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은 씨를 유튜브에 검색하면 김지은 씨의 신상과 관련된 동영상이 나온다. / 유튜브 캡처

최근 성폭력 피해를 폭로하는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 운동이 이어지는 가운데, SNS상에서 피해자들에 대한 2차 가해가 도를 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얼굴을 공개한 피해자들에 대한 보호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6일, 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의 간부 A씨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안 전 충남도지사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김지은 씨를 조롱하는 듯한 말을 올려 논란이 일었다. 그는 "자기 목적을 위해서일까, 알듯 모를 듯 성상납 한 것 아녀. 지금 와서 뭘 까는데"라고 올렸다. 논란이 불거지자 A씨는 사직서를 제출했다. 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은 "A씨는 7일 사퇴했다"라고 밝혔다. 

이처럼 SNS에는 성폭력 피해자들의 고통을 공감하기는커녕, 피해자들의 상처를 더 키우는 말들이 넘쳐나고 있다. 성폭력 피해가 사실인지 아닌지 공격적으로 따지거나, 피해자가 가해자를 이성적으로 매력을 느끼고 있었다는 추측을 하는 등의 글이 끊임없이 올라온다. 

유튜브에는 김지은 씨의 개인 정보가 담긴 동영상이 돌아다닌다. 이른바 '신상털기'다. 일부 네티즌들이 김 씨의 나이와 결혼 여부 등 개인 정보를 흥미거리로 소비하고 있는 것이다. 김 씨의 개인 정보는 김 씨가 세상에 알리려고 한 성폭력 피해와 전혀 상관없는 정보다. 해당 동영상의 조회수는 37만 회에 달한다. 

민우회 관계자는 "(2차 가해) 글을 올리는 사람들은 해당 사건을 성폭력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성폭력을 남녀 개인의 문제라고 바라보는 시각이 담겼기 때문에 피해를 부정하고, 피해자의 증언을 거짓말로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이런 방식의 접근으로는 이 사회에 일어나는 성폭력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안희정 전 도지사나 김기덕 감독처럼 사회적인 지위와 명예를 가진 가해자들을 대상으로, 묻힐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용기 내서 증언한 것이다. 그러나 일부 사람들은 그 증언 자체를 화가 나서 한 말로 치부한다. 이러한 말들은 가해자의 말을 답습한 것에 불과하다. 피해자가 한 문제 제기를 중심적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얼굴을 밝히고 성폭력 피해를 폭로하는 여성들에 대한 보호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지난달 출판계 성폭력을 폭로한 탁수정 씨는 자신의 SNS를 통해 "얼굴 내놓고 본명 인터뷰하는 것에 대해서 사람들이 우려를 표하는데, 사실 메시지 자체가 '이 모든 것은 나 자신을 걸 만큼 사실이며, 나는 내가 피해자인 것이 부끄럽지 않다'이기에 나는 지금 바로 이때 피해자 보호에 힘쓸 방법을 정부가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예원 민우회 활동가는 피해에 공감하는 인식과 문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실명을 공개하지 않았던 피해자에게는 뭐가 부끄러워서 얼굴 공개를 안 하냐라고 말을 하고, 막상 얼굴을 내놓으니 이에 대한 2차 가해가 이어진다. 기본적으로 피해자에 대해 의심을 하는 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지은 씨는 JTBC와의 인터뷰에서 얼굴을 공개하고 나선 이유는 권력으로부터의 위협에서 안전을 보장받기 위해서, 다른 피해자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김 씨는 자신을 지킬 힘을 "국민들한테 얻고 싶다"고 말했다. 상처가 아닌 힘을 줄 때다.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