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운동이 한국 사회를 강타하고 있는 가운데 '성' 마케팅으로 찬물 끼얹는 기업들이 뭇매를 맞고 있다. 

성희롱 카톡 내용을 마케팅에...

문제 광고와 배스킨라빈스의 공식 사과문. 배스킨라빈스 인스타그램 갈무리

비알코리아가 운영하는 배스킨라빈스는 인스타그램 글로 한 프로모션을 홍보하며 "내적 댄스 폭발할 때 #너무 많이 흥분 #몹시 위험"이라는 문구를 넣었다. 이는 고(故) 조민기씨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밝힌 여성이 공개한 카카오톡 내용과 유사하다. 성추행 피해자가 폭로한 내용을 패러디한 것이다.

배스킨라빈스는 소비자들의 거센 반발에 해당 광고를 삭제하고 공식 사과글을 올렸다. 배스킨라빈스는 지난 9일 "콘텐츠에 적절치 못한 단어들이 포함된 것을 충분히 확인하지 못하고 게시해 관련자들께 상처를 드리고, 물의를 빚은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사과를 드리는 과정에서도 매끄럽지 못했던 점 대단히 죄송하다"다고 했다. 이어 "회사 차원의 책임을 통감하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총체적인 업무 프로세스를 재점거하고 개선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MeToo -> #Meat Too?! 희화화되는 피해자의 아픔

배달 어플 '배달의 민족'의 '배민신춘문예'도 논란이다. '배민신춘문예'에 출품해 당선된 카피문구는 '배달의 민족' 마케팅에 실제로 사용될뿐 아니라, 전파 속도가 빨라 파급 효과가 크다. 그런데 최근 배민신춘문예에 미투 운동과 관련한 출품작들이 대거 등장했다. '#Meat too -운동 지지-", '"저도 당했어요" -미트(meat) 운동/그 맛에 당했어요-', '제 다리를 보더니 침을 삼키면서... -치킨 미투 운동-' 등이 그 예다.

배달의민족 측에서 삭제 조처한 문제 출품작들. 배달의민족 홈페이지 갈무리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주)우아한형제들 홍보실 성호경 책임은 "이용자들에 불쾌감을 주고 써서는 안되는 메시지를 담은 출품작을이 여러 있어 확인되면 바로 삭제 조처를 취했다"며 "고객들과 축제처럼 즐기기 위해 마련한 행사인데 몰지각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로 인해 함께 불편하고 마음이 아프다"고 밝혔다. 이어 "미투 운동은 사회적으로 굉장히 의미 있는 이슈인 것을 인지하고 있다"며 "미투 운동이 아니더라도 기업이 대외적으로 마케팅을 할 때 여성인권, 젠더감수성 등에 관해 더 세심하고 중요하게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상품과 연관없는 성 상품화

삼양식품은 인기제품인 '불닭볶음면'의 CM송 영상에 여성을 비하하는 표현이 들어갔다는 논란에 지난달 28일 SNS에 사과글을 올렸다. '불닭볶음면' CM송 영상에는 여성이 잠을 자다 일어나 불닭볶음면을 먹고 이전보다 날씬해진 모습으로 외출하는 모습이 연출됐다. 이 여성이 불닭볶음면을 먹을 때 화면에는 '먹는 동안 예뻐지는 중입니다'라는 문구가 나온다. 해당 문구는 소비자들의 "제품과 여성의 외모가 무슨 상관이 있냐", "뚱뚱한 여자는 불완전한 존재고, '예쁜' 여자만이 완전한 존재로 비춰지는 광고가 과연 옳냐" 등의 논란에 휩싸였다.

삼양식품 측은 사과글을 통해 "고객 여러분 심려를 끼쳐드려 사과 말씀 드린다"며 "고객의 소중한 의견에 귀 기울이고 보다 세심하게 헤아릴 수 있는 계기로 삼겠다"고 했다. 이어 "불닭볶음면을 사랑해주시는 분들께 불쾌감을 주고 말았다"며 "의욕만 앞서 깊이 생각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성 상품화란 외모나 성적 매력이 여성을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도록 만들어, 여성 혹은 남성을 누군가의 성적 흥미를 이끌어내고 만족시키기 위한 성적 대상·도구로 전락시키는 것을 뜻한다.

좌측은 해당 상품, 우측은 삼양식품의 관련 사과문. 삼양식품 공식 인스타그램 갈무리

대학생 박모 씨(22)는 "예전부터 여성혐오적인 광고들을 언제나 많이 보아왔었는데 당시에는 기업들이 제대로 피드백을 하지 않았다"며 "그런데 미투 운동이 점화되고 여성 인권 관련 이슈가 대두된 후로는 몇몇 기업들은 해명하고 사과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직장인 권모 씨(33)는 "이전부터 젠더의식 관련해 문제가 있는 광고나 마케팅에 대한 문제제기와 불매운동이 있었음에도 꼼짝 않던 기업들이 미투 운동 이후로는 확실히 관련 사안에 다르게 대처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광고 속 여성혐오는 고질적 문화... 어떻게 바꿀까?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황소연 활동가는 "광고의 경우 대중에 미치는 영향력이 너무나도 크기 때문에, 여성혐오적인 콘텐츠가 유통되었을 때 여성혐오, 성차별 문화가 잠식하기 쉽다"며 "이 때문에 문제제기는 더 힘들어지고, 그릇된 문화가 재생산됐다"고 말했다.

또한, "주류 광고에서 청순하고 때묻지 않은 여성이나 굉장히 섹시한 여성이 술을 마시도록 유혹하는 것, 활동적이기보다는 청순한 여성모델을 기용하는 생리대 광고 등 모두 고정관념을 재생산하는 광고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렇게 교묘한 성차별적 요소로 생산된 광고 콘텐츠에 익숙해졌던 것이 광고 속 성평등이 정체되었던 이유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황소연 활동가는 "의무교육에서 성평등 교육이 잘 이뤄지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젠더감수성이 낮은 것은 어쩔 수 없다"며 "이에 민우회도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성평등 교육에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해당 광고들이 왜 여성혐오적인지 이해하기 힘들 수도 있음을 당연히 이해한다"며 "소비자들은 작은 것부터 하나 하나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기 시작하면 좋을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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