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 권민수 기자

 

이른바, 미투(#Me Too,피해자들이 과거에 자신이 당했던 성폭력 경험을 공개적으로 털어놓는 캠페인) 운동 속 가해자로 지목된 인물 때문에 여러차례 몸살을 앓았던 방송가에서 캐스팅 시점 부터 미투 가능성 인물들을 가능한 한 배제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캐스팅을 완료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 후보에 올랐던 한 예능인이 미투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최종적으로 출연이 불발됐다. 제작진은 최종 조율까지 들어갔던 이 예능인 측에 출연 불발 통보를 하면서 "미투 소지가 있을 것 같아 출연하기 힘들다"라고 이야기 했다. 해당 예능인의 매니지먼트 측에서도 이를 순순히 받아들였다.

이 프로그램의 제작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우리가 미투 가능성을 단순히 가능성만으로 판단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 역시 2차 피해이지 않나. 다만, 과거 스태프들에게 성추행 소지가 있는 행동을 했다는 증언들이 방송가 안에서 나오고, 이런 증언들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제작진으로서는 그 위험을 감수하기가 어렵다. 이에 매니지먼트 측에도 솔직히 이야기를 했고, 매니지먼트도 받아들였다"라고 귀띔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2일에는 방송인 김생민의 미투 이슈가 터져 충격을 안겼다. 특히 지난 해 팟캐스트 '김생민의 영수증'이 소위 대박이 터지면서, 데뷔 이후 첫 전성기를 이제 막 누리기 시작했던 김생민이기에, 또 검소하고 근면 성실한 이미지로 대중의 인기를 얻기 시작했던 김생민이기에 충격의 정도가 더 컸다는 분석이다.

그 높은 인기를 증명하듯, 현재 김생민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은 무려 10개. 특히 KBS의 '김생민의 영수증'의 경우, 김생민의 얼굴을 걸고 진행하는 프로그램이기에 제작진의 고민이 깊다. 프로그램 관계자는 "제작진이 KBS 측에 입장을 전달했고 KBS 차원에서 현재 고민을 하고 있는 단계다. 조속하게 입장을 정리할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이 프로그램 외에도 무려 9개의 프로그램 제작진이 비슷한 입장에 처한 셈이다.
 
그래도 예능의 경우는 차라리 다행이다. 예능 프로그램 특성상 방송 중에도 물의를 빚은 출연진 한 명이 하차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드라마의 경우는 문제가 더욱 심각해진다. 성폭력 이슈는 아니었지만, SBS 드라마 '리턴'에서 중도 하차한 고현정의 경우, 같은 배역을 다른 배우가 연기하는 소동도 일었고, 이에 대한 대중의 반발 심리도 상당했다. 아무래도 같은 배역을 다른 배우가 연기하게 되면 몰입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미투로 인해 실제 출연 중인 드라마에서 하차를 한 배우 조재현의 경우는 배역을 완전히 삭제해버리기도 했다. 그의 비중이 상당해 사실상 대본을 전면 수정했다는 전언. 이처럼 방송가의 피해가 막대한만큼, 새로 런칭하는 예능 프로그램이나 이제 캐스팅 단계이 있는 드라마들은 모두, 미투 소지가 있는 인물들을 배제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방송가의 입장이다.

이외에도 이미 촬영에 들어간 프로그램들의 경우에는 성희롱 예방 가이드를 만들어 대본 앞에 부착하는 등 현장에서의 성희롱 방지를 위해 분주한 모양새다. 이미 벌어진 성폭력은 최대한 피하고 앞으로 벌어질 가능성 역시 최대한 방지해보겠다는 방송가의 몸부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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