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면으로 7가지 사항 약속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 / 출처 : autocarpro.in

지난해 9월 1일, 카허 카젬이 새로운 한국GM의 사장에 취임했다. 한국GM은 “새로운 사장인 카젬은 생산과 사업운영 분야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은 인물”이라며 “한국GM의 지속가능성과 미래 경쟁력을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카젬은 GM인도에서 강도 높은 구조조정 후 시장에서 철수한 ‘냉혈한’으로 유명한 인물이었다. 전문가들은 카젬이 한국으로 찾아온 것은 곧 한국 시장에서 철수한다는 것과 같은 뜻을 달린다고 분석했다. 물론 GM은 이것을 계속 부인했다.

그로부터 4달 후, GM은 군산 공장 폐쇄를 선언했다.

 

1. 현재의 GM은?

GM은 현재 정부에 7가지 약속을 서면으로 제출한 상태다. 

7가지 약속은 ▲한국GM이 투입할 필요가 있는 비용에서 기존 채권(27억 달러)을 전액 출자 ▲제품 출시ㆍ생산에 필요한 신규 투자 금액(28억 달러) 중 GM 몫을 GM이 조달 ▲2개의 글로벌 신차 배정 ▲한국GM을 미래 제품ㆍ기술용 디자인ㆍ엔지니어링ㆍ연구개발 자원으로 꾸준히 활용 ▲한국GM 구조조정 비용 발생 시 GM 몫은 GM이 조달 ▲외국인 임원을 감축하는 등 한국GM 비용 감축 지원 ▲삼일PWC와 산업은행(이하 산은)이 벌이는 실사에 도움 등이다.

산은은 이번 주 한국GM 실사에 나선다. 이번 실사에서 한국GM 부실의 원인인 원가 구조를 집중적으로 살필 예정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GM은 서한으로 산은의 실사에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했다. 아직 합의해야 할 부분이 있지만 산은은 일정을 진행하면서 조금씩 합의하겠다고 전했다.

 

2. GM, 한 번이라도 믿어보자

GM의 서면 약속은 과거 ‘GM브라질’ 사례와 비슷하다고 전해진다. 실제로 GM GMI 부문의 엥글 사장은 한국GM 임직원들에게 GM브라질의 회생 과정을 벤치마크 하라는 지시를 한 바 있다.

GM브라질은 2009년 근로자 744명을 해고할 정도로 극심한 판매 부진에 시달리는, 군산처럼 철수설에 휘둘리는 법인이었다. 하지만 2014년 8월 브라질 정부가 세제 해택과 자금 사정 개선을 약속함으로써 GM이 브라질로 지원을 하기 시작한다.

GM은 브라질 현지 사정에 맞게 신차를 배정했다. 이러한 선택은 적중하였고 현재 브라질 소형차 1위는 GM의 ‘쉐보레 오닉스’다. 또 2014~2018년 동안 3조 원 가량의 투자를 해냈다. 지난달 20일에는 3억6000만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선언했다. 한국GM도 브라질의 사례와 같이 정부와 본사의 지원이 지속되면 충분히 살아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3. GM, 한 번 조차 못 믿겠다

하지만 정부는 GM의 태도를 완전히 신뢰하지 않는 분위기다. GM은 서면으로 약속을 제출하면서 ‘주요 이해관계자가 고통을 분담하는 조건에 합의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즉, 정부와 노조가 GM이 만족할 수준으로 지원하지 않는다면 경영 정상화에 아무런 협조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또 서면에 담긴 신차 배정도 불투명한 상태다. 지난 6일 2018년도 임단협 4차 노사 교섭 자리에서 카젬 사장은 “신차 배정이 위험한 상태며 본사가 계속 기다릴 수 없다”고 발언했다. 9일에도 GM의 엥겔 사장은 노조를 만나 같은 내용을 강조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특히 GM은 산은의 실사에도 여전히 비협조적인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산은이 살피고자 하는 것은 원가구조와 엮인 본사로부터 빌린 돈, 본사에 지급한 관리비, 인건비 등이다. 하지만 GM은 이와 관련한 일부 자료 제출을 하지 않고 있다. GM이 정말 산은의 실사에 협조하는 것인가에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이유다. GM은 여전히 잘못과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4.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지지 않은 결과 : 군산

GM을 돕냐 마냐의 문제로 각계각층에서 옥신각신하고 있는 와중 군산은 죽어가고 있다.

먼저 군산 공장에서 근무하던 노동자들이 직접적 피해를 입고 있다. 지난 6일 한국GM은 군산 공장에서 근무하는 비정규직 200여 명을 ‘문자 한 통’으로 해고했다. 비용을 줄이려는 GM의 행동은 이해가지만 많은 여론이 집중된 가운데 제대로 된 절차 없이 통보 방식으로 해고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또 많은 부분 GM의 공장에 기대고 있던 군산 경제가 말라가고 있다. GM 군산 공장 주변의 협력사들은 줄줄이 정리하는 중이다. 자동차 분야의 특성상 2ㆍ3차 협력사의 부도도 이어진 수순이다. 지역경제를 책임지고 있던 주변의 음식점, 주유소, 이발소 등도 문을 닫기 시작했다.

군산 주민들은 이러한 GM의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전혀 지지 않으려는 행동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2008년 미국발 경제위기가 찾아왔을 때 휘청거리던 GM을 살려준 한국GM과 군산 공장을 이렇게 쉽게 버리는 GM의 행태가 이해되지 않는다는 게 주민들의 설명이다. 군산 공장 노동자들은 지난 9일 서울 세종로소공원에서 GM의 군산 공장 폐쇄 결정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정부는 군산에 산업단지 노후 기반시설 정비ㆍ주변 상가 활성화 사업 등 6개 사업에 65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어 행안부는 지역경제의 위기로 피해입은 협력업체와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도 다각적으로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기업에게 ‘배신’당한 군산 사회의 상처를 치료해주기엔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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