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적으로 사람들이 물건을 사는 것에 흥미가 떨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2018년을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과거에 비해 물건을 소유하고자 하는 욕심보다는 경험 혹은 내가 가치 있다고 믿는 것에 자신의 돈을 내놓으려고 합니다. 한국에서 차츰 둥지를 틀고 있는 공유 경제 역시도 소유 보다는 경험을 중시하는 사회의 변화에 발맞춘 현상입니다.

미디어SR은 소비에서의 이런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밀레니얼 세대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또 이들 세대가 소비를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가치관과 이들을 대상으로 한 기업의 마케팅 전략에 대해 분석해보았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시민들의 주요 활동인 소비를 읽는다는 것은 곧 이들이 주축이 돼 살아가는 사회의 가치를 읽는다는 것과 같습니다. 우리 사회는 지금 어디에 가치를 두고 있는 걸까요? [편집자 주]

"네가 소비하는 물건을 말해 봐. 그럼 네가 누군지 알려줄게."

                                                                                                 -소설가 무라카미 류

편집: 김시아 기자

#대학생 A 씨는 올 초, 화장할 때 사용하는 메이크업 브러쉬를 전부 새로 샀다. 기존에 사용하던 천연 모 브러쉬를 만들기 위해, 수많은 동물이 학대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A 씨는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인조모로 만들어진 브러쉬 구매액 일부를 동물보호에 후원하는 사회적 기업의 제품을 구매했다. 가격 대비 성능을 따지기보다는, 가격 대비 마음의 만족을 따지는 '가심비'(價心比)를 택했다.

#직장인 B 씨는 최근 '아크릴 그림 원데이 클래스'를 찾았다. 미국 모더니즘의 어머니 조지아 오키프의 작품을 2시간 동안 모작하는 수업이다. 가격은 4만 원. 결코 싼 가격은 아니었지만, A 씨는 망설임 없이 구매했다. 그리고 그림을 그리는 모습, 완성된 그림을 예쁘게 사진 찍어 '#힐링', '#자기계발' 등의 해시태그를 달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끊임없는 자기계발을 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B 씨의 'SNS 허세'다.

맥도날드, 스타벅스, 루이뷔통... X세대의 소비문화를 이끌던 오렌지족이 떠난 자리에는 '경험'과 '가치'를 구매하는 '가심비족'이 둥지를 틀었다. 이들은 더 이상 '브랜드에 의한, 브랜드를 위한' 소비를 하지 않는다. 색다른 것을 찾고, 의미 있는 것을 찾는다. 물론, 이러한 소비를 SNS를 통해 공유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이러한 트렌드를 이끌어간 것은 밀레니얼 세대. 1980년에서 2000년대 사이 출생한 세대로 점차 소비시장의 주체로 자리를 옮겨가는 세대다.

밀레니얼 세대는 어릴 적 부터 '개성있는 사람이 돼라'와 '팀워크를 배워야 한다'는 말을 끊임없이 들으며 자랐다. 개성은 가지되, 공동체 또한 중시해야 좋은 대학에 가고, 좋은 직장에서도 일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이들은 인간의 존엄이나 개성의 발현 등을 칭송하면서 동시에 공동체의 가치 역시 중요하게 생각한다.

또 이들 세대는 인터넷,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와 친숙하고 소셜 미디어 네트워크를 중시한다. 이들에게 소비, 즉 쇼핑은 디지털 공간에서 주로 이뤄지는데, 소비 활동이 다른 소셜 미디어 네트워킹의 한 일환이기도 하다.

이에 이들은 단순히 명품을 과시하는 소비보다는 재미있으면서도 공동체를 위한 소비를 더 선호하며 이를 자신의 소셜 미디어를 통해 보여주고 싶어한다. 명품이나 브랜드는 '유치한 허세'에 불과하고, 가성비는 생필품이 아니면 찾지도 않으면서 자신이 소비를 통해 획득한 물건이 아닌 경험'과 가격표가 아닌 '가치'를 통해 자아를 표출한다. 이러한 변화는 국내 각기 계층의 소비문화를 주도하기 시작했다.

밀레니얼 세대의 소비 패턴에 기업들도 발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이들이 민감해하는 친 환경을 앞세우는가하면, 사회적 기업과 손을 맞잡기도 한다.

최철 숙명여자대학교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젊은 층의 소비 행태가 달라져, 기업들이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며 "각계 기업들에서 사회책임이나 CSR을 이용한 상품이나 마케팅에 주력하는 현상이 이를 반증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기업의 변화에 따라, 전 세대 소비자가 이러한 트렌드에 적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치'와 '경험'을 사겠다는 소비 문화. 이 새로운 문화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훈풍을 우리 사회에 불러일으키고 있다.

[소비의 변화, 사회의 변화①] 지금은 '가치'와 '경험'을 사는 시대
[소비의 변화, 사회의 변화②] '물질' 보다 '행복'을 원하는 시대의 변화
[소비의 변화, 사회의 변화③] 소비자가 '행복' 찾자 '감동'으로 돌려주는 기업들
[소비의 변화, 사회의 변화④] 이승신 교수 "소확행은 불확실한 시대에서 나온 행복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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