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미투연대 발족식에 참여한 인사들이 가면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권민수 기자

권력형 성폭력의 피해자가 모여서 만든 전국미투생존자연대의 발족식과 2차피해 방지 정책 제안 토론회가 27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개최됐다. 전국미투생존자연대는 조직 내 권력형 성폭력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으나, 문제 제기로 인해 해고된 사람들이 모인 연대다.

발족식은 전국미투생존자연대(미투연대)가 주관하고, 미투연대, 이정미 정의당 대표, 정의당 여성위원회가 주최했다. 이날 발족식에는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이정미 정의당 대표, 남인순 여성가족위원회 위원장, 남정숙 미투연대 대표, 권정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단체 변호사 등이 참석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개회사를 통해 “우리 사회 권력의 정점인 국회에서 벌어지는 성폭력 사건들을 원칙적으로 처리하고 정당들은 사회 그 어떤 조직보다 강력한 반성폭력 규칙과 당규를 제정해 사회 변화를 끌어내야 한다. 이것은 수십 년 침묵을 강요당한 여성들에게 국회와 정치가 해야 할 최소한의 책무다”라고 말했다. 

남정숙 전국미투생존자연대 대표는 축사를 통해 “오늘 발족하는 미투연대는 피해자들 스스로 피해자 중심의 실효성 있는 ‘권력형 성폭력’ 정책을 제안하고, 조직과 공권력에 의한 2차 가해를 감시하고, 각계의 전문가를 육성하는 권력형 성폭력 지원 단체로 성장할 것이다”라며 포부를 밝혔다. 이어 남 대표는 미투연대 선언문을 낭독했다. 선언문은 권력형 성폭력에 대한 기준과 의견, 권력형 성폭력 피해자를 대신해 할 수 있는 활동이 포함돼 있었다. 

행사 중간, 미투연대의 사회자는 미투연대에 왜 ‘생존자’라는 명칭이 들어갔는지 설명했다. 그 이유는, 다른 피해자들이 미투연대의 피해자들을 ‘생존자’, '상위 1%’라고 지칭했기 때문이다. 

미투연대 관계자는 “일반 성폭력 피해자들은 성폭력 피해를 고발하면 묻히거나 아무런 조치가 일어나지 않는 게 보통이다. 미투연대의 피해자들은 성폭력 폭로를 통해 사회에서 반응이 일어난 드문 케이스이기에 ‘생존자’라고 부르는 것. 미투연대는 우리 모두가 생존자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라고 말했다. 

남인순 여성가족위원회 위원장은 “우리의 문화와 의식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 정부와 국회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여가부, 법무부가 총괄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를 어떻게 만들고 운영해야 할지 고민 중이다. 최근 여러 법안이 국회에 있는데, 처벌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성폭력 예방교육 등이 필요하다 등의 내용이 있다. 다음 달 각종 법안들이 여야 합의 하에 신속하게 협의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다짐했다.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은 “자발적 연대 체계를 만들었다는 것은 거대한 변화의 흐름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과거와 달리 정책의 실효성을 알기 위해서는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이미 문화계, 교육계 현장에서 성폭력 문제의 심각성을 공유하고자 연속적으로 간담회를 가지고 있다. 오늘의 발족식이 폭로의 미투를 넘어 생존의 내일을 여는 중요한 한 걸음이 될 것이라 믿고 있다”고 말했다. 

축사가 모두 끝나자 자리에 참석한 인사들이 일어나 흰색 가면을 쓰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흰색 가면은 피해자를 의미한다. 성폭력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보통 가면 뒤에 숨어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 이제 가면을 벗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길 바라는 퍼포먼스다. 

이어 권력형 성폭력 2차 피해 사례에 대한 발표 시간을 가졌다. 피해 사실을 말하는 목소리엔 물기와 분노가 서려 있었다. 이들은 상사 등 우월한 지위를 가진 사람으로부터 성폭력을 당한 후, 문제를 제기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고 오히려 꽃뱀, 정신이상자로 몰리는 등의 2차 가해를 당한 사람들이었다. 이후 해고를 당해 현재 복직하지 못했다. 

이후 '2차 피해 관련 법제 현황 및 개선점'에 대한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의 발표와 '2차 피해 근절을 위한 시민사회의 역할'의 김태형 심리연구소 함께 소장의 발표를 끝으로 발족식이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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