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보아오포럼에 참석한 최태원 SK그룹 회장. 제공: SK그룹

"기업들이 주주, 고객 등 직접적 이해관계자를 위한 경제적 가치 외에 일반 대중, 시민단체, 정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위한 사회적 가치도 만들어 내야만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안정적인 성장이 가능하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중국 하이난다오(海南島)에서 열린 보아오포럼(아시아 국가의 협력을 통한 경제발전을 목표로 하는 비정부·비영리 민간기구)에 참석해 한 말이다. 최 회장은 9일 보아오포럼의 ‘격변기 기업의 새로운 역할’을 주제로 한 조찬 포럼에 참석해 기업의 성장전략으로서 사회적 가치 창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최 회장은 사회적 가치 창출은 기존 시장과 고객을 두고 서로 뺏거나 뺏기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다양한 시장의 플레이어와 함께 성장하며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나가나는 경영전략이라고 소개했다.

이날 패널로 참석한 글로벌 리더들은 최 회장의 사회적 가치 경영이 경영성과뿐만 아니라 미래를 위하는 혁신적인 경영방법이라 공감했다. BCG(보스턴 컨설팅 그룹) 한스 파울 뷔르크너 회장(Hans-Paul Bürkner), 린이푸(林毅夫) 베이징대 교수 등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경제의 거장들이 최 회장의 사회적 가치 경영에 공감한다는 점에서 앞으로 `사회적 가치`가 더욱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세계적 컨설팅기업인 BCG한스 파울 뷔르크너회장은 사회경제적 약자 배려, 환경보호 등 `착한 경영`으로 사회적 영향 점수가 상위 10% 이내에 속해 있는 기업은 중간 그룹(50%)에 비해 기업가치와 마진율 측면에서 프리미엄이 붙는다고 설명했다. 이른바 사회적 가치 창출이 기업가치나 기업성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세계은행 부총재 출신의 중국 경제학계 거두인 베이징대 린이푸 교수는 사회적 가치 경영은 중국의 경제정책과 우선순위를 정하는 데 참고할만한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밝혔다. 또, 중국의 대표적인 경영대학원인 장강상학원 샹빙(項兵) 총장은 사회적 가치를 키우는 방향으로 경영하는 기업이 많아져야 중국의 미래를 혁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글로벌 리더들이 사회적 가치 경영에 공감대를 표한 것과 관련, “SK그룹이 변화하려는 방향성에 대한 확신과 개선 방향에 대한 교훈을 얻었다”면서 “SK그룹은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차원에서도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해 지속적인 노력할 것인 만큼 이 같은 SK그룹의 실험과 시도에 전 세계 많은 기업들이 동참하고 협력해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최 회장은 사회적 가치를 앞세운 경영전략의 세 가지 방법론으로 ▲SK 회계 시스템에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DBL(Double Bottom Line)과 사회적 가치 측정, ▲기업의 유무형 자산을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한 인프라로 활용하는 공유 인프라, ▲사회적 가치 창출 전문가와 함께 협력하는 사회적 기업 생태계 조성을 제시하고 이를 기업경영에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SK하이닉스가 지난해 DBL 회계 기준으로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측정했다. 이 결과를 기반으로 최 회장은 과거에는 세금, 임금 등을 비용으로 생각했으나 가치라고 생각하고 나서부터는 무조건 줄이는 것에 목적을 두지 않게 돼 행동의 변화를 기대할 수 있었다고 올 연세대 글로벌 지속가능포럼에서 밝힌 바 있다. 

SK 홍보실 관계자는 "전 그룹 차원적으로 사회가치 측정을 하고 있다. SK하이닉스, SK텔레콤 등 각 주요사들에 챔피언이라는 부서를 설치했다. 사회가치추구를 하려면 사업 모델을 바꿔야 하는데 이를 기존의 한 부서가 맡기 힘들어 여러 부서를 총괄할 수 있는 위치의 조직을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기존에는 금전적 추구에 초점이 맞춰져 있던 회사 정관에 '사회와 더불어 성장한다'는 내용을 넣었다. 또, 핵심성과지표(KPI)에 사회적 가치를 반영해 체계적으로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조찬 포럼에는 반기문 보아오포럼 이사장과 라이프 요한손(Leif Johansson) 에릭슨 회장, 김영주 한국무역협회 회장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반 이사장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일부 기업과 정부의 선도적 움직임에 그치지 않고 글로벌 연대와 동참으로 지속가능한 발전의 질적 성장을 추구하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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