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배우 고(故) 장자연 사건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뜨겁다. 9년 전 사건에 대해 국민들이 이토록 뜨거운 관심을 갖는 이유는 무엇일까?  

제어장치 없이 망가져버린 권력에 대한 시민 사회의 분노는 지난 해 촛불 민주주의로 인한 정권 교체로 이어졌다. 이어 올해는 미투(#Me too) 운동이 권력에 의한 성폭력 사건의 사회적 단죄를 요구하는 목소리로 확장됐다. 인권침해와 권력의 횡포에 대한 우리 사회의 민감도가 커졌다.

그 가운데, 2009년 발생한 한 사건이 다시 재조명되고 있다. 그 해 3월 스스로 생을 마감한 신인배우 고(故) 장자연. 당시 장 씨는 술접대, 성상납 강요 등의 내용과 이와 관련된 사회 고위층 실명 리스트가 포함된 문건을 남겼다. 해당 리스트에는 언론계 유력인사, 기획사 대표, 드라마 감독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문건 때문에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 이 사건은 그러나 4개월에 걸쳐 조사한 경찰 측에서 검찰 송치 전 "성접대 부분은 고인이 살아있어 입증되지 않는 한 밝히기 어렵다. 수사에 어려움이 있다"라며 한풀 꺾이고 말았다.

검찰로 송치된 사건은 결국 흐지부지 됐다. 당시 사건을 담당한 수원지검 성남지청 형사3부(부장 김형준)는 장 씨의 소속사 대표 김 씨를 폭행 및 협박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고, 문건을 공개한 매니저 유 씨를 김씨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는 것에 그쳤다. 접대강요 등 김씨에게 적용된 또 다른 혐의에 대해서는 "증거가 없다"고 처분했다.

문건을 통해 공개된 여러 유력인사들은 증거 부족 등을 이유로 모두 혐의없음 처분됐다. 수사는 그렇게 종결되고 말았다.

그런데 9년 전 사건이 2018년 또 한 번 대한민국을 들쑤시고 있다. 지난 해 12월 과거 검찰의 인권 침해나 무리한 검찰권 남용 사례를 조사하고 필요한 경우 재조사를 요구하기 위한 과거사위원회(이하 과거사위)가 발족됐고, 지난 2일 이 과거사위에서 장자연 사건의 재조사 대상 사건으로 선정했다. 미투 운동 등으로 위계에 의한 성폭력에 대한 사회적 민감도가 커졌고 해당 사건의 진상을 규명해달라는 청와대 국민 청원이 20만명을 넘기는 등, 국민적인 재수사 요구 열기가 더해졌기 때문이다.

5일에는 조선일보 사옥 앞에서 시민단체들이 장자연 사건 재수사 촉구 기자회견까지 열었다. 해당 기자회견을 주최한 민주언론시민연합은 "권력관계를 악용해 벌어진 성범죄에 성역이 있을 수 없다. 이제라도 철저한 진상규명과 가해자에 대한 사회적 단죄가 이뤄져야 한다. 장 씨의 죽음은 사회적 타살로 우리사회의 모순과 부조리를 상징한다. 온갖 추악한 행태를 이번 기회에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라고 전했다.

해당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활동가 정수라 씨는 "여성단체들과 같이 연대해 사건 발생 당시부터 지속적으로 이 사건에 대해 성역없이 철저히 수사하라고 요구해왔다. 기자회견 역시도 수차례 진행했다. 제대로 다시 수사하겠다는 논의가 나온 것이 그로부터 9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이후라는 것도 문제제기 할 만하지만, 이제라도 제대로 밝힐 수 있도록 강력하게 이야기 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장자연 사건 재수사에는 여전히 걸림돌이 많다는 의견도 있다. 한 관계자는 "일단 피해 사실에 대해 진술을 해줄 당사자가 고인이 되었다는 점이 가장 큰 걸림돌이며, 이외에도 공소시효가 지난 부분도 있어 실제 재수사에 들어간다 한들, 어느 정도로 진척이 될 수 있을지 여부는 불투명하다"라며 "하지만 국민적 여론이 높은 만큼, 검찰 측에서 이런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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