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식 금감원장이 17일 오전 사퇴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KBS 뉴스 캡쳐

김기식 금감원장이 해외 출장과 후원금 문제로 사퇴 압박에 결국 사의했다. 공식 취임한 지 15일 만의 일이다. 최흥식 전 원장에 이어 김기식 원장까지 사퇴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금융개혁을 위한 발걸음이 무거워졌다. 김 원장은 최단기 금감원장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1일, 금융당국 권위 위상 확립해야

공식 취임에 앞서 언론에서는 그의 발언을 낱낱이 분석했다. 참여연대 시절은 물론 국회 의정 활동과 칼럼까지 들춰봤다. 김 원장의 기업구조조정과 재벌 개혁 방향을 예측하기 위해서다. 반면, 김 원장은 30일 내정 발표 이후 내부 공지를 통해 "아직 취임 소감을 밝힐 입장이 아니다. 적절한 시기에 언론과 이야기할 기회를 가질 것"이라고 언론 응대를 일절 거부했다.

김 원장은 2일 취임사를 통해 "여러 논란에 휘말리면서 "금융감독기구는 권위가 중요함에도 금융시장에서조차 권위가 바닥에 떨어졌다"며 "이런 상황에선 금융개혁을 열망하는 국민들의 기대치를 만족시키기란 요원하다. 금융당국의 권위와 위상을 확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5일 - 하나금융 정조준했으나 각종 의혹 쏟아져

김기식 신임 금융감독원장은 5일 금감원을 찾은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과의 면담 자리에서 “하나은행 조사결과를 보고받으면서 여성 채용을 막고자 남녀 채용 비율을 미리 정해놓고 점수를 조작한 부분이 가장 충격적이었다”고 말했다. 기업구조조정과 재벌 개혁 방향보다는 금융감독원과 첨예한 갈등을 빚었던 하나금융지주와의 갈등을 먼저 언급한 것이다. 

동시에 지상욱 바른미래당 정책위의장은 5일 "피감기관 돈으로 해외 출장을 다녀온 김기식 전 의원을 금감원 새로운 수장으로 임명한 정부는 도대체 무슨 정신인 건가"라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말했다. 김 원장이 지난 19대 의원 시절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돈으로 9박 10일 해외시찰을 다녀온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이후 야권에서는 김 원장이 소장으로 있던 미래연구소가 금융사와 대기업 대관 업무 담당자를 대상으로 고액 강좌를 운영하는 데 관여하고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활동 당시 한국거래소 지원을 받아 보좌관과 외유성 출장을 다녀왔다는 의혹을 쏟아내고 임명 철회를 외쳤다.

8일 - 청와대 "임명 철회는 없다.", VS 수행 비서에 `인턴`이라니?

김 원장은 피감기관 예산으로 수차례 출장을 다녀왔다는 의혹에 대해 "소신과 원칙에 따라 진행한 일"이다. 다만 공직자로서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지 못했다"고 사과했다. 취임 6일 만에 고개 숙인 것이다. 청와대는 9일 김기식 원장 관련 임명 철회 여부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입장을 명확히 했다. 

청와대가 임명 철회는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김 원장을 끌어안고 가면서 김 원장에 대한 파상공세가 이어졌다. 자유한국당에서는 해외 출장 당시 김 원장이 정책비서가 아닌 인턴을 업무보좌로 기용한 것을 두고 강하게 비난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공교로운 일인지 이 여비서는 황제 외유 수행 이후 2015년 6월 국회 사무처에 6급 비서로 등록됐다"며 이어 "2016년 2월 7급 비서로 6개월여 만에 승진 임명됐다"고 밝혔다.

이어 자유한국당은 9일 오후 국회 본관에서 의원총회를 열어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사퇴 촉구 시위를 벌였다.

10일 야당, 정치 후원금 땡처리 후원 의혹 추가 제기

김 원장은 10일 삼성증권 유령주식 발행 사고와 관련해 10일 금융투자협회 간담회에서 증권사 사장들과 간담회를 열고 투자자보호, 내부통제 강화를 주문했다. 각종 의혹에도 정상적인 업무수행 의지를 보인 것이다. 

반면, 김기식 금감원장에 대해 야당은 땡처리 외유와 땡처리 후원 의혹을 추가로 제기했다. 김성태 의원은 "김 원장이 2016년 5월 19일 민주당 내 연구단체인 더좋은미래에 5,000만 원을 연구기금 명목으로 한꺼번에 계좌이체를 했다"고 밝혔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땡처리 외유에 대해서는 "2016년 독일, 스웨덴, 네덜란드 등 방문해 사회경제협의회 관계자와 면담은 법적 문제가 전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청와대는 "김기식 금감원장의 정치자금 의혹과 관련해 선관위에 유권해석을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16일 - 선관위 셀프 5천만 원 후원은 선거법 위반"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5천만 원 셀프 후원은 선거법 위반이라고 결론 내렸다. 김기식 원장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해임 사유는 아니라면서 끝까지 김기식 원장을 보호했으나 김 원장은 선관위 발표 이후 사의를 표명했다.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은 17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공직의 무거운 부담을 이제 내려놓습니다"라며 중앙선거위의 판단에 대해 “솔직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심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법률적 다툼과는 별개로 이를 정치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청와대는 17일 오전 중으로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제출한 사표를 수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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