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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발 퀴즈!

한국에서 개봉한 영화 중(외화 포함)에서 최다 관객 수를 동원한 영화는?

많은 사람이 3D 영화였던 ‘아바타’라고 대답하기 쉬우나 정답은 이순신 장군을 소재로 한 ‘명량’이다. 무려 천칠백만 명이 보았다. 영화 관람 등급이 연소자 관람 가능에다 영화를 두세 번씩 본 사람 덕을 톡톡히 본 건 사실이다. 그러나 한 해 프로야구 10개 구단 관중 수가 팔백만 명 조금 웃도는 것과 비교해 보더라도 실로 범상치 않은 기록이다.

사실 우리나라 영화 시장 크기에 천칠백만 명은 비정상적인 숫자이다. 그리고 미안한 얘기지만 ‘명량’이 전대 미답의 흥행 기록을 세울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어찌 보면 평이한 스토리로 관객의 기대를 백프로 만족 시켜주진 못했다는 게 영화계의 중평이었다.

그러나 여기에는 시대의 ‘운’이 따라 줬다. 이걸 운이라고 표현하기엔 어폐가 있지만 온 국민에게 크나큰 슬픔을 안겨준 세월호 사건이 터지고 불과 두 달 후에 영화는 개봉했다.

어처구니없는 이 대형참사는 대한민국에 큰 물음을 던졌다. 진정한 리더십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국가란 무엇이며 대체 국가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 그동안 우리 국민들은 자신들의 의무만을 생각하며 살아왔지 국가가 나의 행복을 위해 존재하며, 또 존재해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까맣게 잊고 살아왔다. 그간의 신산스런 우리 현대사가 그런 작동을 막아 놓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영화 명량은 이런저런 헛헛함에 빠져있던 당시의 대한민국 국민들의 마음에 따뜻함과 뭉클함 그리고 시대정신을 채워줬다. 바로 이순신이 보여준 ‘정신’ 때문이었다.

영화 ‘명량’은 쉰셋의 이순신부터 시작한다.

고향엔 병든 노모가 생사를 헤매고 있고, 사랑하는 아들 이면은 일본 자객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는 소식을 접한 직후, 충무공은 고문으로 만신창이가 된 몸을 이끌고 백의종군한다. 전장에 남은 거라곤 달랑 12척의 배. 고문 후유증으로 음식물을 씹어 삼키기도 힘들다.

이런 아버지 앞에 아들 이회가 묻는다. “이참에 모든 걸 놓아버리시고 고향으로 돌아가시지요…. 설령 전장에서 승리한다 한들 임금은 반드시 아버님을 버릴 것입니다”

그러나 이순신은 나직한 음성으로 아들에게 이른다. “장수된 자의 의리는 충을 쫓아야 하고 충은 백성을 향해야 한다…. 백성이 있어야 나라가 있고 나라가 있어야 백성이 있는 법이다.”

실로 가슴 먹먹했던 장면이었다. 아마도 이 명장면 하나로 몇백만 명 이상의 관객이 극장을 더 찾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간단명료해 보이는 이순신의 언명은 왕도 사상인 민본주의를 상기시켜주고 있지만, 내면에는 어떤 사상과 이념, 제도 보다 그 위에 백성이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가, 조직, 단체를 위해 개인은 언제든 희생 또는 손해를 봐 왔던 한국사회에 개인과 시민과 국민이 얼마나 위대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가를 당시 우리 사회에 새로운 화두로 던졌다.

영화 명량에서 투자 제작사가 벌어들인 흥행수입은 제작비를 제외하고도 대략 500억 원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영화의 진정한 가치는 다른 곳에 있다. 국가나 조직의 리더는 공동체를 위해 어떤 몸가짐과 태도를 가져야 하는가 하는 리더쉽에 대한 문제제기 그리고 국가란 국민과 언제든 함께해야 할 운명 공동체라는 엄연한 사실을 우리에게 선명하게 각인시켜 준 가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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