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계의 미투(#MeToo) 운동에 동참하기 위해 25일 대학로 #Withyou 집회에 모인 관객들. / 권민수 기자

성폭력 피해자들의 ‘미투(#MeToo)’ 폭로를 통해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문화예술인들에 대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지원이 끊기는 형세다.

먼저 발 빠르게 지원을 중단한 정부 단체와 지자체들이 있다.

이윤택 연출가가 예술감독과 이사장을 맡았던 밀양연극촌과 도요창작스튜디오 역시 밀양시와 김해시로부터 지원을 받았다. 두 지자체는 이 연출가의 성폭력 행위가 드러난 후 무상 위탁 계약을 해지했다.

순천시는 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배병우(68) 사진작가의 전남 순천 창작 스튜디오를 즉각 폐쇄 조치했다.

순천시 도시재생과 정태균 주무관은 “작품성을 떠나 공공기관이 지원하는 공간이 사회 가치에 반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바로 운영을 중단했다”며 “해당 공간은 향후 의견수렴을 통해 지역작가 전시 공간 등으로 활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배 작가 성추행 사실에 관해 순천시민들의 민원이 아주 많았다. 시민들이 많은 국민과 함께 미투 운동에 동참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며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하는 공공시설이 도덕적으로도 올바를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공공기관의 역할인 것 같다”고 전했다.

순천시는 지난 2016년 문화재생을 통한 도시재생 활성화를 위해 문화의 거리에 배병우 창작 스튜디오 등을 개관했다.

순천시가 폐쇄한 배병우 창작 스튜디오. 제공: 순천시

연희단거리패의 연극 ‘오구’에 출연한 하용부 인간문화재도 과거 성폭행 가해자였다는 폭로 글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게재돼 문화재청의 지원이 끊겼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2월부터 지원금 지급을 중단한 상태”라며 “국가무형문화재 보유자에게 지급하던 전수 교육 지원금은 전수 활동이 이루어졌을 때에 지급이 되는데 (성폭행 논란 이후)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보유자는 이번 의혹 제기로 정상적인 전승활동이 어려운 것으로 보고, 사실관계가 확인될 때까지 2월분부터 전수교육 지원금 지급을 중단 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그 밖에도 문화재청에 이와 관련 가이드라인이 있느냐는 물음에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어 법적 조치가 이뤄질 경우, 인정해제 등 필요한 행정조치를 취할 계획이며, 그 전에 본인이 사실관계를 인정하여 자진사퇴를 공식적으로 신청할 경우 무형문화재위원회를 거쳐 인정해제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또, "향후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경우 보유자 인정 해제 및 전승지원 제한 등 제재가 가능하도록 관련 규정을 정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태석 연극연출가 겸 목화레퍼터리컴퍼니(목화) 대표에 지원한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지난해 ‘창작산실’에 선정된 오태석 연극연출가의 신작 ‘모래시계’ 지원 여부를 논의 중이다. 목화는 이미 1억 원에 달하는 제작지원금을 받은 상태다.

여성 문인들을 성희롱·성추행했다는 추문에 휩싸인 고은 시인 기념공간을 조성한 서울시의 고민도 깊다. 서울시 관계자는 “아직은 (기념공간에 관해) 결정된 바가 없다”며 “회의를 통해 결정을 내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서울시는 약 3억 원을 들여 서울도서관(옛 서울시청사) 3층에 고은 시인이 ‘만인보(萬人譜)’를 집필하던 경기도 안성시 서재를 재구성했다. 고은 시인은 지난 18일 지원받던 경기 수원시의 주거 및 창작공간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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