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기업들의 이색행사

지난주에는 관심있는 행사가 많았습니다. 7일 오전에는 반부패 서약식이, 저녁에는 100년 기업의 창립기념 행사, 다음 날에는 사회책임 보고서 발표회가 있었습니다. 행사를 주최하거나 후원한 기업은 독일 지멘스와 일본 파나소닉, 이탈리아 페레로 등입니다.

기업들 이름에서 보듯 국내에서 활동중인 다국적 기업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주목되는 것은 행사의 주제와 발표내용, 다짐들이 하나같이 더 나은 한국사회를 말하고 있다는 겁니다.

지멘스가 후원한 행사는 준법 윤리경영을 확산하기 위해 지난 3년간 국내에서 벌여온 ‘청렴 이니셔티브’ 활동의 결산과 윤리경영 실천 다짐의 자리였습니다. ‘함께한 100년, 함께할 100년’이란 캐치프레이즈로 창립 100년 행사를 가진 파나소닉의 주제는 ‘더 나은 삶, 더 나은 미래’입니다. 페레로는 ‘가치 공유를 통한 가치창출’을 주제로 전세계적으로 벌이고 있는 각종 사회공헌활동, 특히 킨더 스포츠를 중심으로 한국에서의 사회적 가치 활동을 집중 소개했습니다.

공교롭게도 동시에 진행된 다국적 기업 행사의 시사점은 크게 둘로 요약됩니다.

오랫동안 세계적 기업으로 자리하고 있는 기업들은 자신들의 활동을 알리는 데 아주 적극적이라는 점을 우선 주목하게 됩니다. 독일에 본사를 둔 지멘스의 창립연도는 1847년. 100년 파나소닉보다 70년가량 더 오랜 역사를 갖고 있고 페레로도 올해로 창업 72주년을 맞습니다. 전 세계적인 사회가치 제고노력을 주로 얘기하면서 한국에서의 활동과 계획역시 소상하게 밝히고 있어 국내 기업들과 많은 비교를 하게 됩니다.

더욱 인상깊었던 것은 이들 기업의 비전과 목표가 서로 맥을 같이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바로 사회적 가치의 실현입니다. 더 많이 팔기위한 회사 소개나 상품설명이 아니라 한국사회를 위해 무엇을 하고 있고 어디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를 말하고 있는 겁니다. 이 역시 궁극적으로는 기업가치를 높이는 작업입니다만 공유하겠다고 하는 가치라면 그 가치는 분명 기업만을 위한 것은 아닐 것입니다.

#사회적 가치란?

가치라는 용어는 매우 포괄적입니다. ‘필요와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은 모두 가치이다’ 두산백과가 정의하는 가치입니다. 육체적 정신적 가치를 흔히 떠올릴 수 있으며 논리적 도덕적 종교적 가치 역시 많이 쓰입니다. 그러나 사회적 가치에 근접하기 위해 기업가치를 대비해 봅니다.

x축에는 기업가치, y축에 사회가치를 놓고 기업이 어떤 경영적 선택을 하느냐로 설명할 수도 있겠습니다. 공공기관에게 실현하라고 하는 정부의 주문은 x축에 치우쳐 온 경영활동(활동 1)을 y축 쪽으로 이동(활동2)하라는 겁니다(그림).

사회가치 실현 주문 개념도

기업가치 x축의 의미는 간명합니다. 이윤, 이익, 재무적 가치, 조직의 가치이지요. 대부분 기업들의 경영방식이고 공공기관에 대한 사회의 인식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사회적 가치, 즉 y축의 내용이 무엇이냐 하는 것입니다. 정부는 실현대상 사회가치로 일자리 창출, 균등한 기회와 사회통합, 상생 협력 및 지역발전 등 5가지를 명시했습니다.

세부적으로는 일자리 부문의 경우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청년 고용, 시간제 일자리 등을 부문별 0.3~1.7점으로 구체화했습니다. 3점을 배점한 균등한 기회와 사회통합에는 채용과정의 투명성, 혁신도시 지역인재 채용비율, 여성우대, 적정 처우 등 차별해소를, 상생 협력 및 지역발전(5점배점)에는 지역사회 참여, 지역경제 활성화 프로그램 개발 및 실행, 협력사 적기 자금결제, 소상공인 제품 우선 구매, 사회적 경제기업 구매확대 등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주요 사업부문에서의 실현대상 사회가치는 도대체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배점은 공기업의 경우 기업별로 10~15점(45점중)이고 기금관리형은 30~35점(50점중)에 달하지만 무엇이 사회가치인지 구체화하지 않고 있습니다.

공공기관들이 어려움에 처한 근본 원인중 하나인데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을 예로 들어 봅니다. 주요사업 50점 중 가입자 관리사업 14점, 급여관리사업 15점, 성과관리의 적정성 14점, 지표구성의 적정성 7점등입니다. 어느 부분이 실현대상 사회가치인지 전혀 알 수 없지요? 한 단계 더 들어가 봅니다. 성과관리의 적정성 부분(14점)이라면 그나마 이해한다 하더라도 나머지 20점 이상을 추론하기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사회가치 평가의 역사와 실현방안.

사회가치 실현방안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또 다른 원인은 충분한 공감대나 기준이 마련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는 점입니다. 1984년부터 시작된 공공기관에 대한 정부의 평가중 윤리경영을 포함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 부문이 그나마 거론된 것은 2005년입니다. 하지만 이듬해 바로 삭제됐고 2007년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윤리경영과 이사회 운영의 활성화란 표현으로 부활됩니다.

그러나 2010년까지 5점 이하(100점만점)로 명맥만 유지하다가 2011년 경영전략과 사회적 기여란 항목으로 7점이 배점됐고 2016년에 전략기획 및 사회적 책임 2점, 공시 1점, 정부권장정책 5점 등으로 높아졌습니다. 2017년 평가지침에서 18점(공기업기준)까지 늘었고 평가 후속조치에 사회적 책무 조항도 넣어 종합 점수에 법적 윤리적 문제를 가감하기 시작했습니다. 사회가치란 용어 자체는 2018년 지침이 처음입니다. 사업에서까지 사회가치 부문을 채점하겠다는 것도 이제 막 시작입니다.

연도별 윤리경영-사회가치 부문 배점 추이 / *정부의 공공기관 경영평가 종합

처음 도입되는 사회가치 개념입니다만 어렵게만 접근해서는 답을 찾을 수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이해관계자와의 관계를 호의적으로 강화하기 위해서는 3가지 원칙이 제시됩니다. 업과의 연계, 관계자들의 참여, 지속가능성 등입니다. 도로공사에 맞는 사회적 가치사업이 있고 주택토지공사가 추구해야 할 사회가치가 따로 있는 것입니다. 종업원과 납품 거래기업들이 수긍할 수 있는 사회공헌 분야가 고민돼야 하며 10년 20년 지속될 간판 사업의 선정이 성공적이고 지속가능한 사회가치 실현의 기본입니다.

지난 9일 2017년 경영보고를 마친 공공기관들은 이제 완전히 달라진 경영평가지침에 집중해야 합니다. 가치실현을 위한 기본원칙과 다국적 기업들의 사회가치 제고활동은 혼란에 빠진 공공기관들에게 많은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joun4u@gmail.com/ (사)공공기관사회책임연구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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