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의 주범을 찾아서①] 교로리는 버려진 땅인가…20년 고통 외면받는 주민들
[미세먼지의 주범을 찾아서①] 교로리는 버려진 땅인가…20년 고통 외면받는 주민들
  • 배선영 기자
  • 승인 2018.03.16 16: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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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SR은 사회적 책임 사회적 가치의 실현을 위한 전문 경제신문입니다.

사회가치실현의 주요 항목 중 하나는 ESG, 즉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입니다.

당진화력본부·영흥화력발전소와 같은 공공기관의 ESG에 관한 평가는 중요합니다. 이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주변 지역은 물론 수도권 지역의 안전과 환경도 침해 받기 때문입니다.

저희가 이번에 짚어본 당진화력본부·영흥화력발전소에 관한 이슈들 역시 주변 지역과 수도권 지역에 막대하고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었습니다. 공공기관이 중시하는 사회적가치 실현과 엇나가는 이번 사안들에 대해 미디어SR은 꾸준히 보도해드리겠습니다.

미디어SR은 앞으로도 사회적 책임과 관련된 이슈들을 발굴하고 추적하여 독자들에게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편집자주]

충청남도 당진시 석문면 교로리는 서울에서 약 110km 정도 떨어진 당진에서도 꽤 끝자락에 위치한 작은 마을이다. 주민이라고 해도 400여명에 불과한 작고 작은 시골 마을은 왜목마을이라는 이름으로 관광객들에게도 제법 알려져있다. 특히 일출과 일몰을 감상하기 좋은 명소로 매년 연말과 연초에는 관광객들이 제법 이곳을 찾는다.

왜목마을, 즉 교로리는 이따금 관광객들이 찾아 북적이곤 하지만 그 외에는 한적한 보통의 시골마을일 밖이다.

1999년 이곳에 당진화력발전소가 들어서기 전까진, 마을은 욕심을 크게 가지지 않으면 자급자족하며 살아갈 만큼 넉넉한 시골 마을이었다. 세계적 규모의 발전소가 들어선다는 사실이 주민들의 자부심이었던 것은 잠시.

발전소가 들어선 이후 2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2018년 교로리 주민들은 발전소는 물론, 송전탑만 봐도 소름이 돋는다며 고개를 젓는다. 20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발전소가 주민의 삶을 처참하게 망가뜨렸다.

당진 석문면 교로리에서만 평생 살아왔다는 주민들. 발전소가 들어선 이후 마을이 황폐화 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사진·영상=구혜정 기자
당진 석문면 교로리에서만 평생 살아왔다는 주민들. 발전소가 들어선 이후 마을이 황폐화 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구혜정 기자

교로리 주민 A씨는 "여기 죽은 사람도 있어. 암으로 많이 죽었어. 병원에 간 사람도 많고"라며 이런 현상들이 발전소가 생기고부터 발생했다고 말한다.

'암 마을'이라는 끔찍한 별명까지 붙은 이곳 교로리는 일상도 엉망진창이다.

"되는 게 하나도 없어. (집안을) 아침에 닦아놓아도 저녁만 되면 새까맣게 돼. 빨래는 방에 깔아놓아야지, 밖에 널면 큰일 나. 밭에도 심을 게 없어. 콩도 배추도 고추도 다 병이 생겨." 

당진 석문면 교로리에서만 평생 살아왔다는 주민들. 발전소가 들어선 이후 마을이 황폐화 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구혜정 기자

실제 교로리 복지회관만 하더라도 아침에 닦아놓은 창틀에 새까만 먼지가 소복히 쌓여있다. 마을을 거닐다 무작위로 한 집을 찾아가 보았다. 집 벽면에 까만 물줄기들이 눈에 띈다. 비 오는 날 지붕에 쌓인 석탄가루들이 빗물을 타고 내려온 자국이다.

화력발전소의 석탄가루, 즉 비산먼지들이 마을을 얼마나 황폐화 시켰는지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사진·영상=구혜정 기자
교로리 복지회관 창틀에 쌓인 석탄가루. 마을 건물에 쌓인 석탄 가루와 벽을 타고 흐르는 석탄 가루 물자국. 구혜정 기자

비단 석탄가루 날림의 문제 뿐만이 아니다. 송전탑을 주변으로 소음과 전자파로 인한 피해에도 주민들은 오랜 시간 시달렸다.

"마을 주민 중 몸이 불편한 장애인 분이 계신데, 몸이 예민하다보니 소음으로 인한 두통이 더더욱 심하다고 호소한다. 전자파는 어떤가. 송전탑 주변에 형광등을 가져가면 불이 켜질 정도다. 우리가 그걸 다 테스트를 해봤다. 인터넷 찾아보면 사진도 많이 나온다."

주민들은 바로 이 송전탑 주변으로 흐르는 전자파가 암 발생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발전소 측은 암발병과 발전소 간의 상관관계가 증명되지 않았기에 어떤 피해 대책 및 재발 방지 대책도 수립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교로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송전탑. 이 송전탑 아래에 형광등을 갖다대면 불이 켜진다. 구혜정 기자

당진환경연합의 유종준 사무국장은 미디어SR에 "발전소 측은 주민들의 건강 피해와 발전소 간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피해 보상도 없는 실정이다. 자체적으로 이를 입증하는 것이 쉽지가 않다"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야말로 생사를 건 싸움이다. 생사를 건 싸움이 무려 20년이나 걸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해에는 발전소 측에서 추가 설립을 추진하기도 했다. 그나마 주민들의 반대와 정부 차원의 강경해진 미세먼지 정책으로 무력화되긴 했지만, 발전소 측의 추가 설립 추진 의지만 봐도 이들이 주민들의 피해에 무감하다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다.

사실상 사람이 살아서는 안되는 지역. 그러나 원인관계가 불분명하니 책임질 수 없다고 말하는 발전소. 그곳에 남아있는 주민들만 시름시름 앓을 밖이다.

"땅 팔아서 나가고 싶어도 팔려야 나가지. 젊은이들은 다 나갔고, 나도 정리하고 나가고 싶어도 팔려야 말이지."

"어디로 나가서 살라고?" "좋은데 나가 살지"

"포항에 지진이 났을 때, 나라에서 재난 지역으로 선포해서 이것저것 지원도 많이 해줬다며. 여기도 재난 지역이야. 다를 게 뭐가 있어."

주름살이 빼곡히 들어선 얼굴로 두런두런 나누는 이곳, 교로리 주민들의 이야기가 유독 구슬프게 들린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곳 교로리의 황폐화가 더 이상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저탄장에서 날아오는 비산먼지나 송전탑의 전자파는 차치하고 굴뚝으로 흘러나오는 유해물질들의 경우, 수도권 지역 미세먼지에까지 충분히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국대기환경학회지의 '충남지역 대형 점오염원이 주변지역 초미세먼지 농도에 미치는 영향'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석탄발전소는 초미세먼지의 전구물질인 질소산화물과 황산화물을 대기 중으로 배출하는 오염원 중 하나로 비단, 당진 뿐 아니라, 태안, 보령, 서천 등 충남 지역에 즐비한 대형 오염원은 충남 지역 뿐 아니라 수도권 등의 인구 밀집지역에까지 초미세먼지 노출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발전소 자체의 사회적 책임 의식이 강조되는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으면, 주변 지역 뿐 아니라 수도권 지역 역시도 피해 지역의 일부가 돼 교로리 주민들처럼 나도 모르게 피해자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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