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미투연대 발족식에 참여한 인사들이 가면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권민수 기자

"강간죄의 한국어 정의와 영미권 정의의 가장 큰 차이는 '동의'의 여부다."

27일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권력형 성폭력, 2차피해 방지정책 제안 토론회에서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가 한 말이다.

이 교수는 미투 운동과 관련해 성폭력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의 강간죄는 '사람을 폭행이나 협박 등으로 강제해 성관계를 함'으로 정의가 되어 있어 피해자가 가해자로부터 폭행이나 협박을 당했다는 것과 자신이 항거불능상태였다는 것을 입증해야 하는 구조다. 그러나 영미권 등의 경우 강간은 '상대방의 동의가 없는 모든 성적 행위는 강간이다'로 정의돼 가해자가 피해자로부터 동의를 구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이 교수는 "(정의를 바꾸면) 피해자에게 '제대로 저항했는지'를 묻기보다 가해자에게 '제대로 동의를 구했는지'를 묻게 될 것이다. 이때 동의는 피해자가 성적인 자기결정권을 충분히 작동할 수 있는 상태에서 이뤄져야 한다. 정신병, 약물로 인한 심신미약 등에 의한 착란상태에서 지레 판단한 합의라면 그것은 진정한 의미로 상대방에게 동의를 구한 절차가 되지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한국의 강간죄 정의가 피해자를 '꽃뱀'으로 몰아가는 구조라고 비판했다. 가해자가 권력을 가지고 있을 때 피해자는 심리적으로 저항하기 어렵다. 저항을 제대로 하지 못하다보니, 수사 과정에서 피해자는 '왜 제대로 저항하지 않았는가?'라는 질문을 받게 될 수밖에 없다. 결국에는 '이제까지 저항을 안 해놓고 이제 와서 왜?' 라는 질문을 대부분 하게 되고 '꽃뱀 아니냐' 라는 식으로 논리가 전개된다.

이에 이 교수는 "이 모든 가해행위는 우리 사회가 성폭력에 대한 이해를 제대로 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이 교수는 "들불처럼 일어나고 있는 미투운동이 또다시 수포로 되돌아가지 않기 위해서는 이번 참에 법률 개정만을 할 것이 아니라 보통사람들의 마음을 개조하는 것이 훨씬 더 절실하다. 상대를 대등한 인격체로 여기고 그들의 동의를 구하지 않는 행위는 그 어떤 것도 폭력이 될 수 있음을 인지하는 일이 정말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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