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에서 영상 하나를 보기 시작하면 한 두시간은 금방 간다. 시청하고 있는 동영상이 끝날 때쯤이면 내 입맛에 맞는 다른 영상들을 끊임없이 추천해 주기 때문이다. 유튜브는 이 ‘다음 동영상(Up Next)’ 기능은 머신러닝 기반의 알고리즘을 통해 구동된다고 주장한다. 유튜브의 ‘다음 동영상’ 기능은 시청자를 유튜브에 잡아두는 기반이고, ‘유튜브 중독’ 수준의 충성스러운 소비자를 보유할 수 있게 한 주역이다.

미키마우스 애니메이션 캐릭터로 제작된 자극적인 영상. 유튜브 갈무리

매일 3억 명 가량이 매일 유튜브를 방문하는 가운데, 유튜브의 윤리적 책임에 관한 문제는 지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예를 들어, 유튜브 스타 ‘로건 폴’이 촬영한 자살한 사람의 영상은 수백만 건의 조회 수를 기록했고, ‘엘사게이트’로 유명한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자극적으로 묘사한 영상, 폭탄제조법 등 윤리적으로 용납되지 않는 동영상들이 유튜브를 통해 유통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해당 영상들이 자동 추천 알고리즘으로 수억 명의 사람들에게 노출되었다는 것이다.

논란이 될 때마다 유튜브의 공식 입장은 ‘구글의 머신 러닝과 자동 알고리즘 시스템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기욤 샤스로 전 유튜브 추천시스템 엔지니어팀 소속 직원. 사진: 가디언

그런데, 최근 기욤 샤스로 전 유튜브 추천시스템 엔지니어가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유튜브 추천 시스템 알고리즘에 관해 폭로했다. 기욤 샤스로는 구글에서 유튜브 엔지니어팀 직원으로 3년 동안 근무하다 2013년 해고됐다. 그는 유튜브의 자동 추천 시스템이 결코 민주주의적이지 않으며 투명성과 균형성의 문제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가 가장 크게 문제 삼는 부분은 알고리즘 왜곡으로 늘린 사용자의 유튜브 시청 시간이다. 모두가 잘 알다시피 유튜브의 수익 모델은 ‘광고’다. 사람들이 더 많은 동영상을 시청해 더 많은 광고를 보는 것이 유튜브에 돈을 가져다 주는 구조다. 기욤 샤스로는 “자신이 일했던 엔지니어팀은 사용자의 유튜브 동영상 시청 시간을 연장해 광고 수입을 늘리는 시스템을 지속해서 실험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2016년부터 추천 알고리즘의 작동을 추측할 수 있는 데이터를 수집해 왔다. 이 데이터를 가디언과 함께 분석한 결과, 이들은 “유튜브 추천 알고리즘 시스템은 자극적이거나 음모론 관련 동영상 위주로 작동하여 사용자의 유튜브 체류 시간을 늘린다”는 결론을 내놨다.

지난 7일 소셜 플랫폼 레딧(Reddit)에 게재된 '엘사 게이트' 영상이 추천 동영상으로 나왔다는 글. 게시자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등과는 전혀 관련 없는 영상을 시청 중이었다. 유튜브 갈무리

이에 관련해 유튜브 측은 “동의하지 않는다”며 “유튜브의 검색 및 추천 시스템은 사람들이 검색하는 내용, 시청 가능한 동영상의 수, 해당 동영상 클릭 수 등을 반영한다”는 예와 변함없는 답변을 한 상태다.

기욤 샤스로는 유튜브 내부에서도 체류 시간과 광고 노출에만 집중하는 시스템을 바꾸려는 시도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체류시간에 집중된 알고리즘은 필터버블과 가짜뉴스를 발생시킬 수 밖에 없었다”며 “몇몇 동료들과 다양성 개선을 위한 알고리즘 수정 방안을 제시했지만 채택된 적은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유튜브가 ‘엘사 게이트’에 관해 공식적으로 사과한 지 두 달 반이 지난 2월 8일, 어린이 전용 유튜브 플랫폼인 ‘유튜브 키즈’에서 관련 영상들이 사라진 상태지만 일반 유튜브에서는 여전히 그 흔적들을 찾을 수 있었다. 해당 영상들을 보기 위해 광고를 시청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샤스로의 폭로와 함께 대중과 언론은 유튜브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번 의혹에 관해 유튜브는 ‘동의하지 않는다’는 대답을 내놓은 가운데, 수억명의 유튜브 사용자와 부모들은 과거와 똑같은 사과문이나 해명이 아닌 유튜브의 진짜 변화를 기다리고 있다.

샤스로의 폭로로 불거진 유튜브만의 문제일까? 구글을 비롯한 대형 플랫폼 사업자들은 가슴을 졸이고 있는 것은 아닐지. 이미 플랫폼 사업자들의 대 고객 서비스 알고리즘 정책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대중들의 삶의 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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