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알 권리'를 질문해야 할 때다
미투, '알 권리'를 질문해야 할 때다
  • 배선영 기자
  • 승인 2018.03.12 15: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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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권민수 기자
편집 : 권민수 기자

 

배우 조민기가 지난 9일 광진구 소재 아파트 지하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사망 다음 날인 10일 조민기가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유서가 발견되는 등 타살혐의점이 특별히 확인되지 않아 조민기는 스스로 생을 마감한 것으로 결론이 났다.

조민기, 미투 열기 속 가해자 지목 뒤 결국 자살로 생 마감

예정대로라면, 조민기는 12일 성추행 혐의로 경찰조사를 받을 예정이었다. 그는 청주대 연극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여학생들을 상습 성추행했다는 내용이 미투(Me too)폭로로 드러나면서 경찰 조사를 앞두고 있었다. 당초 "사실 무근"이라고 적극 해명했던 조민기였지만, 피해자의 증언이 연이어 터져나오면서 비난 여론도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조민기의 소속사였던 윌엔터테인먼트 측 역시 강력한 부인의 입장을 담았던 첫 공식입장을 뒤집어 조민기의 드라마 하차 소식과 함께 "소속사는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 더욱 명확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판단, 조민기는 앞으로 진행될 경찰조사에 성실히 임할 예정이다"라며, 조민기와의 전속계약 철회 내용까지 알려진 바 있다.

이에 조민기 역시 27일 사과문을 발표, "남은 일생동안 잘못을 반성하고, 자숙하며 살겠다"라는 내용의 입장을 전한 바 있다. 하지만 조민기는 성추행 의혹이 알려진 지 18일만에 극단적인 선택으로 삶을 마감했다.

조민기 외에도 다수의 유명인들이 성폭력 의혹으로 얼룩진 상태다. 미투, 이른바 '나도 당했다'라며 여성들이 자신이 속한 조직 안에서 위력을 가진 남성들로 인해 성폭력을 당한 경험담을 매체나 소셜 미디어 등을 통해 폭로하는 캠페인이다. 할리우드에서 시작돼 한국에서는 지난 1월 서지현 검사의 성폭력 피해 고발 이후, 법조계, 의료계, 정계, 문화예술계 등 사회 각계로 번져나갔다. 이름만 들어도 알 법한 유명인들의 성폭력 의혹이 연이어 터져나오면서 대중의 공분을 샀다. 이들 다수는 경찰 조사를 진행 중이거나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미투, 한국사회 고질적 병폐 고발 … 그러나 부작용 최소화해야 지속될 수 있어

미투는 그동안 상하 권력관계 속에서 성폭력을 당하고도 침묵 밖에 할 수 없었던 여성들이 이제라도 피해를 이야기하게 됐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를 바로잡을 수 있다는 계기로서의 긍정성이 높이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가쉽 위주로만 흘러 사건의 본질이 잊혀질 만한 우려가 있는 선정적 보도에 대한 우려는 비단 미투 뿐 아니라 성폭력 보도에 있어 꾸준히 문제제기 되어왔다. 성폭력 사건 보도 가이드라인이 있어 성폭력 사건의 경우,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피해자의 신상정보를 공개하지 않아야 한다. 또 피해 상태를 구체적으로 묘사해 피해자의 사생활이 침해되지 않도록 주의하여야 한다. 이외에도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이야기 소재로 다루는 것을 지양하여야 한다는 내용이 명시되어 있다.

다만, 미투의 경우에는 다수의 피해자들이 자발적으로 자신의 신상을 언론에 공개하고 피해 사실 역시 자신의 목소리로 이야기 한다는 점에 있어 기존 가이드라인을 그대로 따르기에는 일부 무리가 있다. 그렇지만 지나치게 선정적인 보도들이 경쟁적으로 보도된 행태들에는 명확한 브레이크가 가해져야 한다.

언론중재위원회의 홍보팀 남승균 팀장은 12일 "현재 기존 성폭력 사건 보도 가이드라인 외에 미투를 반영한 보도 지침을 마련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라며 "현재로서는 (보도로 인해) 피해가 발생한 부분이 있어 조정 신청이 들어오게 되면 저희 측에서 처리를 하게 된다. 다만 이 건의 경우, 명예훼손의 측면이 많은 부분 고려되는데 유무죄의 법원 판결 전에는 저희 측에서도 어려움이 있다"고 전했다.

또 현재로서는 미투 보도와 관련, 언론중재위원회 측에 시정요청이 들어온 건은 한 건도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이 곧 미투에 대한 언론의 보도가 아쉽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실제 조민기 사건의 경우, 조민기가 과거 그의 딸과 한 리얼리티에 출연해 언급한 대사를 들먹이며 불편한 추측을 유발하는 기사들도 다수 보도됐다. 또 병원의 사망 선고 진단이 나온 9일 오후 5시20분 훨씬 이전인 오후 5시 3분께부터 사망이 확정적으로 연이어 보도된 바 있으며, 사망 장소에도 취재진들이 따라 붙었다. 과연 조민기 성추행 및 사망 사건에 있어, 조민기의 가족과 관련된 발언 및 조민기의 사망 장소가 국민의 알 권리에 해당하는 것인지 질문해 볼 필요가 있겠다.  

무엇보다 언론의 무분별한 보도가 사건의 본질을 흐리게 하거나 거짓 뉴스를 생산하는 등의 부작용을 낳는다면, 미투 운동의 정신 역시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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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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