, 프리랜서 등 고용상의 불안을 지목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본다면 방송계 성폭력 실태의 본질을 확인할 수 있다"라고 전했다.

또 방송계갑질119 측은 성폭력 사건을 신고하고 처리할 전담창구의 부재 및 부실한 기능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설문조사 결과, 아무런 전담창구가 없다는 응답이 73.5%에 달했다는 점, 또 다수의 방송계 노동자들이 프리랜서 신분이라는 점에서 회사 내 처리할 창구가 있는 경우에도 신고하고 처리를 요구할 자격이 없다는 응답이 15.2%에 이르렀던 것이다. 전체 응답자 대비 88.7%에게 성폭력 발생 시 전담창구조차 존재하지 않는 것이 방송계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최근 사회 전반에 퍼진 미투 운동의 여파로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성폭력 예술인에 대한 지원을 배제하는 방식 역시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시인 고은이나 이윤택 연출 등 문화계 유명 인사들의 성폭력 사실이 드러난 이후의 조치다.

하지만 방송계는 문체부의 이 같은 정책에서도 빗겨갈 수 밖에 없다고. 방송계 갑질의 스태프 이만재 씨는 18일 미디어SR에 "방송계를 지원하는 부서는 문체부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갈래로 쪼개어져 있다. 문체부 산하 컨텐츠진흥원에서 지원하는 부분도 있지만,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의 지원 사업들도 있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지원하는 사업도 있다. 이렇게 여러가지로 쪼개어져 있다보니 방송 쪽 사업자들이 문체부의 눈치를 크게 본다거나 하지는 않는 구조다. 따라서 문체부만의 정책은 방송계에서는 큰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 본다"라고 전했다.

이 씨는 또한 "방송 프로그램이 방송사 자체 제작과 외주 제작으로 나뉘어져 있지만 외주 제작의 경우는 방송사의 하청 개념이다. 따라서 실질적으로는 방송사가 책임을 져야 하는 부분이 있는데, 방송사 입장에서는 법적으로 빠져나갈 수 있는 소지가 있기도 하다"라며 방송계 프리랜서 노동자들이 사실상 여러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음을 지적했다.

방송계갑질119와 방송스태프노조준비위원회는 18일 오전 이번 설문조사 결과와 관련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권순택 언론개혁시민연대 활동가와 함께 문제해결방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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