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에서 CSR은 굉장히 중요하다. 사회적 책임을 잘 이행하는 기업은 고객으로부터 신뢰를 얻고, 상품 판매와 관련된 기업의 다양한 활동에 지지를 끌어낼 수 있을 뿐 아니라 나아가 고객의 신뢰를 바탕으로 외부의 투자를 받을 수 있다. 기업이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 CSR 담당자는 어떤 고민을 하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그룹 홈/대안학교, 기업공익재단, 법정모금기관, 기업 등 기업사회공헌과 CSR 영역의 다양한 실무경험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에 착한 기업을 늘려 가고자 노력하는 사람이 있다. JB 금융지주 CSR 유승권 팀장과 인터뷰를 위한 짧은 만남을 가졌다.

(사진제공: 유승권)

-간단한 소개

JB금융지주 CSR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기업사회공헌을 넘어 균형 잡힌 CSR을 실현해 보고 싶은 평범한 샐러리맨이죠.

 

- CSR을 주제로 운영하고 있는 개인 블로그는 어떤 계기로 시작했는가

기업사회공헌을 한지 10년쯤 지났을 때 문득 ‘내가 잘 가고 있나’ 하는 의구심이 들었어요. 검색이나 책을 찾아봐도 실무자에 필요한 정보가 충분하지 않았고 원론적인 이야기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남들이 안 하면 내가 직접 하면 되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습니다.

2008년에 시작한 ‘미스터 유’ 블로그는 글도 내용도 많이 엉성했고 방문자도 거의 없었어요. 5년 정도 꾸준히 관리하면서부터 어느새 틀이 잡혔고 주 1회 정도 포스팅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주제는 “기업사회공헌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까?”였고 2016년부터 지금의 주제인 “Balanced CSR & 기업사회공헌”으로 제목으로 운영 중입니다.

실무자 역량을 키울 수 있는 CSR 이슈 위주의 블로그/ 사진제공: 유승권

 

- 댓글을 통해 상담 문의가 많은 것 같다. 얼마나 연락이 자주 오는가

이메일과 댓글로 일주일에 평균 5~6개 정도 질문을 받고 한 달에 서너 명은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습니다. 대부분 기업사회공헌이나 CSR 실무자가 되고 싶어하는 대학생들이나 기업에서 관련 업무를 맡은 지 얼마 안되는 초보 실무자들이 연락이 오는 편입니다.

 

- 블로그를 보면 ‘이직의 달인’이라고 하는데 커리어 개발과 기업사회공헌 실무자로서 이 직업에 대한 본인의 견해는 어떠한가

직장을 자주 옮기는 게 바람직한 일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현 직장이 여섯 번째이니까 평균 한 곳에서 3년 정도 일한 것 같습니다. 상대적으로 다양한 경험과 협력 대한 장점도 있지만 동시에 늘 새로운 환경과 낯선 조직문화에 적응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습니다.

제가 이직을 고려할 때, 현재 일하는 회사와 이직을 제안 받은 회사를 비교해서 ‘어느 회사에서 내가 더 필요할지’ 생각합니다. 옮기려는 곳이 현재 있는 곳보다 기업사회공헌이나 CSR이 더 필요한 회사라고 판단 된다면 이직을 결정하고요. 이미 모든 것이 잘 갖춰진 회사는 제 역할이 별로 필요 없다고 생각합니다.

기업사회공헌이나 CSR영역에서 전문가로 인정받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직장보다는 직업이란 개념을 중요하게 생각했으면 합니다. 저의 경우, 스스로 가치를 만들어 내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편입니다. 이 분야는 기업, NGO, 기업공익재단 등과 같이 사회공헌과 CSR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다양한 직장 경험들을 쌓을 수 있다면 전문성과 실무역량을 자연스럽게 쌓을 수 있습니다.

또 직장 생활을 하면서 꾸준한 학습의 필요성을 종종 느꼈습니다. 저는 사회복지대학원 실습이 기회가 되어 첫 직장생활을 사회복지시설에서 시작한 이후, 기업재단에서 일 하면서 기업 내 커뮤니케이션과 비즈니스를 이해하는 능력이 필요했습니다. 경영대학원에 진학을 통해 경영 지식을 쌓고 회사원인 대학원 동기들 덕분에 이후에 기업사회공헌이나 CSR을 좀더 기업 입장에서 잘 이해하고 실행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는 어떤 일을 하는가

제가 일하고 있는 회사는 전북은행, 광주은행, JB우리캐피탈, JB우리자산운용 등이 속해 있는 JB금융지주라는 회사 입니다. 저는 CSR팀장으로 그룹의 CSR경영체계를 만들고 발전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회사의 CSR 중장기 발전계획을 세우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단계별 목표와 해결과제를 세우고 관련된 부서의 역할을 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부가적으로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제작도 하고 있습니다.

큰 그림으로 보자면 우리나라 대부분의 회사들이 그렇지만 제가 일하고 있는 회사도 그동안 CSR 1단계인 기업사회공헌을 열심히 하는 수준이었는데, 지금 하고 있는 일을 통해 기업전략과 이해관계자, 그리고 비즈니스 가치사슬에 CSR을 결합하는 CSR 2단계 ‘전략적 CSR’로 발전시키는 것이 저에게 주어진 성과 목표입니다.

이것을 3~4년 내에 달성해야 하는데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 다음은 비즈니스와 CSR이 완전 결합된 CSR 3단계’사회혁신기업, 사회혁신 비즈니스’로 발전하는 것인데 이 영역은 아직 우리나라 어느 기업도 밟지 못한 영역이기 때문에 어렵고 힘들겠지만 할 수 있는데 까지 도전해 볼 생각입니다.

2017년 CSR 유럽투어 스위스 취리히 UBS방문 / 사진제공: 유승권

 

- 직장생활과 꾸준한 학습 이외에 어떤 활동을 하는가

3월초에 시작하는 기업사회공헌 실무자 아카데미 8기 개강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2014년부터 저와 같이 10년 이상 기업사회공헌이나 CSR영역에서 일한 실무자들이 후배들을 위해 시작한 교육&멘토링 프로그램입니다. 안타깝지만 국내에 기업사회공헌 실무자들을 위한 실무중심의 체계적인 교육프로그램이 없기 때문에 약간 어설프더라도 매해 꾸역꾸역 해 나가고 있습니다. 강사료도 받지 않고 열과 성의를 다해 참여해주시는 강사분들에게 늘 감사와 존경의 마음이 있습니다. 하반기에는 실무자를 위한 도서 출판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2년에 한 번씩 “꽃보다 청춘” 여행을 CSR 투어라는 컨셉으로 갑니다. CSR 잘하는 외국 기업들을 직접 방문해보고 싶어서 팀원을 모아 함께 준비합니다. 투어를 가고 싶은 신청자(기업사회공헌이나 CSR 실무자)를 모집하고 희망 기업과 NGO에 직접 이메일로 방문요청도 하고 그 기업들에 대해 공부하면서 10개월 동안 꼼꼼하게 준비하고 떠납니다.

2015년에는 영국 런던과 스코틀랜드 에딘버러에 갔고, 작년 2017년에는 영국 런던과 스위스 취리히 등의 기업과 CSR관련 NPO들을 방문했습니다. 2019년에는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미국 서부에 가볼 생각입니다.

 

-앞으로 국내 기업사회공헌이 어떤 흐름에 있다고 보는가

기존의 기업 PR을 위한 자선사업 방식의 기업사회공헌은 한계에 다다랐다고 봅니다. 홍보를 위한 기업사회공헌에 대해 우리사회의 전반적인 인식자체가 부정적으로 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기업사회공헌활동의 양이나 기업의 기부금과 기업의 이미지나 평판과의 상관관계가 점점 더 낮아지고 있다는 조사결과들이 속속 보고되고 있고요. 그 이야기는 이젠 일반 시민들이 기업사회공헌을 잘한다고 해서 그 기업을 좋은 기업으로 보지 않는 다는 뜻입니다. 소비자들도 이제는 기업의 오너나 최고경영자의 행태, 그리고 경영의 윤리성,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의 건전성과 친환경성 등 경제, 사회, 윤리, 환경 등 기업경영의 모든 영역에서 지켜보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의 배경에는 두 가지로 볼 수 있는데 인터넷과 SNS의 발달과 기존 기업사회공헌방식의 효율성과 효과성의 문제입니다. 지난 20여년 동안 매년 2~3조에 가까운 어마어마한 예산이 기업사회공헌에 사용되었지만, 과연 기업사회공헌을 통해 우리사회의 어떤 문제가 해결되거나 개선되었는지 자문하면 딱히 할말이 없습니다. 그만큼 그동안의 기업사회공헌이 문제해결이나 성과중심이 아닌 투입중심으로 이루어졌다는 말입니다.

앞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업사회공헌의 기획부터 사업관리와 성과평가까지 모든 실행체계가 바뀌어야 하는데, 그렇게 되려면 아무래도 많은 노력이 필요하고 기존방식에 익숙한 기업 내 외부 이해관계자들의 만만치 않은 저항이 있을 것이라 예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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