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 제공: 공정위

가상통화 열풍으로 막대한 이익을 챙겼던 거래소들이 막상 져야 할 책임은 투자자에게 미루고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코빗, 코인원 등 12개 가상통화거래소의 이용약관을 점검해 12개 약관조항에 대해 시정을 권고하고, 나머지 2개 불공정 약관조항은 자진 시정하기로 했다고 4일 밝혔다.

공정위의 조사 대상은 비티씨코리아닷컴(빗썸), 코빗, 코인네스트, 코인원, 두나무(업비트), 리너스(코인레일), 이야랩스(이야비트), 웨이브스트링(코인이즈), 리플포유, 코인플러그(Cpdax), 씰렛(코인피아), 코인코 등이다.

12개사 모두 약관에 광범위한 면책조항을 둬 거래소가 잘못한 경우에도 어떠한 책임을 지지 않으려 했다는 것이 적발됐다. 이들은 가상화폐 발행 관리 시스템 또는 통신서비스 업체의 서비스 불량으로 가상화폐 전달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거래소는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그뿐만 아니라, 거래소가 디도스 등 해킹을 당해 거래에 문제가 생겨도 거래소는 책임지지 않는다고 규정했다. 

민법상 천재지변과 같은 불가항력적 사유를 제외하고 사업자의 고의, 과실로 인해 회원이나 제3자에게 손해가 발생하면 사업자는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한다. 공정위는 해킹에 대해서 "가상통화 발행 관리시스템의 하자와 가상통화 취급소에 등록된 가상통화의 관리와 관련한 주의의무 위반은 별개의 문제이므로 취급소에게 그 거래 운영과 관련한 귀책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책임을 지는 것이 타당하다"며 해당 약관을 무효로 판정했다.

또, 12개사 모두 아이디와 비밀번호의 관리 책임과 결과에 대한 모든 책임은 고객에게 있다고 약관을 정했다. 이는 서버관리 등 회사가 책임져야 할 것까지 이용자에게 모든 관리 책임을 전가해 이용자에게 불리한 불공정약관이기 때문에 무효로 판정됐다. 

이외에도 공정위는 손해배상을 가상통화나 KRW 포인트로 지급하는 규정, 결제, 입금, 출금을 포괄적인 사유로 제한하는 규정 등 불공정 약관을 무효로 판정하고 시정을 권고했다. 

거래소가 시정 권고를 이행하지 않으면 공정위는 시정 명령을 내리게 되고, 명령도 따르지 않는다면 형사고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시정 권고 이후 공정위는 시장 상황을 살펴본 후에 추가 조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방종성 소비자정책국 약관심사과 법무관은 "이번 조치로 다른 사업자들에게 파급효과가 있을 것 같다"며 "나머지 사업자들에 대해서는 향후 시장 상황을 지켜봐야 할 듯하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이번 가상통화취급소의 불공정 약관 시정을 통해, 향후 가상통화취급소로 하여금 고도의 주의의무를 다하도록 하고, 취급소 이용자들의 피해 예방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도 "공정위가 불공정약관을 시정조치 하더라도 불법행위·투기적 수요·국내외 규제환경 변화 등에 따라 가상통화 가격이 변동하여 손실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이용자는 가상통화 거래 시 스스로의 책임 하에 신중하게 판단하여 피해를 입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가상화폐거래소별 불공정 약관조항 현황. 제공: 공정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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