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프라핏 저자 신현암 대표.

우리는 이렇게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가치관에 부합하는 기업을 빅프라핏 기업이라고 명명했다. 빅프라핏 기업은 한마디로 ‘목적 있는 성과’를 추구하는 기업이다. 이윤창출과 지속경영을 기본으로 삼되 이윤창출의 궁극적 목적을 사회문제 해결에 두는 기업이다. - 빅프라핏 中-

# 빅프라핏은?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사회공헌연구실장을 역임하고 현재는 팩토리8연구소를 운영하는 신현암 대표를 만났다. 신 대표는 지난해 12월 ‘사회를 변화시키며 수익을 내는 비즈니스 모델 – 빅프라핏’을 출간했다. ‘빅프라핏(BIG PROFIT) 기업’은 저자가 기업의 존재 이유를 고민하며 새롭게 창안한 개념이다.

신 대표는 빅프라핏 개념에 대해 묻자 “기업이 왜 존재해야 하는가에서 시작된 개념이다. 기업이 영속적으로 존재하려면 돈을 버는 것이 맞다. 사람도 숨 쉬는 것이 중요하지만 그것이 삶의 목적이 되지 않는 것과 같다고 생각했다. 기업도 생존을 위해 이익을 창출해야 하지만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목적을 가진 성과를 추구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답했다.

‘빅프라핏 기업’의 개념은 기존의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과도 맥을 같이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도 사회문제 해결에 기업이 역할을 하길 바란다. 기존의 사회적기업, 소셜벤처, 기업의 CSR 활동을 포괄하는 ‘빅프라핏 기업’은 ‘사회적 기업가정신’이라는 큰 틀에서 다양한 기업 사례를 이야기하고 있다. 신 대표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좀 더 쉬운 개념으로 설명하기 위해 ‘빅프라핏 기업’ 개념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 체중이 아닌 건강을 측정하라 '타니타 기업'

신 대표는 마케팅을 강조했다. “아리스토텔레스 설득의 수단에는 로고스, 에토스, 파토스가 있다. 마케팅에서는 소비자와 시장의 공감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 바로 파토스이다. 기업이 이익을 창출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있다. 돈을 보는 것만이 아니라 시장과 소비자의 공감을 얻을 이익창출 방법을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신 대표는 일본의 타니타기업을 가장 인상 깊은 방식으로 꼽았다. 우리 기업이 왜 존재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업의 본질을 담은 사회문제 해결에 앞장섰기 때문이다. 타니타는 1992년 세계 최초로 체지방계를 만든 회사다. 가정용 체중계를 생산하던 기업이 ‘체중이 아닌 건강을 측정’하는 기업으로 변신하고자 했다. 타니타기업의 사장은 ‘회사의 존재 이유’에 대한 고민을 했다. 그 결과 지역주민의 식습관과 운동을 지도하기 위한 식당을 열었다. 직원들도 이용할 수 있는 식당으로 개방했다. 식당 초창기에는 맛없는 다이어트 음식으로 인기가 없었다. 다이어트를 독려하는 회사의 직원이라고 하기엔 심각한 비만 직원도 많았다. 사장은 이런 현상을 개선하고자 영양사팀과 고민해 영양이 풍부하지만 저칼로리인 식단을 만들었다. 전 세계 음식 중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는 메뉴들을 추려서 식당에서 제공했다.

이 식단으로 다이어트에 성공한 직원이 생기면서 입소문이 났다. 2012년 1월에는 ‘타니타식당’이라는 이름으로 구내식당의 메뉴를 판매하는 레스토랑도 개업했다. 인기에 힘입어 2019년 말까지 홋카이도에서 오키나와에 이르는 일본 47개 현마다 최소한 1개 식당을 개설하기로 했다. 이익을 넘어 업과 회사의 존재 이유를 고민했더니 새로운 사업기회가 생겨난 것이다.

손익계산서상의 이익만을 추구했다면 더 이쁘고 세련된 디자인의 체중계를 제작하고 4차 산업혁명이 한창 유행인 요즘에는 센서가 부착된 체중계를 개발했을 것이라 책에서 이야기 한다. 이익을 넘어 업과 회사의 존재 이유를 고민하니 새로운 사업기회가 생겨났고 기업의 이익으로 연결된 대표적인 ‘빅프라핏 기업’ 사례이다.

# 빗 프라핏 설계하려면 "전략과 인문학" 역량 필요

CSR팀 실무자들에게 어떤 역량이 필요할지에 대한 질문에 신대표는 “전략, 인문학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다. 고객의 결핍을 읽고 충족시키는 과정이 사회문제를 해결하며 기업수익을 창출하는 과정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마케팅의 본질은 사람을 고객으로 바꾸고 결핍을 요구로 바꾸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훌륭한 CSR 역량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업전력, 마케팅, 홍보, 신사업, 인재육성 등의 업무를 아우르는 능력도 길러야 한다. 기업 내에서 CSR 업무를 하기 위해서는 위의 내용이 모두 고려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기업사회공헌이 다양화되면서 CSR 브랜딩도 중요해졌다. 특정 지역, 특정 시기를 주도하는 사회공헌 프로젝트가 필요하다. 기업 CSR의 진정성이 인정받기까지는 7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고 생각한다. 대략 7년이란 시간 동안 기업이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일관성 있는 활동을 할 때 대외적으로도 인정을 받을 수 있는 위치가 된다”고 전했다.

# 사회문제, 개도국과 선진국 별개 문제 아니야

개도국은 경제적 빈곤에 따르는 사회문제가 많기 때문에 기업이 사업으로 연결할 사회문제 및 대상을 더 찾기 쉽지 않냐는 질문에 신 대표는 “개도국 시장에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은 선진국에도 존재한다”며, “‘리버스이노베이션’의 경우가 그것이다. 신흥국에게 맞는 혁신적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해 선진국으로 역공급하는 전략이다. 대표적으로 IBM의 기업봉사단이 있다”고 소개했다. ‘빅프라핏’ 책에 따르면 IBM 기업봉사단은 2008년부터 운영되었다. 봉사단 인력을 팀으로 나누고 전 세계 각지에서 ‘IBM이라면 해결해줄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한다. 2016년 IBM은 건강봉사단이라는 새로운 봉사 활동을 추가했다. 의료서비스에 대한 접근성 부족, 의료 및 치료를 위한 시설 및 시스템 부재, 안전하지 않은 물과 주거, 미비한 공중위생, 영양 및 신체 활동 부족 등이 있다. 흥미롭게도 이 이슈는 개도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선진국에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실제 IBM 기업봉사단 과제목록을 보면 가나보건부와 협력해 HIV 감염을 줄이기 위한 건강 DB 시스템을 구축하고 예측 분석 모델을 개발하는 과제도 있지만, 미국 앨라배마주 버밍햄 시민들이 영양가 높은 음식에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프로젝트도 있다.

기업이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첫걸음은 생각의 변화라고 신 대표는 강조했다. 끊임없이 '왜'라는 원론적인 고민을 하면서 생각하지도 못한 답이 나오는데 그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타니타처럼 '왜 기업을 하는가'를 고민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고, 미래의 생존이 담보되지 못하는 시대를 살면서 존재의 원론적인 이유가 답변 가능해야 한다고 전했다. 기업의 존재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기업 철학이 필요한 것이다.

국내기업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었다. 국내기업 중 ‘빅프라핏 기업’과 가까운 기업을 묻는 말에 “지속가능경영이 가능하려면 사랑받는 기업이 되어야 한다. 최근에는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다양한 기준이 있기 때문에 가장 존경받는 기업, 젊은 사람들이 입사하고 싶은 기업, 소비자평가 최우수 기업 등 다양한 방식으로 사랑받는 기업을 판단할 수 있다”고 했다. “소비자들이 기업에 요구하는 것이 많아졌다. 매출만이 평가 요소가 아니다. 존경받는 요소가 필요하다. 앞으로 갈수록 매출도 올리면서 사회도 변화시키고 존경도 받을 수 있는 기업에 대한 고민과 도전을 많이 받게 될 것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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