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자 기용하는 제작사는 필요 없다! 성범죄자는 관객 박수받을 자격 없다!"
25일 오후 3시.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연극뮤지컬 관객들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연이어 터져나오는 연극뮤지컬계 내 성추행, 성폭행 논란에 관객들이 가해자의 의혹 해명과 처벌을 촉구하고, 성범죄자가 참여한 작품을 소비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기 위해 `연극뮤지컬 관객 #WithYou(위드유) 집회`를 열었다.
#위드유 집회는 처음부터 끝까지 일반 관객들이 만든 것이다. 세 명의 관객들이 모여 현재 연극뮤지컬 내 성폭행 사건을 보고 집회를 주최했다. 이번 집회는 홍보부터 경비 모금까지 관객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이뤄졌다.
이날 #위드유 집회에서 연극뮤지컬 내 성범죄에 대한 관객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이들이 강조한 것은 크게 세 가지였다.
내가 사랑했던 공연에 배신감 느껴... 성범죄자 연극 절대 보지 않겠다
집회의 참석자들은 자신을 위로했던 공연의 장막 뒤에 성범죄가 있었다는 것에 배신감을 느꼈다며 분노했다. 자신들이 사랑했던 공연이 피해자의 아픔을 쌓아 올린 것이라는 것에 괴로워했다. 이들은 아무리 자신이 좋아하는 콘텐츠여도 성범죄자가 참여한 공연은 절대 소비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자신을 고등학생이라 밝힌 한 자유 발언자는 "(내가 좋아하는) 뮤지컬 넘버를 부른 사람이 성폭력 가해자라는 미투 글을 봤다. 내게 힘을 주던 공연이, 내게 배신감을 줄 줄 몰랐다. 많은 관객이 그렇게 느낄 것이다"라고 밝혔다.
다음 발언자는 "가장 힘든 시기를 공연에, 음악에 기대어 보낸 시간들이 있었다. 하지만 이런 공연들이 수많은 범죄와 폭력 안에서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고 배신감이 들었다. 내 사랑이 그들의 범죄와 카르텔을 공고히 만들었다는 생각에 괴로웠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발언자는 "내가 위로를 받았던 공연, 노래들이 헛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아끼는 작품과 배우들도 설마 무슨 일이 있었을까, 라는 불안한 생각을 하며 공연을 보고 싶지 않다. 예매해뒀던 많은 표를 취소했다. 내가 좋아하는 작품을 영원히 볼 수 없더라도, 누군가의 아픔 위에 올려질 수밖에 없는 공연이라면 보고 싶지 않다"며 분노했다.
성범죄 논란 연극인, 제대로 수사하고 처벌해야
또한, 집회 발언자들은 성범죄 논란을 빚고 있는 연극인들이 제대로 수사를 받고, 정당한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현재 성범죄 가해자로 지목된 연극인들이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거나 실수라며 회피하는 등의 태도를 보인다고 꼬집었다.
실제 이윤택 연출가는 성추행 의혹에 대해 사과하는 기자회견에서 "성관계가 있었던 것은 맞지만, 물리적인 성폭행이 아니었다"고 말해 진정한 사과가 아닌 성폭행 고발을 부인하는 기자회견이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 기자회견마저 단원들과 리허설을 거친 것이라는 폭로도 나왔다. #위드유 집회 주최 측은 이윤택 연출가의 성추행 의혹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는 청와대 청원 참여도 독려하고 있다.
집회에 참여한 관객들은 성범죄 논란의 연극인들에게 `자숙`의 시간보다 `자수`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숙의 시간을 갖고 더 좋은 무대를 통해 보답하겠다"라는 전형적인 사과로 끝내는 것이 아닌, 제대로 된 수사를 받고 죗값을 치르라는 것이다. 이날 관객들은 "예술가는 무대 위로, 범죄자는 감방으로, 범죄자는 자숙 말고 자수하라"라는 구호를 외쳤다.
한 발언자는 "실수다, 잘못인 줄 몰랐다 등 어영부영하지 말고, 반성한다면 자수해서 처벌을 받고 정당한 대가를 치러 모두가 인정할 수 있을 때 돌아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피해자 당신 곁에 서겠다 #WithYou
집회 참석자들은 자신의 생계가 걸려있음에도 불구하고 실명을 밝히고 성범죄의 온상을 폭로한 피해자들에게 응원과 지지를 보냈다.
연극을 전공한다고 밝힌 한 발언자는 "나는 전공자로서 (논란 연극인들이) 내 동료가 될 사람들이기도 하다. 무섭고, 피해자의 입장이 이해가 된다"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사람들은 "화이팅", "괜찮아요" 등 응원의 말을 보냈다. 이어 그는 "피해자들은 생계와 관련된 동료, 사용자처럼 자신의 인생에 큰 영향을 끼치는 사람을 고발한 것이다. 미투 운동에 참여하면서 고발을 하신 분들에 대해 존경스럽게 생각하고, 지지를 보내고 싶다"며 말을 마쳤다.
또 다른 발언자는 "자신의 폭로가 사람들이 사랑하는 무언가를 망칠까 두려웠다는 분께, 관객이 무대로부터 받았던 감동보다 당신이 더욱 소중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었다. 아무리 나를 위로했던 콘텐츠라도 나는 그것들을 버리고 당신과 함께 하고 싶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