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지식전문가 그룹 ‘소셜밸런스’를 만나다

공익분야에서도 비영리섹터의 규모가 큰 미국의 경우 국제적으로도 활약하는 FSG(Foundation Strategy Group), IPA(Innovations for Poverty Action) 같은 연구/조사 전문가 및 컨설턴트 그룹을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은 학계와 산업계에서 전문적으로 생산된 지식과 연구방법을 사회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응용함으로써 많은 조직과 사람들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하고자 한다.

 

국내에도 비슷한 미션을 수행하는 여러 조직들이 있지만, 아직까지는 개별적인 관심과 자원을 갖고 활동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전문지식을 체계적으로 활용해 이론과 현실을 탄탄하게 잇는 시도는 많지 않다. 사회적으로 의미있는 일을 하기를 원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어도 여전히 시장의 규모는 작고, 이 분야에서 필요한 전문성과 커리어에 대한 상도 모호하다.

 

이 섹터의 전문성이 좀 더 구체화되고, 역량 있는 전문가들이 모여 시너지를 내면 사회적으로 좀 더 유익한 결과가 마련되지 않을까? 이런 궁금증을 안고 지난 2월 22일 ‘소셜밸런스’의 이영동 대표이사를 만나 ‘공익지식전문가 그룹’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소셜밸런스 이영동 대표이사. 제공=소셜밸런스

 

Q. 먼저 소셜밸런스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소셜밸런스는 2014년 9월에 설립이 됐고, 사회적 균형을 만들겠다고 생각했던 전문가 집단 풀(pool)이 있었는데, 그 풀에 있던 분들이 출자하여 회사를 만든 것이 시작입니다.

 

그 때부터 지금까지 다양한 활동을 했는데, 주요한 사업은 교육과 컨설팅입니다. 컨설팅에는 평가사업, 연구 및 조사가 포함되어 있어요. 교육사업의 경우, 저희 이름을 내 걸고 자체교육을 하기보다는 2015년 보건복지부, YMCA와 함께 진행한 '비영리단체 역량강화 사업'처럼 다양한 기관과 협력하는 사업을 많이 진행하고 있습니다. 연구사업은 YMCA 현황조사 사업이나 정부의 나눔교육 테마에 대한 성과평가를 진행했어요. 그리고 조직 설립 전인 2012년 하반기부터 계속 해온 것이 한국고등교육재단과 협력했던 사업들입니다(마지막 질문 참조).

 

 

Q. 소셜밸런스의 미션인 '사회적 균형을 통한 지속가능 공익'을 좀 더 설명해주신다면?

 

공익을 추구한다는 큰 개념에서 정부나 기업이 공익을 추구하는 일을 하고 있으면 돕겠다는 것이고, 제3섹터가 약해 보이면 3섹터와 관련된 일을 합니다. 방향성이 어느 한 섹터에 치우쳐 있지 않고, 제1(정부), 2(기업), 3(시민사회) 섹터 간의 균형을 추구합니다. 앞서 설명한 '비영리단체 역량강화 사업'도 정부, YMCA와 함께 진행한 것처럼, 실제로 많은 사업들이 제3섹터만의 일은 아니라고 할 수 있어요.

 

 

Q. ‘공익지식전문가 그룹’이라는 정체성은 다소 생소한데요.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소셜밸런스의 시작점은 사회혁신에 관심을 갖고 있었던, 현재 어떤 그룹의 부장님이신데요. CSR 관련 부서에 계신 것도 아닌데, 본인이 관심이 있어서 여러 사람들한테 다 만나자고 하셨어요. “저는 어느 그룹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는 누굽니다. 시간되시면 저랑 커피 한 잔 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라고 연락하셔서 그렇게 한 명 한 명 모으고, 그 다음에 여러 사람 같이 만나는 자리를 주선하시면서 각자 따로 활동하던 사람들을 엮어 놓으신 거죠. 그 분이 본인을 정의했던 용어가 ‘소셜 커넥터’였습니다.  

 

이렇게 해서 그 분이 모임을 하나 만드셨고, 지금도 지속되고 있습니다. 그 모임이 지향한 것은 ‘섹터와 경계를 허무는 네트워크’였어요. 그 안에서 정보를 더 많이 교류하고 확산했던 것 같고, 사업을 위한 네트워크를 만든 게 아니라 내가 있는 자리에서의 나를 보여주기 위한 네트워크 장이었는데, 지금 돌아보면 그게 굉장히 유효했던 것 같습니다.

 

 

Q. 올해 소셜밸런스의 계획과 비전은 무엇인가요?

 

올해 교육사업 쪽에서 가장 큰 방향성은 ‘청년 사회혁신가’를 만들어내는 사업을 다양한 기관과 협업을 통해 진행하는 것입니다. 현재 한양대학교 사회혁신센터, CSR 포럼, 연세대학교 고등교육혁신원 등과 같이 교육사업을 대규모로 펼치는 것이 디자인되어 있어요. 대학 차원에서도 이런 교육을 한다는 것이 굉장히 드문 케이스인데, 혁신을 실제로 일으킬 수 있는 실천가들을 길러내는 과정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세상에 사회혁신가가 이미 존재한다고 믿지만, 사실 그렇지 않거든요. “사회혁신이 뭔데요?”라고 물었을 때 어떤 대답들이 나오는지를 보면, ‘4차산업 혁명 시대에 나의 일거리를 만드는 것’이라고 오해하는 친구들이 있어요. 사회적기업이 사회혁신 조직이라고 단편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사회적기업이나 협동조합, 이런 공동체성 사업조직들은 벌써 200년 정도 역사가 있는 조직들이고 혁신적인 사업은 아니거든요. ‘그런데 왜 사회혁신이라고 부를까?’라는 지점을 봐야 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사회혁신이 뭐지?’라는 관심은 많지만, 구체적인 접근은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Q. 다른 섹터에 비해 공익분야 전문가들에게 필요한 지식과 역량은 정의하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공익분야에 필요한 전문성을 무엇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그 전문성을 어떻게 활용하면 사회적으로 좀 더 유익한 결과를 만들 수 있을까요?

 

역량의 첫 번째 핵심은 협업 역량인 것 같아요. 제가 섹터간 연계를 많이 하지만, 협력하면서 생겨나는 나의 위치와 역할 변화를 싫어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리고 사업상 현재 가능한 일과 지금은 어려운 지점이 있을 수 있는데, 그런 것에 대한 고려 없이 한쪽에서 밀어붙이는 일들이 발생하거든요. 그렇게 되면 협업이 아니라 거래인 거죠. 계산적인 관계가 형성되면 양보에는 대가가 필요하게 되고, 그러면 협업은 더 어려워지겠죠. 거래가 아닌 협업 속에서 혁신이 발생될 가능성이 높은데, 더 힘들어지는 거죠.

 

두 번째 역량은 ‘견디는 힘’이예요. 사회혁신이라는 것은 씨앗인 거지, 그게 결과일 수는 없거든요. 지금 사회혁신에 에너지를 쏟았다고 해도 결과물은 5년 후에 나올 수 있고, 10개 시도했을 때 1개만 성공할 수도 있습니다. 만족스러운 사업도 있고 아닌 사업도 있고. 이 견디는 힘은 시간적인 것, 금전적인 것 다 포함되는 것 같아요. 앞에 얘기했지만 협업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도 만나야 되니까, 관계적인 면에서도 견디는 힘까지 필요합니다.

 

 

Q. ‘사회적 가치’라는 말이 대중화되면서, 공공기관/기업/비영리기관 등의 사회가치 측정 및 평가가 중요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변화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사회적으로 좋은 일을 한다는 것에 대해 ‘그럴 필요 없어요’라고 얘기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거예요. 문제는 ‘사회적 가치가 증대된다, 또는 측정해냈다’는 게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사회적 가치 창출이 커진다는 것은 결국 그 기관의 역량이 향상되고 있다는 것이고, 그게 중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또, 사회적 가치 평가의 핵심은 성과평가이고 목표평가라는 점입니다. 우리가 목표한 대로 잘 가고 있는지를 알 수 있도록 신호등을 보는 거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그 목표지점을 설계해 놓지 않고 사업을 운영하기 때문에 ‘우리가 창출하고 있는 사회적 가치는 이런 것’이라고 얘기를 하지 못했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인터뷰 중에 이영동 대표는 한 10년 후에는 한국의 사회혁신 생태계가 지금보다 훨씬 탄탄하게 조성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 발 앞서 사회변화를 읽고 중요한 의제를 발굴해 우리 사회를 이끌어가는 공익지식전문가들의 활발한 활동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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