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경남 진주시 LH 본사 1층 남강홀에서 '혁신 성장과 상생의 거점, 경남·진주혁신도시의 역할과 과제'를 주제로 혁신도시포럼이 열렸다. 출처 : 혁신도시포럼 사무국

#이건 아니지요. 

“공기업들이 내려온다고 해서 형편 좀 나아지려니 했습니다. 그렇게 큰 기업이 본사를 여기로 잡으면 집값도 오르고 음식점도 잘 되리라 다들 생각했지요. 정작 이사 온 지 3년 다돼 가는데 10여년 전 꿈은 완전히 물 건너가는 것 같습니다” 

최근 나주에서 만난 택시기사의 말입니다. 한전 농어촌공사 등 대형 공기업들이 본사를 옮겨오기만 하면 크게 발전할 것으로 기대했는데 지금 이건 아니라는 겁니다. 밥먹으러 나오는 일도 없고 주말이면 모두들 올라가고~~ 시내에 살던 돈좀 있는 사람들조차 신도시로 가버리고, 편의 시설들도 신도시에만 들어서고~~  혁신도시 생긴 이후 오히려 서울의 강남북 같은 불균형만 드러나 현지 주민들의 마음상처가 여간 심한 게 아닙니다. 

전국 혁신도시 기존 주민들의 상실감은 비단 나주뿐 아닙니다. 나주는 그래도 형편이 가장 나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으니 다른 도시들은 말할 것도 없겠지요. 지역경제 발전 포럼 등에서 쏟아지는 현지 전문가들의 발언들도 구도심 택시기사나 식당 아주머니들과 다를 게 하나도 없습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공공기관사회책임연구원은 청와대직속 지역발전위원회와 한국일보가 주최한 혁신도시 순회포럼을 주관하면서 혁신도시의 실상을 현실감있게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지역별로 다소 차이는 있으나 3~4가지 이슈는 공통적입니다. 구도심과 신도심의 불균형 발전과 이에따른 갈등, 인프라, 특히 교육 의료환경이 많이 열악하며 이 때문에 공공기관 근무자들의 정주율이 크게 낮습니다. 기대가 높았던 만큼 기존 지역주민들의 실망감은 그만큼 더 큽니다.

이전 공공기관들도 할말은 많습니다. 
구도심과의 불균형문제는 개발도시 어디서나 발생하는 일정 수준 불가피한 현실입니다. 가족이 모두 이사하려면 다닐만한 학교가 있어야 하는데다 맞벌이 부부에게는 직장문제가 결정적입니다. 지역사회를 위한 일도 하고는 있는데 갖고있는 100의 능력에 지역사회의 요구는 1000이니 감당할 수 없고 우선순위도 정하기 어렵습니다. 이제 막 사무실만 이전한 상태인데 기대수준까지 올라가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말입니다.  

#혁신도시 시즌2

혁신도시는 2003년 정부의 기본 방침이 발표된 뒤 2007년 혁신도시 특별법과 함께 본격 시작됩니다. 전국 11개지역에 공공기관을 골고루 배치해 지역별 전략산업을 육성함으로써 전국적인 균형발전을 이루겠다는 계획이었지요. 행정수도를 이전한다는 이유로 중앙 언론에서는 세종시만 핫 이슈였으나 지역별로는 혁신도시의 정착이 그동안 가장 큰 관심사였습니다. 

나주 진주 김천 전주 등 시도별로 지정된 전국 10개(세종시제외) 혁신도시에는 115개 공공기관이 이전을 완전히 마쳤거나 이주 막바지 단계에 있습니다. 공공기관들이 본사를 지방으로 옮기기까지를 혁신도시 1차로 본다면 이는 사실상 마무리된 것이지요. 하지만 지금 이렇게 갖가지 불거진 현안들로 지역내 불균형 발전이 현지 언론의 최대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지역발전위원회나 국토부 등 혁신도시 관련 정부부처가 지난해부터 혁신도시 시즌2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대책들을 내놓는 이유입니다. 지금까지 혁신도시는 사실상 부동산개발이었고 이제부터는 산업계와 학교 연구센터 등이 시너지를 이루는 혁신클러스터를 구축하겠다는 목표입니다. 일부 관계자들은 분권국가와 균형사회로의 전환에 혁신도시가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얘기합니다. 

지방세 확대, 지역내 식자재 및 사무용품 등 현지구매확대, 지역인재 채용 등에서 공공기관의 이전효과는 일부 나타나고 있습니다. 최근 3~4년의 추이는 분명 상향으로 개선추세입니다만 이를 실감하는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정부의 계획입니다. 

공공기관 경영평가 지침에서도 세부적인 실행내용이 제시됐습니다. 지역인재 채용비율의 확대, 지역기업과의 협력사업 발굴, 지역생산품 우선구매, 지역사회 편의제공 등입니다. 4월1일 부터는 전국 19개 공공기관에 대해 ‘사회적 가치 기여도 조사’라는 이름으로 공공기관의 사회적 책임평가가 진행됩니다. 조사대상 공공기관의 임직원은 물론이고 지역주민과 협력업체가 조사대상인데 일자리창출 등 6대분야별로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와 상생협력 등을 묻습니다. 4월말로 예정된 조사결과는 사실 뻔합니다. ‘아직 크게 미흡한 수준이니 지역사회 발전과 사회가치 실현에 공공기관들이 적극 나서달라’

#윈윈 가능하다. 

사회적 가치 실현에 대한 주문은 진보나 보수정권 구분없는 시대적 흐름입니다. 양극화와 불균형성장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정도나 방법의 차이일 뿐 목표나 방향성은 다를 수 없는 겁니다. 특히 지역사회와의 상생, 지역밀착형 사회공헌 사업의 발굴 및 실행은 공공기관에게 선택의 문제가 아닙니다. 

기업의 사회가치를 얘기할 때 자주 인용되는 마이클포터의 ‘공유가치 창출(CSV, 2011)’은 정답을 묻고 있습니다. 제품과 사업은 더 많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도록 설계됐는가, 수혜대상을 염두에 두고 있는가, 신설공장이 가장 많은 혜택을 줄 지역은 어디인가. ‘CSV를 위한 7대 자문’이란 이름의 질문은 기업의 경영전략이나 사업의 결정 그 어느 것도 기업의 사회가치 실현, CSR와의 완전한 통합을 주문하고 있습니다. 기업가치와 사회가치의 조화이자 윈윈의 길을 찾아야 한다는 겁니다. 

유명한 미국의 월트디즈니는 주고객인 어린이를 위해 비만 퇴치 전문회사 마블코믹스를 거액에 인수해 어린이 비만퇴치활동을 합니다. 톰슨 로이터는 연평균 소득 2천달러 미만 농부를 대상으로 5달러만 내면 농사정보 농작법 자문등을 제공합니다. 다국적 기업 구글은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는 아이디어 공모해 선택된 사업에는 최고 300만달러까지 자금을 지원해 실행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사회가치 구현사업의 예입니다만 우리 공공기관 역시 실행 아이디어는 무수히 많을 겁니다. 일부 성공적인 공공기관사회공헌 사례들도 있습니다. 문제는 혁신도시로 이주한 이전과 이후의 사업내용과 방법이 완전히 달라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좀더 지역밀착형이어야 하고 지역주민과 학교 지자체 시민단체등과의 밀도있는 방향 설정이 전제돼야 합니다.

이런 점에서 지난 20일 경남 과학기술대학교가 마련한 ‘경남 사회적 가치포럼’이 돋보입니다. LH공사와 KAI 등이 대학 지자체등과 연계방안을 모색하는 자리였는데 다양한 전국적 움직임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joun4u@gmail.com/ (사)공공기관사회책임연구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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