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발생한 김생민의 성폭력으로 인해 최근 폐지가 확정된 프로그램 KBS '김생민의 영수증'

 

"단 한 번도 10년 전 누군가의 성폭력 스캔들로 10년 뒤의 내가 직장을 잃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미투 캠페인에는 공감을 하고 지지를 합니다. 하지만 가해자 한 사람의 잘못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지금의 구조는 반드시 바뀌어야 합니다." 

방송가를 시름시름 앓게 만든 성폭력은 또 다른 피해자를 낳고 있다.

"나도 당했다"며 자신의 피해 사실을 통해 과거의 성폭력을 고발하는 미투 운동은 우리 사회 음지에 만연했던 위계에 의한 성폭력을 공론화 될 수 있게 해줬고, 알게 모르게 만연했던 성폭력이 근절되어야만 한다는 인식을 공고화 시키는데 일조를 했다.

미투 운동으로 인해 성폭력 가해 사실이 뒤늦게 드러난 가해자들은 구속되거나 수사를 받고 있다. 가해자로 지목된 일부 유명인사들은 공소 시효나 피해자 추가 진술 확보 등에서 어려움을 겪어 수사에는 차질을 빚고 있지만, 사회적으로 매장 당해 정상적인 사회 활동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최근 10년 전 성추행을 한 사실이 드러나 여론의 재판에 서게 된 방송인 김생민은 데뷔 이후 25년만에 찾아온 첫 전성기가 무색하게 출연 중이던 모든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게 됐다. 이에 앞서, 배우 조재현이 출연 중이던 드라마에서 하차했고, 배우 오달수는 출연 예정이 되었던 드라마에서 빠졌다.

이와 관련, 한 방송 관계자는 "이번 미투 운동을 통해 성폭력 가해자라는 오명을 쓰게 된 인물들은 적어도 수년간 활동을 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이고,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도 활동이 가능할지 여부는 미지수다"라고 전했으며,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요즘에는 캐스팅 시점부터 성폭력 스캔들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혹시나 그럴 만한 소지가 있는 인물이거나 과거에 그런 전력이 있다는 소문이라도 있으면, 해당 인물을 배제하게 된다"고 귀띔했다.

이렇듯 우리 사회에 '성폭력은 용서할 수 없는 범죄'라는 인식이 미투 운동으로 인해 자리잡게 됐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또 다른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바로 프리랜서 스태프들이다.

방송의 특성상, 물의를 빚은 인물이 출연 중인 프로그램은 통편집이 되거나 최악의 경우에는 폐지 수순을 밟게 된다. 해당 인물의 녹화분만 덜어내는 통편집은 업무의 변수가 되긴 하지만 상황은 그나마 낫다. 문제는 폐지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많은 프리랜서 스태프들이 졸지에 수입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 방송의 특성상, 다수의 프리랜서 스태프들이 회당 비용으로 임금 정산을 받는다. 또 녹화와 편집까지 완료 했다고 하더라도 방송이 나가지 않으면 임금을 100% 받기가 어려운 구조다. 갑작스러운 폐지는 이들의 미래 수입에도 차질을 빚게 만들지만, 이미 관련된 노동 행위를 모두 마쳤다고 하더라도 수입에는 지장을 초래한다.

한 방송 스태프는 미디어SR에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은 인물이 있다면 그 한 사람이 응징을 받아야 하는데, 방송가에서는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 계속해서 이런 일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면 약자인 스태프들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라며 울분을 토했다. 그는 "우리끼리는 우리의 처지에 대해 '짱돌에 맞아 죽었는데 염도 못해준다'라고 표현하고 있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또 다른 홍보 관계자는 "이미지가 중요한 대중 문화의 특성상 물의를 빚은 인물이 출연한 프로그램은 보이지 않는 타격도 많이 받게 된다. 광고의 경우, 위약금이라는 것이 존재하지만 방송에는 이마저도 없다. 보상을 해줄 수 있는 주체가 누구인지도 모호하다"라고 전했다.

갑작스러운 변수에 취약한 방송가 노동의 현실 등의 문제로 지난 해에는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지부가 출범하기도 했다. 방송 작가들의 열악한 고용 형태에 대해 꾸준히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 이미지 방송작가지부장은 미디어SR에 "외부 요인으로 인한 방송 프로그램 결방, 지연 혹은 프로그램 폐지로 인해 작가들이 입는 피해를 막기 위해 표준 계약서 작성 운동을 벌이고 있다. 표준 계약서 내에 계약 기간을 정확히 명시하고 외부 요인으로 인해 계약 기간 내 프로그램 결방과 지연, 폐지같은 일이 발생하게 되면 최소한의 위약금을 작가들에게 보상할 수 있도록 방송사 그리고 제작사에게 촉구할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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