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공 : 한국전력

#바쁘기만 하다. 
공공기관 기관장들이 속속 임명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에너지 금융부문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빈자리가 많습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 알리오는 지정된 공공기관 330개중 6일 기준 50자리 가량의 기관장이 아직 선임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하고 있습니다. 한전 관광공사 한국투자공사 등 굵직굵직한 기관장의 공석 때문에 더 커 보이는데 검증이 강화됐다는 긍정적인 이유보다는 인사풀이 적다는 비난에 할 말 없을 것 같습니다. 
지난해 5월 새정부가 출범됐으니 결국 11개월 다 되도록 해당 공공기관들은 속만 끓이고 있습니다. 기본 업무야 관행대로 한다지만 인사는 어차피 새 책임자가 결정할 일. 기관장 공석 공공기관 중 대부분은 부장급 이하 인사만 한 채 핵심 의사결정 라인인 임원진 인사는 진행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자연히 크고작은 결정들이 늦어질 수밖에 없구요.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더 바빠진 조직이 있습니다. 기획실과 사회공헌실 등이 그렇고 새로 만든 일자리실 미래혁신실 등은 지금 정신 없습니다. 기관장은 없어도 2017년 경영평가는 진행되고 있고 정부가 강하게 주문하고 있는 사회가치 구현 작업이 잠시도 미룰 수 없는 사안이기 때문입니다. 
일자리 위원회나 미래혁신실 등은 우선 국내외 사례를 연구하고 벤치마킹 대상을 찾고 있습니다. 중장기적으로나 절차적으로 문제가 없고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찾고 있는 겁니다. 민간부문에서의 일자리 만들기도 관심입니다. 기관별로 특성에 맞는 외부의 일자리 만들기가 가능한 지를 알아보기 위해 각 부서의 사업까지 재검토중입니다. 외주를 주거나 아예 용역하는 방안, 자회사를 설립해서 외부 인사를 채용할 수는 없을까. 가능한 방법은 모두 찾아보자는 노력들인데  궁극적으로는 일자리 중심의 성과평가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것이 주요 공공기관들의 사회가치 구현 기본 방향입니다. 
 
#여전히 모르겠다.
사회적 가치 구현을 위한 관련 부서의 우선적인 관심과 어려움은 정작 사회적 가치가 뭐냐는 겁니다. 일반적인 정의도 아직 명확히 알 수 없는데 이를 각 기관 관점에서 이해하고 나아가 가치를 만들어내야 하니 코끼리 다리 같기는 한데 앞다리인지 뒷다리인지를 알 수 없는 심정입니다.   
국회에 계류된 몇몇 법안들이 그나마 개념정립을 위한 참고자료입니다.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한 기본법과 소위 사회적 경제 3법 등인데 이중 가장 큰 관심은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실현에 관한 기본법안’입니다. 2014년 6월 당시 문재인 의원이 19대 국회에서 대표 발의했다가 회기 종료로 폐기됐고 2016년 8월 20대 국회에서 김경수 의원이 다시 대표 발의하는 등 현정부 핵심에서 제안된 법안이라는 이유에서입니다. 

이 법에서 명문화한 사회적 가치는 사회 경제 환경 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공공의 이익과 공동체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가치로서 인간의 존엄성 사회적 약자에 대한 기회제공과 사회통합, 대기업 중소기업간 상생과 협력 등 13개 항에 달합니다. 품위있는 삶, 지역경제 활성화, 윤리적 생산 등도 포함하는 사실상 모든 분야를 망라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 법은 새정부 들어 다시 발의돼 현재 위원회 심사중입니다. 여야의 기류로 봐서 이대로 통과되기는 쉽지 않습니다만 현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사회가치나 정책 당국의 의지로 미루어 그 내용만큼은 어떤 형태로든 실행되리라 봅니다. 

#기본부터 챙기자.
이밖에도 참고될 만한 법안도 여럿이고 개념서들도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손에 잡히게 그려지지 않는 것은 여전합니다. 몇몇 공공기관들은 용역 컨설팅을 발주하면서 외부의 도움을 청하고 있습니다. 하나같이 3~4개월내에 개념을 정립하고 구체적인 대책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 골자입니다. 

관련 설명회와 강연들이 이어지고 있는 것도 공공기관들이 답답해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공공기관의 사회가치 구현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는 5일과 6일 천안에서 공공기관 혁신워크숍을 가졌습니다. 대형 공기업을 중심으로 한 36개 공공기관에서 관련부서 부장급이상 2명씩 70여명과 기재부 담당국인 공공정책국 공무원 20여명이 참석했습니다. 5일 오후에 모여 주요 기관별로 내놓을 만한 혁신 사례들을 발표하고 주제별로 난상토론을 거쳐 결과를 만들어 내자는 자리입니다. 
토론과제는 사회적 가치실현과 국민신뢰회복, 자율적이고 책임있는 경영 등입니다. 이 역시 큰 주제들이어서 제목만으로 보면 참여 공공기관들이 실효성있게 받아들일지 의문입니다. 그러나 밤샘토론이라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로 진행했으니 정리해서 내놓을 결과물이 주목됩니다. 

공공기관 사회책임연구원도 5월중 5차례의 심층 설명회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사회가치에 대한 개념을 정립하고 평가지침에서 규정하고 있는 사회가치 구현내용을 항목별로 조목조목 따져보자는 설명회입니다. 300여 공공기관을 업종별 분야별 5개부류로 나눠 순차적으로 진행함으로써 참석자들과 강연에 나서는 관계전문가들과 질의 응답이 가능하도록 할 계획입니다. 소수를 대상으로 검증된 전문가들이 설명도 하고 궁금한 점에 대해 직접 토론도 하고자 하는 것이고 설명회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사전 질문도 받고 있으니 그나마 궁금증 해소와 대책 마련에 도움되리라 믿습니다..  

사회가치 구현을 위한 고민은 시원하게 답이라고 내세울 만한 것이 딱히 없는 지난한 과제입니다. 이 이슈야말로 진보 보수라는 이념적문제, 정권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특히 공공기관들에게는 탄생과 성장과정, 그리고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그 존재이유까지 묻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용역을 발주하면서 수억원대 이상 경험있는 대형기관만 참여하도록 제한하는 관행을 지속하는 한 공공기관은 사회가치의 기본인 상생과 동행을 얘기할 자격이 없습니다. 지방으로 본사를 이전한 이후 불거진 지역내 갈등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한 ‘그들만의 리그’라는 비난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습니다. 친구 자식이 공공기관에 취업하면 부러움과 함께 한없는 축하를 보내지만 정작 해당 공기업에 대해서는 비난하고 있는 현실을 공공기관들은 분명히 인식해야 합니다. 공공기관의 제대로 된 사회적 가치 구현은 정부뿐만 아니라 전 국민적인 간절한 바람이고 시험을 앞두고 있는 민간 기업에게는 진전과정 하나하나가 주시의 대상입니다.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