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랜드 인스타그램 캡처

놀이공원 에버랜드가 스토커를 따라한 마케팅으로 비판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식 사과는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에버랜드는 4일 공식 SNS에 스토킹과 데이트폭력을 연상시키는 메시지가 담긴 휴대폰 바탕화면 사진을 게재했다. 얼핏 보면 평범한 바탕화면으로 보이지만 메시지는 `너 오늘도 안왔더라...?`, `이번에도 안 오면..끝이야...`와 같이 상대방을 협박하는 듯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심지어 429건의 부재중 전화, 오후 10시가 넘은 밤에 오는 메시지 등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스토커를 연상시키게끔 만들었다. 해당 마케팅을 접한 고객들 사이 데이트폭력과 스토킹 범죄를 홍보 소재로 이용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논란이 일자 에버랜드는 해당 게시글을 삭제했다.

그러나 에버랜드는 공식적으로 사과할 의향은 없다고 6일 밝혔다. 이런 비판은 '일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에버랜드 홍보팀 관계자는 6일 미디어SR에 "모든 분들이 그렇게 생각했던 것은 아니니 공식적으로 사과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일부에서 (주장)하는 거다. 저희 의도가 그런 게 전혀 아니었는데, 그렇게 비치는 것에 대해서는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더 세심하게 했어야 했는데, 앞으로 그런 부분을 노력할 것"이라면서도 공식 사과는 별도로 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그는 이번 게시물에 대해 "데이트폭력을 의도한 것은 전혀 아니다. 예전에 SNS에서 연예인들이 자기한테 전화를 했다는 잠금화면 콘셉트가 유행한 적이 있었다. 이번엔 에버랜드를 화자로 설정해서 손님들에게 놀러 와주십사 메시지를 보내는 형태로 진행한 것"이라 해명했다.

내용이 데이트폭력을 연상시킨다는 점이 문제인데, 데이트폭력을 너무 가볍게 생각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이 관계자는 "페이스북 등 다양한 채널에 글을 올렸었다. 페이스북에는 3천 건 이상의 댓글이 달렸었는데 그런 게(지적) 하나도 없었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신혜정 민우회 상담소 활동가는 "이번 사건은 피해자가 존재하는 사건에 대해서 문제의식을 갖지 않고 재미있는 콘텐츠라고 생각하고 홍보물을 게시한 것이다. 심지어 지금 미투 관련해서 증언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그런 홍보물을 올렸다는 것은 한국 사회에서 성폭력과 여성 폭력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사건이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신 활동가는 "많은 사람이 피해자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 에버랜드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으로서 소비자가 문제 제기를 했는데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않겠다라고 판단하는 것은 문제적인 상황이다"라며 "사과문을 게시하는 게 적절한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피해자 혹은 대중이 봤을 때 성의가 없는 사과문일지라도 사과를 하는 것과 사과를 하지 않은 것은 무척 다른 것이다"고 지적했다. 

에버랜드에 문제를 제기한 한 SNS 사용자는 "에버랜드는 번호를 차단했음에도 다른 번호로 반나절도 안 되어 메시지만 400개 이상 받아야 했던 스토킹 피해를 경험해 본 바가 있나요? 전 그 피해자였고, 가해자는 유죄가 선고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딴 걸 홍보에 이용해요?"라며 분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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