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이슈 판매 도우미 일러스트. / 제공: 빅이슈코리아

잡지 판매를 통해 홈리스의 자립을 지원하는 사회적기업 '빅이슈코리아'가 2018년에는 '여성 홈리스'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강남역, 홍대입구역 등 유동인구가 높은 곳에서 잡지 '빅이슈'를 판매하는 판매원들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들 판매원의 상당수는 남성이다. 이에 네티즌들은 '여성 홈리스가 잡지를 판매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여성 홈리스에 대한 지원이 부족한 것이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빅이슈코리아의 2018년 키워드는 '여성 홈리스 지원'이다. 안병훈 빅이슈코리아 대외협력국장은 여성 홈리스가 직면한 문제는 무엇이고, 빅이슈코리아가 이들을 위해 어떤 지원을 해나갈 것인지 밝혔다. 다음은 1문 1답.

 

1. 여성 홈리스 지원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한 빅이슈코리아의 입장은 무엇인가요? 

정부와 민간에서 홈리스의 자립 지원을 위해 여러 노력을 하고 있지만, 정확한 실태조사와 적합한 지원 체계는 여전히 부족한 실정입니다. 여성 홈리스는 남성 홈리스에 비해 노숙 경험이나 경로, 이유 등에 있어 차별성을 지니고 있어 자립 지원에 대해서는 남성 홈리스와 다른 욕구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의 홈리스 지원 정책이 남성 홈리스 중심으로 진행돼 왔기에 차별화된 지원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이에 대한 문제제기는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2012년 이후부터 더욱 공론화되어져 왔으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복지시설, 민간단체, 연구자들이 개선의 노력을 해나가는 과정입니다.

빅이슈코리아는 자조의 노력으로 사회적 거래와 비즈니스 솔루션을 통해 기회를 창출하여 빈곤을 해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사회적기업입니다. 빅이슈코리아는 홈리스 판매원과 관련된 사회성과 외에도 미션을 확대해 나아가기 위해 복지 사각지대에 놓이기 쉬운 ‘여성 홈리스’와 ‘청소년 홈리스’ 이슈에 대해서 주목하고 있습니다. 

빅이슈코리아는 사회적기업으로서 잘할 수 있는 방식으로 솔루션을 마련하고 실행하며, 인식개선 활동을 통해 시민들의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빅이슈코리아는 여성 홈리스가 차별받지 않고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단체의 역량으로 해낼 수 있는 역할들을 실행해 나가며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2. 여성 홈리스가 직면한 문제는 무엇이며,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여성 홈리스의 경우, 노숙 경로에 있어 가장 주요한 원인은 경제적 이유보다는, 가정폭력이나 이혼 및 가족해체와 같은 가족관계 문제가 더 큽니다. 가정폭력피해자에 대한 안정적인 지원체계 마련과 이혼 등으로 인한 노숙 유입 예방 노력 등에 사회적 관심이 늘어나고 지원이 확대되어야 합니다.

여성 홈리스는 범죄에도 매우 취약합니다. 남성보다 구타, 가혹 행위 또는 성범죄에 노출될 가능성도 더욱 크며, 범죄피해는 신체 뿐만 아니라 정신적 상처를 동반하는 강도 높은 범죄 형태로 나타납니다. 여성 홈리스에 대한 범죄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노력과 동시에 여성 홈리스를 위한 전문적인 정신건강 서비스 계획이 마련되어야 할 것입니다. 

여성 홈리스에 대한 안정적인 보호가 가능한 쉼터와 자립을 위한 전문 시설이 확장, 전문 인력 양성 등이 이루어져야 하며 이를 위한 통합적인 정책적 지원과 더불어 시민들의 관심과 지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3. 현재 빅이슈에서 여성 홈리스는 어떤 역할을 수행하고 있나요?

빅이슈코리아는 홈리스의 경제적 자립을 돕기 위해 홈리스에게 잡지 《빅이슈》를 판매할 수 있는 일자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자립 의지가 있고, ‘빅이슈 판매원 행동수칙’을 지킬 수 있는 홈리스라면 성별이나 나이, 장애 유무 등과 상관없이 누구나 빅이슈 판매원이 될 수 있습니다. 현재 서울지역에는 50명의 홈리스 판매원이 활동하고 있으며 그 중에 두 명이 여성 판매원입니다.

2010년 창간 이래 총 10분의 여성 홈리스가 빅이슈 판매원으로 활동하였습니다. 여성 판매원의 경우 안정된 보금자리와 신용 문제가 해결이 되면 빅이슈 판매원 활동을 종료하고 지역사회에 정착해 가는 확률이 높은 편입니다. 개인마다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거리 판매가 가지는 어려움으로 사회적 결핍 요소나 주거 등의 환경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판매를 종료하는 확률 또한 남성 판매원 보다 높은 편입니다. 스트리트페이퍼(Street Paper) 특성상 거리 판매에서는 다양한 위험성이 존재하기에 여성 홈리스로서 빅이슈 판매원을 유지한다는 게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따뜻한 응원의 눈길을 보내주시는 시민들도 계시지만 일부 시민의 따가운 시선과 불편한 언행을 견뎌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각 나라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35개국 115종의 스트리트페이퍼(Street Paper)에서도 비슷한 이유로 여성 홈리스 판매원의 수는 남성 홈리스 판매원의 비해 적은 편입니다. 

여성 홈리스 판매원이 자립 의지와 동기를 잃지 않고 심리적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여성 코디네이터가 이들을 전담하고 있습니다. 여성 홈리스 판매원은 주변 상가나 지하철 역사 등 더욱 긴밀히 협조가 되는 곳에서 판매하고 있습니다.

빅이슈코리아는 미션을 확대하고 여성 홈리스 자립을 보다 안정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빅이슈 호주판(THE BIG ISSUE AUSTRALIA)의 ‘여성 홈리스 정기구독 사업(The Women’s Subscription Enterprise)’을 벤치마킹하여 2016년 9월에 ‘빅이슈 위드 허(BIG ISSUE WITH HER)’ 사업을 삼성카드의 사회공헌 플랫폼 ’열린나눔‘의 사업비를 지원받아 새롭게 시도하였습니다. 

시범 사업은 빅이슈 호주판처럼 성공적이지 못했습니다. 빅이슈 호주판의 여성 홈리스 정기구독 사업에서는 여성 홈리스가 배송 업무를 하는 동시에 배송 업무가 없는 날에는 빅이슈 판매원으로 거리에서 잡지를 판매하도록 하였지만, ‘빅이슈 위드 허’ 사업에 참여했던 여성 홈리스 분들은 복지시설 이용자 분들이었기에 자신을 드러내야하는 빅이슈 판매원 활동과는 맞지 않아 병행할 수는 없었고, 잡지 포장 업무만으로는 고정적인 수입원이 될 수 없었기에 장기적인 일자리로는 매력적이지 않았습니다. 

‘빅이슈 위드 허’사업은 이후 여성 빅이슈 판매원 중에서 개인의 의사에 따라 정기구독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였고, 정기구독 등 온라인 수익을 통해서 여성 빅이슈 판매원이 보다 안정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일자리 교육, 심리치유 등 사회적 결핍 요소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자립 지원 프로그램 사업으로 변화하였습니다. 또한 여성 홈리스를 일부 고용하고 있는 사회적기업 두손컴퍼니와 협력하여 여성 홈리스의 일자리 창출에 지원하는 방향으로 발전시켜나가고 있습니다. 

 

4. 두손컴퍼니와 함께하는 여성 홈리스 지원에 대한 자세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두손컴퍼니와는 작년 여름 무렵부터 여성 홈리스에 대한 지원 방법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하였고, 설 명절 이후에 협약식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빈곤 해체를 위해 홈리스에게 일자리 기회를 제공하는 공통의 미션을 가진 사회적기업 간의 파트너십 체결이기에 더욱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빅이슈코리아는 두손컴퍼니의 일부 홍보 활동을 돕는 동시에 두손컴퍼니가 고용한 (여성 홈리스)직원에게 자립지원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네트워크 활동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빅이슈코리아가 제공하고자 하는 자립지원 프로그램은 빅이슈 판매원에 대한 자립지원과 유사한 방식으로, 주거 안정, 치과 치료 등의 건강관리, 보금자리에 필요한 생필품 지원,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동기부여 프로그램 지원입니다.

이를 통해 일자리를 가진 여성 홈리스가 보다 안정적으로 경제적 자립을 할 수 있도록 도울 계획입니다. 파트너십 활동에 대한 경험치를 더욱 쌓은 이후에는 여성 홈리스 고용과 연계된 활동에 직접 지원하는 방식도 단계별로 진행할 계획입니다. 

두손컴퍼니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만들어진 반가운 소식도 있습니다. 지난주에 두손컴퍼니에서 자립도가 높았던 빅이슈 판매원 한 분을 고용하였습니다. 채용된 빅이슈 판매원은 두손컴퍼니를 통해 미래에 대한 새로운 계획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두손컴퍼니는 파트너십 고용 연계 프로그램을 통해 여성을 포함하여 자립 의지가 높은 빅이슈 판매원을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고용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5. 여성 홈리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반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지원은 무엇이 있을까요? 

여성 홈리스에 대한 지원 부족은 오랫동안 제기되어온 문제입니다. 여성이 ‘주거 취약’ 상황에 놓이는 원인은 가족 관계적 문제, 질병, 장애와 관련되어 있다는 것이 이미 알려졌지만 이와 관련된 사회적 안전망은 여전히 부족한 상황입니다. 방안이 마련되기 위해서는 좀 더 많은 시민의 관심과 지지가 필요하며, 이를 통해 전문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솔루션이 실행돼야 합니다.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지원의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시민들 각자가 ‘나 또한 잠재적으로 홈리스가 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가지고, 각자가 실천할 수 있는 선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연대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성)홈리스가 《빅이슈》와 같은 사회적기업에서 자립 의지를 키우고 경제적 자립 과정을 가지거나 재활시설을 통해 일정부분 안정감을 가지고 퇴소하더라도 지역사회와의 연계를 통한 지원이 되지 않는다면, 당사자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노숙 위기의 지속성을 끊기는 상당히 어렵습니다. 홈리스가 지역사회 안에서 정착할 수 있도록 손 내밀어줄 수 있는 사회적 공감대와 풀뿌리 활동들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하지만 이와 관련된 자발적인 시민 활동이나 민간 차원의 움직임은 활발하지 않은 편입니다. 

보호나 격리수용 등의 이유로 우리 눈에는 잘 보이지는 않지만 우리 주변에도 자원봉사 손길이 필요한 여성 홈리스를 위한 시설들이 여러 곳에 존재합니다. 여성 홈리스를 대상으로 하는 복지시설에는 서울특별시립여성보호센터, 열린여성센터, 인천 내일을여는집 등이 있습니다. 

특히 성남에 위치한 안나의집 등은 여성 청소년 홈리스에 대한 아웃리치(거리상담)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습니다. 여성 청소년 홈리스는 범죄 등의 위험과 각종 위협에 쉽게 노출되어 있고, 이들에 대한 주거 및 생필품 지원 등은 열악한 상황입니다. 시민들의 많은 관심과 응원이 필요합니다. 

 

6.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 자유롭게 부탁드립니다. 

‘홈리스’는 개인의 ‘정체성’이 아니라 가정이 해체된 ‘상황’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도 홈리스 분들을 직접 만나고 경험하기 이전에는 홈리스에 대해 ‘게으르다’거나 ‘의지가 없다’, ‘더럽다’ 등의 편견을 가지고 그들을 바라보았습니다. 하지만 지난 8년간 《빅이슈》를 통해 만나온 대부분의 홈리스 분들은 남녀노소 구분 없이 근로에 대한 의욕이 강하였고, 독립적인 삶에 대한 욕구가 높으셨습니다.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주요 언론과 미디어에서 ‘주거 소외계층’을 다양한 이슈에 어떻게 대상화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표준어도 아닌 ‘노숙자’라는 표현으로 자극적인 뉴스와 이미지를 만드는 일은 너무나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빈곤으로 인해 발생하는 홈리스 문제는 사회 구조적으로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더 이상 타자화하며 외면할 문제가 아닙니다. 자유시장경제에서는 누구라도 잠재적인 홈리스가 될 수 있습니다. 

누군가 사회적 결핍을 가졌거나 실패로 인해 홈리스 상황에 처해졌을 때, 사회적 안전망으로부터 보호를 받고 다시 가정을 회복할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사회가 우리가 바라는 더 나은 세상이 아닐지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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