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형 연구원] 인생을 즐겁게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진이 좋아 주말마다 사진기를 들고 출사를 나간다든가, 종종 여행을 떠난다든가. 사람마다 즐거워지는 방식은 다를 것이다. 분명한 것은 우리는 나만의 시간에 즐거워지도록 에너지를 채울만한 뭔가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고, 즐거운 일은 함께 해야 더 즐겁다는 것이다. 그러나 하는 일에 치여 살다 보니 주말에 잠자는 것 외에 즐거운 일이 없다면, 사진 기자도 아닌데 주말마다 출사 나가는 것도 이제 식상해졌다면? 즐거운 일을 하면서 착한 일도 함께 하는 사람들, ‘Hobby bank’의 이기훈 대표를 만나보자.

사진으로 세상을 다시 만나다.
하비뱅크를 이끄는 이기훈 대표는 가톨릭대 신학과에 입학, 신부가 되려했다. 이 길이 아닌 것 같아 중퇴를 하고 일반 기업에 들어갔는데, 회사가 부도나 ‘무척 힘들었다’고 말했다. 당시 총무과 담당 대리였던 이 대표에게 여러 빚쟁이들이 몰렸을 터. 집안에 박혀서 세상을 원망하다 ‘집 밖으로 나가야겠다’고 결심하기까지, 지친 이 대표를 세상으로 다시 이끌어준 것은 사진이었다. “기타라는 취미가 있었지만 ‘사진’을 하면 밖으로 나갈 기회가 생길 거 같았어요. 그래서 처음부터 비싸고 좋은 DSLR을 사고 사진을 찍었는데, 사진기가 좋다 보니 생각 없이 찍어도 멋진 사진이 나왔고 그런 것에 매료됐죠. 기계를 좋아하다 보니 사진기 장비를 모으는 재미도 있었구요” 라고 이대표는 말하였다. 그렇게 좋아하는 사진을 찍다가 아는 형을 통해 사진 일을 시작하게 되었고 이 대표의 삶에 ‘다른 사람을 위해 사진을 찍는 것의 즐거움’을 배우는 결정적인 계기가 찾아왔다. 어느 날 강남에 있는 아파트에서 한다는 돌잔치 사진을 찍으러 갔다. 집에서 하는 행사라면 잘사는 집인가 했는데, 국민임대주택이었다. 아이도 셋이고, 돌상도 렌탈업체에서 빌린 다소 허름한 돌잔치를 열심히 땀 흘리며 촬영하면서 “내가 나만을 위해 사진을 찍지 말고 다른 사람을 위해 하면 어떨까”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하비뱅크의 탄생
2008년 대학졸업장은 있어야 할 것 같아 가톨릭대 사회학과에 다시 입학해 다니고 있던 이 대표는 사회학과 40주년 행사에서 자신의 인생을 바꾼 두 사람을 만났다. 당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였던 박원순 서울시장, 김만수 부천시장이 세미나에서 사회적 기업에 대해서 얘기했고 두 사람이 말하는 사회적 기업이 뇌리에 꽂혔다. 이 대표가 듣기에 ‘네가 하고 싶은 일로 나눔이나 기부를 하면서 수익도 낼 수 있어’라고 들렸다고. 그리고 2008년에는 많은 사회 복지관에서 취미수준의 일반인들과 작가들이 노인들의 영정사진을 찍었는데 2009년이 되니 1년 만에 네트워크가 없어졌고, 이런 네트워크를 계속 끌고 나갈 사람이 필요할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인생을 바꾼 두 사람을 만난 것을 계기로 이런 생각들을 구체화시켜 2010년 하비뱅크를 만들게 됐다.

하비뱅크의 사업은 크게 ‘취미나눔 네트워크 서비스’, ‘취미교육’, ‘수익사업’, ‘지역사업’ 이렇게 네 가지로 나뉜다. 먼저 ‘취미 나눔 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 능력자(취미가 있으며 그 취미를 나눌 마음이 있는 사람)와 취미 나눔 대상자를 이어주는 네트워크 활동을 하고 있고 현재 사진 촬영을 중심으로 복지관행사, 어르신 장수사진 촬영, 공연 촬영 등을 진행하고 있다. 취미지원, 취미교육 사업은 취미를 즐기고 취미를 통해 나누고 싶은데 실력이 없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아 실력을 키워주고자 시작됐다. 그러다 보니, 마을 만들기 사업을 함께 하기도 하고, 대안학교에서 가서 강의도 하는 등 점점 규모가 커지게 됐다. 현재, 두 달간의 과정에서 무려 7가지의 취미를 경험해볼 수 있는 ‘취미 시식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하니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취미 하나를 찾고 싶은 사람들은 기대해볼 만하다.

수익사업은 여타 디자인업체와 다르지 않다. 현재 하비뱅크의 구성원이 가지고 있는 사진, 영상, 디자인 기술을 활용해 홍보사진, 홍보영상, 리플렛, 포스터, 명함 등을 제작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하나 다른 것이 있다면 하비뱅크에게 어려운 부탁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영상의 경우 디자인보다 단가가 높은 경우가 많은데 할인을 바라거나, 사회적 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사진과 디자인의 퀼리티를 무시한 채 싸구려 취급을 하는 경우다. 그래서 항상 취미 나눔과 수익사업을 구분해서 진행하고, 어려운 문제에 봉착할 때마다 구성원 회의를 통해 해결한다고 한다.


아이들과 함께한 지역사업
취미교육을 통해 자신의 꿈과 재능을 발견하게 하려는 취지도 보이는 것 같아 청소년, 청년에 관심이 많은지 질문하니 항상 고민하는 것이 있다는 다소 엉뚱한 대답이 돌아왔다. 이 대표는 항상 ‘우리가 24시간을 쓰는데 공식적으로 8시간 일을 하고 8시간 잠을 잔다고 보면 나머지 8시간은 뭘 할까’를 고민한다고 했다. 쓸 수 있는 남은 8시간에 취업만을 강요당하는 청년들은 놀게 되면 돈만 쓰는 소모성으로 주로 놀기 때문에 노는 법을 가르쳐주고 싶다는 것이다. 사진을 찍거나 함께하는 취미를 가지게 되면 스트레스를 풀 수 있고, 아이들뿐 아니라 청년들도 게임과 학업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관계중심으로 변할 수 있기 때문에 탈선도 줄어들 것 같다는 생각이었다. 이런 마음들을 아이디어화해서 경기문화재단에서 공모한 ‘우리 마을 예술 프로젝트’공모에 참여했고, 아이들에게 필름사진을 가르치고 우리 마을인 오정동을 찍는 프로젝트로 당선이 됐다.


2013년의 계획
지금은 부천시의 지원을 받는 ‘부천형’ 사회적 기업이지만 더 큰 신뢰를 받고 많은 일들을 하기 위해 국가에서 주는 사회적기업 인증을 준비 중인 하비뱅크는 다양한 사업을 구상중이다. 먼저 일반 기업과 함께 하는 CSR사업을 구상중이다. 현재 일반기업에서 하는 CSR 사업은 노력봉사 사업 위주로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참여해야만 하는 직원들의 불만이 많지만 이런 CSR사업에 하비뱅크가 참여해 직원들을 대상으로 사진이나 취미 강의를 하고, 직원들을 취미가로 만들어 즐거운 일로 봉사하는 CSR사업을 만들자는 생각이다. 이 대표는 ‘취미 강의를 하면 직원들의 취미도 기르고, 하비뱅크와 함께 능력자로 복지관에서 나눔도 할 수 있기 때문에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두 번째로 취미나눔 서비스 사업을 통해 형성된 취미가들(능력자들)이 서로 교류할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을 계속 구상중이고, 수익과 상관없이 중요한 사업으로 두고 있다. 이외에 이전 오정동에서 실시한 우리 마을 예술프로젝트처럼 마을 프로젝트와 지역사업을 한 개씩 더 진행할 예정이다.

취미는 쉽지 않다.
이기훈 대표는 사진이라는 취미로 개인적으로 어려웠던 시간을 지나왔고, 하비뱅크를 하면서 힘든 순간을 만날 때마다 하비뱅크의 구성원들과 서로를 북돋워가며 본인의 즐거움도 포기하지 않았다. 또한, 취미로 나누는 다른 이의 행복도 포기하지 않았다. 취미로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며 이익도 낸다는 게 쉬운 일이겠는가. 그럼에도 즐겁게 여기까지 온 하비뱅크는 구성원들의 비전과 마인드공유가 사회적 기업에게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일깨운다. 취미는 당장 내가 재미있는 일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우리들에게 그는 “세상에 쉬운 것은 하나도 없고 취미는 당장 재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라고 단호하게 얘기했다.
“취미도 친구처럼 오래 시간 봐야 해요. 사람관계도 그렇지 않나요? 계속 연락해야 친해지죠. 내 자신이 마음에 들게 하는 게 어려워요. 취미를 가질 때 어려운 것이라고 생각하고 꾸준히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어려운 것을 꼭 극복해야 한다는 게 아니라, 어렵더라도 그냥 내가 해보는 게 좋으니까 계속 하는 거고, 어렵다는 것 자체를 인정을 해야 즐길 수 있거든요. 바쁘지만 어렵게 시간을 내서 하는 게 취미잖아요” 취미도 어렵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 자체를 즐겨야 만족을 할 수 있다는 이 대표. 조금 어렵더라도 나를 즐겁게 만들어주는 취미를 오늘부터 즐기면서 해보는 건 어떨까.

하비뱅크 만나는 법
*홈페이지 http://www.hobbybank.net/(현재 리뉴얼중)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hobby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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