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대란입니다. 환경부 긴급조치에도 정말 혼란스럽습니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자체적으로 쓰레기를 처리하겠다고 합니다. 정부에서는 부랴부랴 부처 합동 대책을 내놓았습니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습니다. 지구가 더는 인류의 쓰레기를 수용할 수 없는 한계에 도달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정부와 기업, 그리고 소비자가 합심해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이에 미디어SR은 최근 이러한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순환경제에 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일반인은 물론 디자인 전문가에게도 생소한 기업 '테트라팩'. ‘소중한 것을 지킨다(Protects What’s Good)’라는 기업 모토를 가진 글로벌 기업 테트라팩은 음료팩을 전 세계 170개국 이상에 수출하는, 전 세계 판매수익이 약 15조 원에 육박하는 거대 기업이다. 작년 한 해, 이들이 판 음료팩의 개수는 1880억 개로, 한국에서만 16억 개를 팔았다.

그런데 이들의 최대 관심사는 제품 판매가 아니라, 제품 폐기 후의 과정이다.

이들은 왜 70년 동안 '순환경제'를 비즈니스 모델로 삼았을까? 테트라팩 코리아의 김광진 환경부장을 만나봤다.

테트라팩 코리아의 김광진 환경부장. 김시아 기자

다음은 김광진 부장과의 일문일답.

기업의 순환경제란 무엇인가요?

제품을 생산할 때 자원의 취득 과정부터 폐기 후까지를 책임지는 것이 기업의 순환경제 입니다. 테트라팩을 예로 들자면, 음료팩을 생산을 하기 위해 자른 만큼의 나무를 심고, 버려진 음료팩이 제대로 재활용될 수 있도록 투자합니다.

 

순환경제 기업으로서 테트라팩의 가장 큰 고민 두 가지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관한 것이라 들었습니다. 어떤 것인가요?

첫 번째는 대체재를 찾는 것입니다. 제품 생산에 필요한 알루미늄이나 폴리머는 종이와 달리 쉽게 재생 가능하지 않아요. 재활용이 된다 해도 자연부식이 되는 소재가 아니고요. 더 친환경적인 대체재를 찾아야 한다는 '책임'을 가지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바이오 플라스틱의 원가를 낮추는거에요. 바이오 플라스틱 수요가 커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원가가 높으니 음료 기업들이 쉽게 택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고객사가 친환경적인 소재를 마음 편히 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또 다른 '책임'이라고 생각해 원가를 줄이려는 노력을 하고 있어요.

 

기업 입장에서는 실적을 내면서도 순환경제 모델을 구축한다는 것이 부담되지 않나요?

순환경제에 관한 소비자의 요구가 커서 괜찮습니다. 전 세계 소비자의 85%가 앞으로 환경이 큰 쟁점이 될 것이라고 믿고, 42%는 제품을 구매할 때 환경친화적인 기업인지 확인하고 제품을 삽니다. '환경'이야말로 소비자의 니즈가 가장 확실한 분야라는 것이죠. 테트라팩이 작년 역대 최고 실적을 낸 것도, 환경에 대한 투자가 한 몫했습니다. 순환경제를 모델로 삼으면서도 충분히 실적을 낼 수 있다는 것이죠.

 

소비자의 변화에 따라서 기업들이 변할 것 같은데, 눈에 띄는 변화가 있다면요?

뛰어난 기업일수록 소비자의 니즈에 맞춰 빠르게 변화하는 모습입니다. 코카콜라는 2030년까지 100% 재활용 가능한 용기를 만들 계획이고, 펩시코(Pepsi-co)는 100% 자연 분해 가능한 용기로만 제품을 제작하려 합니다. 의류기업 H&M은 해안 폐기물로 재활용 옷을 만들고, 이케아는 낡은 가구를 수집합니다.

이처럼 유수의 기업들은 환경에 대한 고민이 없으면 글로벌 시장에서 쉽게 도태된다는 것을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재활용률이 계속 떨어지고 있습니다. 업계에서 보았을 때 국내 순환경제의 현실은 어떤가요?

선진국에 비해 국내 재활용 업계는 특히 힘든 편입니다. 수지타산이 안맞고 인프라가 취약하기 때문이죠. 국내에서는 수요 물량도 너무 적어 중국에 수출하는 것이 거의 유일한 수익 모델이었는데, 최근 중국 정부가 금수 조처를 내려서 재활용된 자재가 갈 곳을 잃어버린 상황이에요. 순환경제의 부재가 낳은 해프닝이라고 봅니다.

환경부에서 시행하는 생산자책임재활용(EPR)제도. 제공: 한국환경공단

정부 제도도 현실 반영을 못 하고 있어요. 국내 순환경제의 가장 주축이 되는 제도가 생산자책임재활용(EPR)제도라는 것입니다. EPR제도는 포장재를 생산해 시장에 판매하는 업체들이 제품 사용 후에 대한 수거와 재활용의 의무도 지게 하는 제도에요. 이 때, 수거하고 재활용하는데 드는 비용이 판매 수익보다 큰 것을 고려해, 정부에서 기업체에 일정 금액의 인센티브를 줍니다. 그런데 기업들은 환경부가 고지한 목표량을 못 맞춰 거의 매번 인센티브의 절반을 벌금으로 내고 있는 실정이에요. 제도도, 예산도 제대로 활용을 못 하고 있는 거죠.

 

어떻게 해야 국내 순환경제가 활기를 띨 수 있을까요?

정부, 기업, 소비자가 협심해서 각자가 할 수 있는 영역에서 책임을 다해야 해요. 기업이 특히 중요한데, 제품을 생산하고 공급하는 기업뿐만 아니라 이해관계가 조금이라도 있는 기업도 힘을 합쳐야 합니다.

일본 대형 마트 외부에 설치된 재활용 상자. 제공: AEON

예를 들어, 일본의 대형 마트 외부에는 분리수거함이 따로 설치돼있어요. 대량으로 수거해서 대량으로 재활용 업체에 공급하면 효과가 더 뛰어나다는 것에서 착안해 시작된 문화입니다. 생산자가 아님에도, 공급자로서의 책임 의식을 가지고 있는 것이죠.

시민들도 마트에서 구매했던 물건의 포장재를 마트에 방문할 때 다시 가져다 놓습니다. 국가나 기업에서 주는 보상이 전혀 없음에도 말이죠. 그만큼 높은 시민의식이 재활용 시장의 원동력이 되어줍니다.

 

그럼 일반 시민들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대한민국 순환경제에 도움을 줘야 할까요?

올바른 분리배출이 시작이에요. 예를 들어, 사람들이 보통 코팅된 종이 포장지를 '종이류'에 버리죠? 그러면 그 포장지는 절대로 재활용될 수 없어요. 포장지가 전부 종이로 이뤄진 것이 아니어서 폐지와 함께 버려지면, 분리되기는커녕 전부 소각되고 맙니다. 그야말로 '생돈'이 날아가는 거에요. 그러기에 분리배출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해야 합니다. 방법만 제대로 알고 버려도 순환경제에 아주 큰 도움이 될 수 있어요.

 

앞으로 기업들은 어떻게 '순환경제'에 뛰어들어야 할까요?

순환경제 모델에 대한 투자는 당장은 가시적인 성과를 못 이룰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지속적으로 투자하면 미래가 알아줍니다. 그러니까 순환경제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정답이에요.

무리하기 시작하기보다는, '기업에게는 제품 폐기 후의 과정에도 책임이 있다'는 의식을 가지고 시작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순환경제가 온다①] 순환경제, 새로운 물결 새로운 패러다임
[순환경제가 온다②] 순환경제의 선두주자 테트라팩을 만나다
[순환경제가 온다③] 순환경제는 재활용부터, 국가별 재활용 문화 어떻게 다를까
[순환경제가 온다④] 한국의 순환경제 어디로 가고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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