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는 13일 최초로 갑질이라는 단어를 기사에 게재하며 "중세시대 영주처럼 임원들이 부하 직원이나 하도급업자에게 권력을 남용하는 행위"라고 정의했다. 사진은 위키미디어의 갑질 정의. 이승균 기자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의 폭언과 고함으로 재벌 갑질이 수면에 올랐다. 한국 재벌의 사회적 파문은 연례행사에 가깝다. 회장 아들의 기내 난동, 운전기사 폭행, 비행기 회항에서 화물노동자 야구방망이 구타까지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사건이 끊이지 않는다. 국민들은 어이가 없다. 왜 그들은 갑질을 멈추지 못할까?

 # 갑질 인성 문제냐 폭력의 역사냐

강주현 글로벌경쟁력강화포럼 대표는 "태생 자체가 특별한 환경에서 태어나 예외적인 상황을 겪어보지 못한 것"을 갑질의 원인으로 설명했다. 강 대표는 "단 한 번도 비굴한 적이 없었던 재벌은 그렇지 않은 상황에 부닥쳐본 적이 없어 상황 자체를 이해 못 한다"고 말했다.

정선섭 재벌닷컴 대표는 교육을 문제 삼았다. 정 대표는 "기본적으로 한국 재벌은 인성이 미흡하다. 운명공동체에 대한 의식이 결여되어 있다. 재벌들이 가지고 있는 교육의 문제"로 해석했다. 이어 그는 "재벌 3세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해외 유학을 다녀와 한국에서 초고속 승진으로 최고경영자에 오르는 과정에서 인성 교육이나 검증 절차는 전무하다"고 토로했다.

황지영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 교수는 "한국 오너의 갑질은 문화와 사회적으로 `그렇게 되도록 양육`된 것 같다. 한국인의 정신 속에 뿌리박혀있는 유교문화의 영향이 아닐까 싶다. 교육, 경제력, 사회적 위치 등의 어떤 종류이건 위계질서에서 한 단계라도 위에 있으면 아래에 있는 사람에게 하대할 수 있게 만들었던 문화이다 보니 현재까지 영향이 있는 것이다. 더구나 기업 오너의 경우 주위에서 너무도 떠받드는 문화에 익숙하고 피드백 받을 기회가 적어 이슈가 될 만큼 큰 문제를 초래하게 되는 게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조금 더 과격한 해석도 있다. 마음연구소 서천석 대표는 13일 페이스북을 통해 "인성의 문제라고들 이야기한다. 내가 보기엔 아니다. 아주 오랫동안 폭력과 폭언을 문제 해결 방식으로 학습해온 결과일 뿐. 그들은 반성하지도 않을 거고 반성할 이유도 없다고 생각한다. 그냥 면피를 위해 죄송하다고 하고 잠시 물러났다 다시 돌아온다. 그들은 폭력과 힘의 행사가 가장 효율적인 지배수단이라 믿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 갑질 문제, 재벌 엄벌과 시민사회 캠페인 필요

강주현 대표는 재벌 갑질을 없애기 위해서는 "논란이 될 때만 울분을 토하지 말고 노블레스 오블리주 같은 캠페인을 오랫동안 전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급박하게 변하는 시대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는 재벌들의 인식 변화를 끌어내야 한다는 설명이다. 

반면, 정선섭 재벌닷컴 대표는 자질검증과 무소불위의 재벌 권력에 대한 견제를 강조했다. "재벌의 일탈에 대해서 사회적으로 강한 엄벌을 해야 한다. 이러한 이력이 있는 재벌은 장기간 경영 참여에 배제하는 엄단이 있지 않은 한 통제하기란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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