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네이버 영화

그래도 ‘사랑’은 계속되어야 한다.

영화 ‘셰이프오브워터’의 포스터는 강렬하다. 심연의 바닥으로 두 남녀가 부둥켜안고 빠져 들어가고 있다. 남자(더그 존스)는 근육질의 파충류 모습을 띠고 있으며 여자(샐리 호킨스)는 가녀린 몸매에 빨간색 옷을 입고 있고 빨간색 구두 한 짝은 벗겨진 채다. 둘은 절대 떨어질 수 없다는 듯 꼭 끌어안고 있다. 여자는 산소가 부족한지 얼굴이 새파랗다.

강렬한 만큼 시선을 확 끄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메인 비쥬얼로 선택했다.

셰이프오브워터를 그대로 번역하면 ‘물의 형태’나 ‘물의 모양’이 되겠지만, 굳이 영화 부제로 ‘사랑의 모양’이라고 의역한 것은 절묘했다. 물은 형태가 없다. 어떤 틀에 있느냐에 따라 모양이 달라진다. 그리고 물은 빈틈이 보이면 조용히 스며들었다가 또 한순간에 증발하기도 한다. 물속에 너무 오래 있으면 숨이 막혀 죽을 수 있다. 따라서 물의 모양새(Shape of Water)를 사랑의 모양이라 번역한 것은 감독이 영화에서 얘기하는 사랑의 정의를 정확히 짚어준 부제였다.

‘셰이프오브워터’는 올해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13개 부문 최다 노미네이트를 기록하더니 작품상, 감독상, 미술상, 음악상을 수상했다. 골든글로브에서는 감독상과 음악상을 그리고 제74회 베니스 영화제에선 그랑프리 격인 황금사자상마저 거머쥐었다. 많은 작품과 제작 경험이 있던 이 멕시코 감독은 그동안 상복이 없더니 이번에는 주요한 상을 휩쓸고 만 것이다.

감독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내놓은 ‘헬보이’ ‘판의 미로-오필리어와 세 개의 열쇠’ ‘퍼시픽 림- 업라이징’ 등 어느 것 하나 평범한 영화는 없었다. 연출자의 상상력이 이 정도는 돼야지 하는 작품을 우리에게 계속 보여주긴 했지만, 대중성에는 뭔가 아쉬운 게 있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감독이 ‘감’을 확실히 잡은 듯하다.

때는 러시아의 후르시초프 서기장의 이름이 나오고 한국전쟁이 끝난 지 14년이 지났다는 대사로 보건대 1960년대 중엽쯤 되는 것 같다. 어느 날 미 항공우주 비밀 실험실에 인간과 비슷하게 생긴 괴생명체가 들어온다. 이곳 청소부 엘라이자는 실험실 수조에 갇힌 괴생명체를 우연히 본 후 매일 계란을 삶아 괴 생명체에게 주면서 점차 그(?)에게 호기심을 갖게 된다. 

어린 시절의 상처로 말을 못하는 그녀. 매일 샤워 때마다 하는 자위행위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며 규칙적인 일상을 평범히 살던 엘라이자는 이 낯선 생명체의 신비로움에 빠져들게 된다.

실험실의 무자비한 보안 책임자 스트릭랜드(마이클 섀넌)는 미 국방부의 명령으로 이 괴생명체를 해부해 연구에 이용코자 하고 이 사실을 알게 된 엘라이자는 그를 탈출 시키기 위해 주의의 도움을 받으며 계획을 짜게 되는데..

이종(異種)간의 사랑이라는 파격적 소재를 다루지만, 영화는 욕정과 욕망에 사로잡힌 성인들을 위해 다시 한 번 동화 속 사랑 이야기를 들려준다. 농아 연기를 보여준 샐리 호킨스는 ‘여인의 향기’의 알파치노를 뛰어넘는다. 시종일관 귀를 호강시키는 클래식한 음악, 그리고 음울하지만 아름다운 색감이 펼쳐지는 화면은 왜 기예르모 델 토로의 시대가 도래했는지를 실증한다.

요즘 뉴스 보기 겁나는 시대에 진정한 사랑의 메시지는 그래서 더욱 절박하다. 아무리 세상이 요동을 쳐도 우리는 ‘사랑’을 계속 해야 한다. 그것만이 우리의 희망이다. 그 누가 뭐래도....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