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리(KOSRI) 최지형 연구원] ‘88만원 세대’로 불리는 20대는 지금 ‘청년실업‘이란 장벽에 막혀있거나, 대학교 입학 후 줄곧 취직용 스펙을 쌓느라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언제부턴가 청년들의 삶에는 ’취직‘과 ’스펙‘이라는 두 단어만 존재하는 듯하다.

"세상에 마땅히 두려워해야 할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후회하는 것이다."
- 철학자 그레일링 A.C. Grayling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후회하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 이제라도 청년들은 스펙과 취직의 압박에서 벗어나 다시 꿈을 꿔야한다. 다시 꿈을 꿀 수 있도록, 스펙만을 쫓는 이 시대 청년들에게 따뜻한 시선으로 충고하는 멘토, mysc 김정태 이사를 만났다.

(꿈을 꾸고 싶은 청년들이 그의 책을 통해 얻지 못했던 질문과 답을 듣고, 그가 새롭게 제시한 키워드 ‘사회 혁신’, 그리고 MYSC에서 하고자 하는 ‘사회혁신모델’이 무엇인지 묻기 위해 두 번의 인터뷰로 나누어 진행했다.)

*김정태 이사 이력
고려대 한국사학과 졸업. 고려대 국제대학원 국제학석사(국제기구전공).
Hult international Business school에서 사회적기업가정신 석사(Social Enterpreneurship 전공). UN아태평화군축사무소 컨설턴트. 2012년 9월에 귀국, 지금은 '사회혁신 전문 투자컨설팅' MYSC 이사로 일하고 있다.
저서로는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 『청춘을 아껴봐』, 『적정기술이란 무엇인가』(공저), 『최신 UN 가이드북』 등이 있고, 『소외된 90%와 함께 하는 디자인: 도시편』, 『지속가능한 미래예측 Toolkit』등을 기획하고 발행했다.

Q. 개발협력에 관심이 있는 청년들이 많다. 국제 개발 분야에서 청년들이 가져야 할 마음자세는 무엇인가?
첫째, ‘내가 행복한가’다. 내가 행복하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둘째, 영리부문에서는 이익을 추구하는 ‘make a profit’이다. 개발협력은 ‘make a value’이기에 가치를 생성하는 거라고 보면 된다. 그렇다면 ‘나는 어떠한 가치를 품고 있는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 자신이 가치 지향적 인물이 아니면 개발협력에서 일할수록 여러 가지 상황에 닥쳤을 때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에 힘들다. 셋째, ‘나는 지금 충분히 사람들에게 나누거나 돕고 있는가’를 봐야 한다. 개발협력 자체가 다른 사람을 위한 지향점이 많기 때문에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도 나누거나 돕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못한다고 보면 된다. 개발협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이기적으로 일하면서 나는 개발협력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세 가지를 생각하고 개발협력분야에서 일하는 것을 준비하시면 어떨까 생각한다.

Q. 개발협력 중에서도 인권, 여성 등등 관심 있는 분야가 너무 많을 때가 있다. 관심 있는 분야가 많아서 본인이 정말 원하는 분야가 무엇인지 모르겠다면, 어떻게 나만의 분야를 찾고, 자신의 재능을 발견할 수 있을까?
개발협력에 관심이 있는데 여성, 난민 등 모든 영역에 관심 있는 경우, 이런 분들은 특징이 있다. 여러 부분에 관심이 많으면 ‘소셜 이노베이터(Social Innovator)’로 타고 난 것이다. ‘소셜 이노베이터’의 특징을 지닌 사람들은 특정 문제에 관심이 있는 게 아니라 사회문제를 보면 다 해결하고 싶은 욕구가 있는 것이다. 나도 그렇지만 여성문제 얘기했다 난민 얘기하고, 에너지 얘기하고 자꾸 왔다 갔다 한다.(웃음) 다른 사람 입장에서는 뭐 저래? 라고 하지만, 사실 전 세계적으로 소셜 이노베이터의 특징이 바로 이것이다. 이 사람들은 Serial entrepreneur라고 부르는데 자꾸 문제를 해결하는 게 꿈인 사람인 것이다. 그리고 자기가 무엇을 잘할 수 있고, 어떤 재능이 있는지 봐야 한다. 재능이나 잠재력은 본질상 내가 나를 위해 사용하면 나올 수 없다.

나의 첫 번째 책 '군 입대를 준비하는 청년에게'는 다른 사람을 위해 썼다. 남을 위한 책이었기에 출판사 30군데 퇴짜를 맞으면서도 끝까지 했다. 그 과정에서 ‘책은 이렇게 쓸 수 있구나, 이렇게 글 쓰니까 되네’라는 자각이 있었다. 이후 3차례 더 해보니 어떻게 해야 할 지 보였고, 계속 책을 집필할 수 있었다. ‘내가 가진 것을 어떻게 나눌 수 있을까? 어떻게 다른 사람을 위해 사용할 수 있을까’ 고민해보면 내가 잘하는지, 싫어하는지, 더 하고 싶은지 알 수 있다.

“재능이 언제 나오는지 아세요? 강수진 발레리나를 보면 혼자 춤추지 않아요. 누군가에 보여주기 위해 하죠.
장한나씨를 생각해보세요. 바이올린을 독방에서 연주하기 위해 연습하지 않았어요. 여러 가지 것을 나누기 위해서 했죠.
마찬가지로 나의 재능과 잠재력은 다른 사람을 위해 행동을 했을 때 드러납니다.”

Q. 적극적으로 활동하며 관심 있는 분야를 찾아다니셨다. 그러나 문제해결을 위한 생각 자체를 못하는 사람이 많다. 당장 다른 사람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르는 청년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일단 자신이 익숙한 공간에서 벗어나야 한다. 익숙한 공간에서는 문제가 보이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내게 불편하고 어려운 공간에 가면 ‘이렇게 문제가 많구나’ 하고 특별하게 다가오는 문제를 느낄 수 있다. 공간자체를 변화시켜야 한다.
둘째, 공간자체를 바꾸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항상 사람과 함께해야 한다. 자신의 관심사와 관련되거나 공통의 관심이 있는 사람과 함께 하든지, 자신이 가진 문제의식을 갖고 나온 이야기를 퍼뜨리면 된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얘기를 듣고 동참하는 사람들이 계속 나온다. 그전에는 ‘과연 누가 나를 도와줄까? 이 얘기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있을까’ 생각하지만 얘기가 만들어지게 되면 사람들이 모인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부분은 나누고, 자신이 못하는 부분은 누군가가 함께 도와줘야 한다. 나도 도움을 많이 받았다. 도움을 주는 분들과 함께 함으로써 큰 용기를 얻게 된다. 셋째, 일단은 자신이 노출될 수 있도록 발걸음을 많이 옮겨야 한다. 그러다보면 도와줄 사람들을 보게 된다. 집에 가만히 있거나 도서관에서 공부만 한다면 그런 사람들을 만날 수 없다.

Q. 휴먼벤처캐피털리스트(개개인의 역량 발굴을 지원하고 고유한 스토리 개발을 돕는 사람)로서 잠재력 있는 사람을 찾아다니는가?
초기에는 그랬는데 지금은 찾지 않는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 오히려 연락이 먼저 온다. 그 중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을 한다. 내가 궁금한 것은 ‘사람들에게 뭘 하고 싶은지’여서 자주 물어본다. 일단 본인이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연결을 할 수 있다. 내가 돕지 않더라도 좋은 정보를 알게 되면, 중간에서 연결해주는 작업을 한다. 지난주와 이번 주는 ‘사회혁신’에 관심 있는 사람에게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할 것을 추천하기도 했다.

Q. 책을 많이 읽으시는데, 바쁜 가운데 시간 관리와 다독을 어떻게 하시는지?
다이어리를 체크하며 기계적으로 스케줄을 관리하지 않는다. 시간관리라는 개념이 내게는 없다. 그보다 내 에너지를 관리한다. 시간이 많아 뭘 잘 할 수 있고, 시간이 없어 뭘 못하는 건 아니다. 중요한 것은 ‘내 에너지가 어느 쪽으로 가고 있는가’다. 그리고 내가 얼마나 몰입하고 있는지에 대한 문제다. 시간관리만 기계적으로 하면 시간은 상대적으로 많아지는데 더 분주해진다. 내가 시간 관리는 잘하고 있는데 분주하다면, 시간은 관리가 잘되지만 내 삶의 질은 관리가 안 된다고 보면 된다.

개인적으로 TV를 안보고, 스마트폰을 안 쓰고, 자동차를 안 탄다. 그게 나에게는 에너지를 관리하는 방법이다. 내가 집중하고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순위를 관리해야 한다. 시간 관리를 아무리 해봤자 남는 시간에 아무 일없이 TV를 볼 수도 있다. 내가 책을 쓰면서 TV도 보고 술도 마시면 그 모든 일을 다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술도 안 마신다. 아주 특별할 때, 일 년에 맥주 다섯 병정도 마신다. 대중교통 이동 시간에 생각과 메모를 하고, 책을 읽는다. 그렇게 이동시간만 독서를 해도 하루에 한 시간 이상 독서를 한다. 독서한 부분을 메모장에 내 생각과 함께 옮겨놓는다. 강연, 집필 등 대부분의 작업은 그때 하는 것이고, 그것을 남는 시간에 총합을 한다. 총합하는 시간은 많이 들지 않는다.

Q. 앞으로 더욱 많은 이야기를 전해주기 위해 어떤 목표와 비전을 가지고 있는가?
예전에는 멋진 목표가 있었는데, 지금은 많이 없어졌다. 아이러니한 것 같다. 젊었을 때는 멋진 것들이 많았는데 살아갈수록 ‘인생은 그런 게 아니구나’라고 느낀다. 내가 하는 대부분의 프로젝트들은 목적지향으로 하는 게 아니다. 정확한 니즈(needs)가 있을 때 시작하는 편이다. 내게 중요한 것은 이런 니즈(needs)가 있는가이다. 있다면 개인의 힘을 합쳐서라도 시도하고자 한다.

기본적으로는 내게는 ‘공공이익의 증진’이라는 미션이 있는데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꿈은 자꾸 바뀌는 것 같다. 지금의 ‘mysc’라는 영리 쪽에 올 생각은 원래 없었다. 꿈이 명확하지 않은 게 좋은 것은 내 삶에서 융통성이 생기기 때문이다. 내가 양보할 수 없는 삶의 가치 하나만을 두고 ‘혼합가치 창출’이 가능하다. 영리든, 아카데미든, 국제개발이든 어느 쪽에서든 하면 된다. 그런 칸막이들을 완화하면 좋을 것 같다. 그런 부문들을 왔다갔다하다보면 *혼합가치(Blended value), *협력적 기업가 정신(Collaborative Entrepreneurship)을 이루는 것이 편하게 된다. 꿈이라는 것은 더 이상 나를 끌어줄 수 있는 게 아니다. 꿈은 미션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다.
(*혼합가치(Blended value), *협력적 기업가 정신(Collaborative Entrepreneurship)이 무엇인지는 2부 인터뷰에서 볼 수 있다.)

Q. 대부분의 청년들은 여전히 ‘사회혁신’이란 거창한 이야기보다는 자신의 문제가 버거울 때가 많다. 용기 있게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기 힘들고 용기를 못내는 청년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
자신의 삶이 버겁고 용기를 못 낸다면, 그 에너지는 자기에게서 나오지 않는다. 에너지는 전달을 받아야 한다. 받을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나에게는 특히 종교가 그 역할을 했다. 대학생 때 종교를 갖게 되면서 내게 없는 엄청난 에너지를 공급받았다. 종교가 없거나 거부감이 든다면 자신 외의 다른 사람에게 에너지를 공급받아야 한다. 자신을 이해해 줄 수 있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언제든 전화해서 만날 수 있는 선배나 후배 등 사람들을 만나 에너지를 받아야 한다. 혼자 고민한다고 절망에서 희망으로 갈 수 없다. 대개 잘못된 쪽으로 결론 내린다. 긍정적인 에너지, 희망, 열정을 책, 종교, 사람 등 외부에서 받아야 한다.

자신의 삶을 잘 이뤄가고 있는 사람에게는 그 사람만의 향기가 있다. 삶을 통해 꿈을 찾아가는 방법, 삶을 잘 꾸려가는 방법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고 고민했기 때문에 명쾌하게 답을 내줄 수 있다. 김정태 이사는 <새 인문학 사전> <존재의 이유> 등 인문학 베스트셀러 저자로 잘 알려진 영국의 철학자 ‘A.C. 그레일링(Grayling)’이 말하는 ‘실행하는 사람’과 닮았다. ‘A.C.그레일링’은 아래와 같이 ‘실행하는 사람’에 대해 말했다.

“‘작가가 되고 싶어’라고 말하는 사람과 ‘글을 쓰고 싶어’라고 말하는 사람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전자는 ‘칵테일파티’에서 주목받고 싶은 사람이다. 반면 후자는 책상 위에서 고독의 시간을 가지며 오랫동안 준비하는 사람이다. 전자는 작가의 지위를 원하고 후자는 과정을 중시한다. 전자는 원하는 것이고, 후자는 실행하는 사람이다. 결국 후자가 뭐든지 이루어낸다.”

유명작가가 되겠다는 목표가 아니라, 진정 마음속으로부터 우러나와 쓰고 싶어 글을 쓰는 사람처럼, 일의 결과나 목표보다 과정을 중시하고 어쨌든 실행하는 사람.
‘소셜 이노베이터’로서 해결하고 싶은 사회문제를 만날 때마다 고민하고, 해결하기 위해 그 고민을 나눠줄 사람. 진솔하고 따스한 인간미를 가진 참멘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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