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년 1월, 회색 작가는 블로그에 갑상선 암 투병 사실을 밝혔다. / 회색 작가 블로그 캡처

"웹툰 작가에게 삶과 건강이 존재할까요?"

웹툰 작가 A씨가 한숨처럼 털어놓은 말이다. 웹툰 작가들의 휴재 공지를 보면 `건강이 안 좋아 쉬다 오겠다`는 말이 빠짐없이 등장한다. 지난달 코미코에서 `설레는 기분`을 연재하던 만화가 쌈바(33)가 암 투병 중 숨을 거뒀다. 또, 레진코믹스에서 연재한 `월한강천록` 회색 작가도 지난해 1월 갑상선암 투병 사실을 밝혔다. 웹툰 작가들의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것이다.  

주간 연재 작가는 매주 1~2회 마감을 한다. 최근 웹툰 컷 수도 늘어나 한 회에 80~100컷 정도로 작업해야 한다. 익명을 요청한 한 웹툰 작가 A씨는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A씨는 "제대로 작품이 나오려면 하루 종일 집에서 작업만 해야 한다. 적절한 작업량이 필요하다. 컬러로 80컷(네이버 기준)을 일주일에 하나 올리는 것은 너무나 힘든 일이다. 적어도 흑백으로 하거나, 컷을 줄이든가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작업 환경과 질병을 직접적으로 연결할 수는 없으나, 웹툰 작가의 작업 환경이 작가에게 상당한 부담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신체뿐만 아니라, 정신적 건강도 위험하다. 한국만화가협회 관계자는 "댓글 때문에 정신적인 충격이 많아 상담이 필요하신 분들이 많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혼자 작업하는 업의 특성상, 사람을 자주 만나지 못해 외로움을 호소하는 작가들도 있다. A씨는 "학생과 직장인은 평일에 활동하는데 작가는 마감에 맞춰서 활동해 사이클이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점점 사람도 안 만나고 외로워진다. 아직은 버틸 만하지만 정신장애가 올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실제 `복학왕`을 연재하고 있는 `기안84`도 공황장애를 겪은 적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7년 동안 혼자 만화를 그리다 보니 공황장애가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복지 차원에서 무료 건강검진을 제공하는 플랫폼도 있다. 다음 웹툰은 2017년 작가 182명을 대상으로 무료 건강검진을 진행했다. 그러나 이는 일부 플랫폼일 뿐이고,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것이 A씨의 설명이다.

법적으로 플랫폼이 작가의 복지를 챙길 의무는 없다. 웹툰 작가는 보통 직원이 아닌 프리랜서로 계약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플랫폼에서 작가에게 과도한 업무량을 요구하는 만큼, 플랫폼 측에서도 보다 작가에 대한 책임 있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A씨는 "플랫폼이 주는 것은 돈밖에 없다. 필요한 것이 있으면 지원해주겠다고 하지만, 실제로 지원해줄지는 미지수다. 농담 삼아 장비 지원을 말했다가 정색하는 담당자의 모습을 보고 허울이라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또, A씨는 더 좋은 작품을 위해서는 플랫폼이 작가 관리를 더 체계적으로 해야 한다고 전했다. "플랫폼이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한다. 웹툰은 하나의 상품이자 비즈니스이므로 플랫폼의 관리가 필요하다. 일본은 작품 결정부터 작품 회차, 진행, 작가 복지까지 챙겨준다. 작품을 오로지 작가의 몫으로만 두지 않는다. 한국처럼 마케팅이나 연재 기간, 스토리 진행 등 모든 것을 작가에게 맡겨버리면, 그림 그리기도 힘든데 작업량이 과도해 버티기 어렵다"고 전했다. 

이에 한국만화가협회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웹툰 작가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준비하고 있다. 한국만화가협회 관계자는 "몇 시간 노동을 하고 있고, 어떤 복지가 있는 상황이고 어떤 복지가 작가들에게 필요한지, 주 단위로 몇 시간을 일하고 있는데 어느 정도로 원고료를 받고 있는지 등 조사가 된 것이 아무것도 없다. 이 조사가 나와야 처우 개선을 논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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