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 김시아 기자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우버의 자율주행차가 보행자를 치어 숨지게 하는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일본 도요타가 미국에서 진행해온 자율주행차 시험 운행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0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도요타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이번 사고가 시범 운전자들에게 심리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해 자율주행차 시험 운행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사고 예방 작업을 위한 한시적인 중단일 뿐"이라고 못 박았다.

앞서 우버는 보행자 사망 사건이 발생하자 애리조나주 피닉스와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펜실베니아주 피츠버그, 캐나다 토론토에서 진행해오던 자율주행차 시험 운행을 전면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한편, 우버와 도요타를 비롯해 구글의 계열사 웨이모, 중국 바이두, GM, 포드, BMW 등 세계적인 업체는 물론, 현대차, 서울대, 카이스트 등 국내 기업 및 연구체들도 자율주행차를 실제 도로에서 테스트하고 있는 중 이다.

자율주행자동차가 '인간보다 안전한 운전자'를 비전으로 내세우는 가운데, 과연 이들은 사고 없는 자율주행 시스템을 만들 수 있을까?

 

◇사건 정리

이번 사고는 지난 18일(현지 시각) 밤 10시경 애리조나주 피닉스 인근 소도시인 템페의 4차선 도로에서 발생했다. 볼보의 SUV 'XC90'을 개조한 우버의 자율주행차는 시험 운행을 하던 중 자전거를 끌고 횡단보도 90m 앞에서 무단횡단을 하려던 49세 여성 엘레인 허츠버그 씨를 발견하지 못하고 그대로 쳤다.

허츠버그 씨는 사고 직후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사망했다. 

애리조나 경찰 당국은 "차량은 완전한 자율주행 모드로 운행하고 있었으며, 제동을 시도했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고 당시 운전석에는 비상시를 대비한 우버 엔지니어가 탑승하고 있었지만, 브레이크를 밟는 등의 조처를 취하지 못했다. 이 직원은 경찰 조사에서 "플래시가 펑 터진 것처럼 갑자기 (사람이) 등장했다"고 말했다.

미국 시민단체와 의회는 자율주행차 관련 규제 강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리처드 블루멘탈 상원의원(민주당)은 "이번 사고는 자율주행차 기술이 보행자, 운전자, 탑승자들의 완전한 안전을 확보하는 데 아직도 멀고 험한 길을 가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자율주행차, 과연 안전한가?

심현철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연구팀과 함께 자율주행자동차를 개발하고 있다. 제공: 한국과학기술원

지금까지 자율주행차를 개발하는 업체들은 자율주행차가 사람이 운전하는 것에 비해 훨씬 안전하다고 주장해 왔다. 교통법규를 절대 어기지 않고, 첨단 보조장치와 인공지능(AI)이 주변 상황을 실시간으로 감지해 더 빨리 위험에 대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매일 수천만번씩 교통사고가 일어나는데 비하면 자율주행차로 인한 사고는 손에 꼽힌다. 다만 사람들이 자율주행차라는 새로운 시스템에 거는 기대치와 두려움에 걱정이 이는 것이다.

심현철 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이번 사건의 경우 어둠 속에서 여성이 갑작스레 튀어나왔는데, 일반적으로 자율주행차량의 센서는 어둠 속의 물체도 감지한다"며 "이번에 못 한 것으로 보아 시계가 확보가 안 된 상태에서 사고가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더 개발한다면 기술적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 밝혔다.

또한, "미국은 법리적 개념이 합리적인 나라이기 때문에 사고 자체가 불가항력이었다고 판단되면 우버에 큰 책임을 묻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심현철 교수는 "자율주행차량에 탑재되어있는 센서의 종류가 생각보다 매우 많다"며 "인간보다 센서 탐지 거리도 길고, 넓고, 어둠에서도 잘 보고, 무엇보다 반응속도가 빠르다는 것에서 인간보다 우월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해하기 힘든 '긴가민가'한 복잡한 상황에서의 판단력이 인간보다는 떨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심 교수는 "이번 사고로 자율주행자동차도 모든 상황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 알려졌기 때문에 인증 부문이 강화될 것으로 보이지, 업계 자체가 위축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심현철 항공우주공학과 교수팀은 자율주행차 ‘유레카 터보(EureCar Turbo)’를 지난해 1월부터 실제 교통상황에서 도로 주행을 하고 있다. 심 교수는 "아직까지 사고 등의 큰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국내 자율주행 산업에 제동 걸리나?

한편 우버 사고가 벌어진 3일 후인 21일, 국토교통부(장관 김현미)는 자율주행 상용화를 앞당기기 위해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산학연이 함께하는 '자율협력주행 산업발전 협의회'를 발족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자율'주행이 아닌 자율 '협력' 주행이라는 명칭이다.

국토부 첨단자동차기술과 관계자는 "자율주행자동차는 센서만으로 안전한 것이 아니라 관련 인프라가 함께 구축되었을 때 안전해진다"며 "각 업계가  협력해 (자율주행차의) 안전한 주행을 가능케 하기 위해 이번 협의체를 구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자율협력주행 기술 개발을, 삼성전자는 반도체와 차량 단말기를, SK텔레콤은 자율주행을 위한 초정밀지도 서비스 부문에 집중하는 등, 각 분야에서 자율주행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것이 국토부의 계획이다.

국토부 김현미 장관이 이날 행사에서 “우리나라는 자율주행차 분야에서 다소 후발주자라는 평가가 있지만, 우리가 강점이 있는 인프라, 정보통신기술을 융합한다면 자율주행 상용화를 앞당기고 세계를 선도해 나갈 수 있다”고 밝힌 가운데, 이번 사고로 인한 제동은 없을 것이라는 업계의 전망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 (우버) 사고로 자율주행차의 안전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는데, 국내 업계가 세계 시장에서 위축되지 않고 더 안전한 자율주행 시스템 구축해 나갈 수 있도록 국토부가 도울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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